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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상구 변호사 Jun 09. 2022

028  작은 것 또한 아름답다

(2012년 12월 31일 칼럼 기고분)

근로자가 이야기합니다.

‘급여를 올려 달라.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 나도 맘 편하게 일하고 싶다.’


그러자 사용자가 이렇게 반박합니다.

‘인건비가 늘어나면 가격경쟁력에서 밀린다. 자꾸 그런 주장을 하면 업주 입장에서는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세우던지 사람 대신 작업로봇을 배치하는수 밖에 없다.’


예전에 소개드렸던 제레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이란 책이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한번 해봅니다.

현대사회에서 행복은 가진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일까요?

언제쯤에야 우리는 먹고 사는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저는 ‘그래도 희망은 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최근 협동조합기본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이 활성화되면 자주·자립·자치에 기반한 풀뿌리민주주의의 정착은 물론 경제안정이나 사회통합차원에서도 순기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물론 협동조합 자체가 생소한 개념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농협, 수협, 산림조합, 중소기업협동조합, 마을금고, 신협, 소비자생협 등 개별법에서 인정된 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었으며, 이외에도 마을작목반, 농업회사법인, 영농조합법인, 사회적 기업 등을 통한 다양한 대안사업이 논의되기도 했습니다(농어업경영체육성및지원에관한법률, 사회적기업육성법 등).


다만, 근자에 서구 여러 나라에서 협동조합이 새로운 경제사회 발전의 대안모델로 제시되고 유엔에서도 법령정비할 것을 권고하여 우리나라는 2012. 1. 26.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한 뒤 지난 12. 1.부터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협동조합기본법은 크게 2가지 형태의 조합에 대해 규율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농업협동조합법 등 8개 개별법에 포괄되지 않고 상법에 의한 회사설립이 어려운 경우 생산자 또는 소비자 중심의 “협동조합”설립을 인정하여 경제적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 제공, 지역사회 공헌활동 등을 주로 수행하는 “사회적협동조합(비영리)”을 별도로 도입한다는 것입니다.


정부에서 보조금까지 지급하면서 협동조합을 장려하고 있는 입장이니 좋을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하지만, 우리는 ‘형식보다는 그 내용이 중요하다’는 점과 ‘전시행정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염두해야 할 것입니다.


좋은 취지에서 마련된 여러 제도들이 실상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서 악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목반, 영농법인 중 일부가 야바위꾼에 이용당하기도 했고, 최근 사회적 기업의 일부 또한 제사보다는 ‘정부보조’란 젯밥에 정신이 팔려 있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집행부와 조합원들의 마인드가 제대로 서야 합니다. 정책결정이나 집행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합니다. 화합이 이루어져야 하고, 사업이 결실을 맺기까지 끈기도 있어야 합니다. 어찌보면 물질만능주의에 찌들었던 사람들이 모여 이기심을 털어내는 회개의 과정이기도 할 것입니다. 행복을 찾는 대신 자발적인 가난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협동조합, 공동체운동은 지금부터 약 20여년전 제가 대학 초년생이었던 시절에도 회자되었던 주제입니다. 제목보고 에세이집인 줄 알고 펼쳐봤다가 딱딱한 내용에 금방 덮었던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도 그때쯤 접했습니다.


하지만, 20년이 지나도록 협동조합이나 공동체운동은 주류에서 벗어난 변방의 북소리였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극과 극은 통한다고 할까요. 시간이 흘러 최첨단의 세계경제시스템에 비상벨이 울리는 횟수가 잦아들수록 서구의 협동조합 성공사례는 하나 둘 씩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두레, 품앗이의 전통을 이어 협동조합 운영에도 저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작은 것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

<오래된 미래>의 모델인 ‘라다크’만이 대안일 수도 없습니다.

산업화, 정보화의 혜택을 기반으로 큰 기업과 중소기업, 다양한 협동조합이 공존하고, 도시와 농어촌이 공생하는 것이 희망으로 가는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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