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상구 변호사 Nov 21. 2024

035 협상의 기본

(2024. 11. 21. 기고분)

지난 2024년을 어찌 보내셨나요? 
갑진(甲辰)년, 값진 한 해로 마감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갑갑(甲甲)한 한 해였나요?


   제 주변에선 “지난 팬데믹 시절보다 더 힘들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는데, 우선 독자 이웃분들의 가정과 직장에 신의 은총이 깃들기를 기원하며 글을 시작할까 합니다. 


  오늘은 약간 실천적인 이야기로 ‘협상’에 관한 내용을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데, 앞으로 여러분들께서 다양한 법률관계, 인간관계에서 지혜로운 선택을 하시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합니다. 


   변호사란 직업도 협상에 자주 노출되는 편이긴 하지만, 개개의 협상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특히 힘의 균형이 이뤄지지 않은 곳에선 더욱 그러하지요. 19세기 말 이미 ‘20대80 사회’를 통계적으로 뒷받침하는 <파레토 법칙>이 알려졌는데, 요즘엔 소수의 빅테크와 대기업이 서민의 생활 깊숙이 침범하는 방향으로 세계경제가 재편되고 있기에, '1대99 사회', '승자독식 사회'란 말이 더 어울리는 세상입니다. 


   우생학에서 비롯된 논리인 만큼 '양육강식의 세상'이라는 소리인데... 

   여러분은 어떤 포지션에 위치해 계신가요? 

   그 위치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고 계신가요? 


   일단 관련 법조문 중 대표적인 것을 살펴보겠습니다. 민법 제104조는 당사자의 궁박, 경솔, 무경험으로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를 무효로 정하고 있고, 이러한 법원칙은 다수의 개별법에서 선언되고 있지만, 실제로 인정되는 사례는 극히 드문 편입니다. 법률행위의 중요한 내용을 신의칙에 위반하여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도 민법 제110조에서 정한 ‘기망’에 해당하여 취소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다음 이를 바로잡기는 쉽지 않습니다. 


   험악한 세상을 지혜롭게 이겨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것은 협상의 기본으로서 만병통치 수준은 아니지만, 단 하나의 힌트라도 수용하여 실천하셨으면 합니다. 우선 아래에서 보는 어떠한 경우든 '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드립니다. 정보는 협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그래서 상대방과 상황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설득의 화법으로 에토스(신뢰), 로고스(논리), 파토스(감정)로 무장하면 금상첨화라 하겠습니다.   


   (1) 상대방과 극복하기 어려운 힘의 차이가 있는 경우, 약자 입장에서 협상을 통해 내 의사를 관철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일수록, 고개를 들고 당당하고 자신 있게 나아가야 합니다. 스스로 약자임을 인정하고 비굴하게 꼬리를 내리는 자에게 강자는 그에 맞는 취급을 할 뿐이니까요. 잠시 먹잇감을 얻더라도 노예계약과 같은 불평등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듯이, 제비가 솔개를 따돌리며 훈련시키듯이, 나만의 독자적인 강점을 제시하고, ‘갑을 관계’가 아닌 ‘협력 파트너’로 포지션닝해야 합니다. 만약 상대방이 부당하게 행동한다면 이를 공론화하거나 제3자(규제기관, 중재자)를 개입시켜 균형을 맞추되, 이러한 행동은 자칫 상대방의 거센 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에, 사전에 신뢰있는 모습을 보여 ‘입장바꿔 생각하면 공론화시킨 것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합니다. 중요한 건 디테일이듯이(God is in the details) 상호 존중과 동반 성장의 마인드가 몸에 배야 합니다.    


   (2) 상대방과 대등한 관계로서, 상대방은 협력적 관계일 수도 있고, 경쟁적 관계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어느 경우든 실력과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신과 함께 해서 기쁘다.’, ‘당신과 경쟁하게 되어 영광이다.’라는 말이 나오면 합격점이겠지요. <협상학>에서는 다양한 기술이나 스킬을 소개하고 있지만, 저는 여러분이 각종 술수로 무장한 '협상의 잡배'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협잡꾼"은 소문나기 마련입니다. 한 두번 거래에 성공했더라도 그 후로 당신을 찾는 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① 물론 경쟁적 관계에서는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고 상대방의 약점을 파악하여 각종 심리적 기술을 동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Win-Win의 전략이 되어야 하며, 그래야 나중에도 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 것입니다. ② 협력적 관계에서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되, 히든카드 몇 장은 꼭 쥐고 있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상대가 신뢰를 저버릴 경우를 대비한 징벌적 조치 등의 대책을 충분히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 양의 탈로 상대방을 방심케 하는 늑대가 수두룩하기 때문이지요. 특히 거래 상대방이 일확천금을 제안하는 경우에 조심해야 합니다.  


   위와 같이 제한된 지면에 짧게나마 몇 가지 원칙과 유의점을 소개드렸는데, 구체적인 적용은 개인의 성격과 상황에 맞게 유연성있게 진행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세상은 생각한 대로 창조된다고 합니다.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일이라도 꾸준히 하면 기필코 이루어진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가르침에도 귀 기울여야 합니다.

2024년을 마무리하고 2025년 을사년을 맞이하면서,
으쌰으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독자 여러분 한분 한분 모든 분들께,
희망찬 새 세상이 열리길 다시금 기원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