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2일 칼럼 기고분)
철썩 이는 파도를 보며, 소년은 바다에게 말을 겁니다.
‘수-능- 끝났다.’
이 얼마나 함축적인 말인가요.
끝나고 새로 시작되는 인생을 알고 있는 듯, 홀가분하면서도 떨리는 입술을 앙다무는 야무진 표정.
바다가 소년에게 말합니다.
“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 크고 순정한 소년배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나라, 소년배, 입 맞춰 주마[1908년, 최남선 ‘소년’ 창간호].”
질풍노도의 시기, 청소년은 사회를 위협하기도 하고 사회에 희망을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른들은 청소년을 사회의 악으로부터 보호하고 그들이 건강한 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을 때 청소년들은 무너집니다.
바다에게 말을 걸지도 않고 파도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귀담아듣지도 않습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들을 노래하지 않고, 돈과 권력, 폭력, 쾌락이 주는 달콤함에 빠집니다.
오늘은 청소년과 관련된 2개의 판결을 통해 무너진 청소년의 삶을 어떻게 바로잡아 줄 것인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간단히 말해 어떨 때 매로 다스려야 하고, 어떨 때 말로 다스려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학교폭력 대책’은 선거시즌이 되면 항상 나오는 토론 주제이기도 하지요. 그만큼 풀기 어려운 숙제라는 뜻입니다.
다음의 판결을 음미해보겠습니다. 이 판결은 성폭행 관련 사건이어서 비록 피해자 부모와 합의되었다고 하나 소년부 송치가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이 있기도 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소년은 그 인격이 형성과정에 있고 개선 가능성이 풍부한 반면 심신의 발육에 따르는 특수한 정신적 동요상태에 놓여 있다는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소년은 성인범과 달리 환경에 오염되어 쉽게 비행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적절한 보호와 교육을 통하여 교정되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소년의 특성을 감안할 때, 소년이라고 하더라도 선도 및 교화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경우에는 엄격한 형사처벌을 통해 범죄행위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하여 사회를 보호해야 함을 물론이다. 그러나 일응 형사처벌이 적합해 보이는 경우라도, 소년 및 소년비행의 특성, 소년 형사사건의 목적 및 운영원칙 등에 비추어, 당해 소년 피고인의 심신상태, 품행, 경력, 가정상황 그 밖의 환경 등을 면밀히 고려하여 소년 피고인에게 한 번 기회를 주면 개선 및 교화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법원으로서는 소년부 송치 결정을 하여 해당 소년 피고인에게 소년법에 규정된 보호처분을 받도록 함이 합당하다(대전지방법원 2011. 2. 22. 자 2010고합452 결정).”
두 번째 판결은 소위 ‘왕따 자살 피해자 사건’에 대한 것입니다. 이 판결은 살인죄는 아니지만 그 상습적인 폭행이 친구를 사망까지 몰고 간 점에 비추어 성인과 마찬가지로 매로 다스려야 함을 강조한 판결입니다.
“① 피고인들과 피해자는 같은 학교, 같은 학급의 친구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의 위 피해자에 대한 이 사건 범행이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루어졌고, 가해행위의 정도도 점차 심해진 점, ② 피고인들의 범행수법을 보면, 위 피해자를 욕실로 데려가 세면대에 받아 놓은 물에 얼굴을 강제로 집어넣고, 위 피해자의 목에 전깃줄을 감아 잡아당기면서 바닥에 떨어진 과자를 주워 먹게 하는 등 위 피해자의 인격을 모독하여 정신을 피폐하게 할 정도에 이른 점, ③ 피고인들이 평소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 등을 살펴볼 때, 피고인들은 이 사건 범행이 이루어지는 동안 자신들의 행위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사망한 당일에도 위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 자신들의 흔적을 없애는 등 반성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에 급급하였던 점, ⑤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되었고, 그 유족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되었으며, 아직도 피고인들의 엄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⑥ 최근 만연하고 있는 학교폭력의 실태를 볼 때, 나이 어린 학생이라 하여 관용을 베푸는 것만이 능사라 할 수 없고, 오히려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배우도록 할 필요도 있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은 그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대구지방법원 2012. 4.13. 선고 2012노653 판결).”
[코멘트] 최근의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등을 접하면서 소년에게 어디까지 관용과 선처를 베풀 것인지 더욱 깊이 고민되는 부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