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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딧불

by 임상구 변호사


안녕하세요. 노래 들려주는 임변입니다.

오늘 이 시간도 지난 글에 이어 청년들. 아니 이땅 모든 이들의 꿈과 희망에 관한 노래 소개가 될 것 같군요.




Bug's music



지구상 동물 중 종류만으로도 70~80%를 차지하는 건 다름 아닌 “곤충”이라 하죠. 그러니, 포유류 중 아주 작은 포지션을 차지하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주인이라 생각하는 건 편협한 사고일 겁니다.

인간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에요. 같은 인간인데도 그 중 20%, 그리고 또 그 중 20%가 단계적으로 세상의 주인 행세를 하며 나머지를 무시하고 있으니까요.

버러지 같은 놈들! 이제 이런 말이 조금 더 실감되시죠? 머리 수만 채웠지 하찮은 존재라는 말.


그런데도 인간들이 벌레를 노래할 때가 있습니다.

Bug's music. 스스로 벌레임을 자처하면서요.




예전에 "노찻사(노래를 찾는 사람들)"란 민중가요 노래패가 있었습니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광야에서>, <사계>와 같은 대히트곡들을 불렀는데, 당시 TV방송 한 번 나오지 않고도 "가요탑텐(Top10)" 상위권에 랭크될 정도로 인기였으니, 지금의 중장년 세대는 대부분 기억하고 있을 거에요.


'노찾사'에서 솔로로 전향한 안치환이 1993년 [3집 Confession]이란 앨범을 발매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어요. 왜냐면 2집까지 이어지던 '민중가요 가수로서의 색채'가 많이 없어지고 詩에 기반한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대중에게 다가섰거든요.

누군가는 변절자라 불렀을 수도 있었겠지만, 음악평도 좋았고 상업적으로도 나름 성공한 앨범이었죠.


이 앨범의 곡들 중에서 저는 특히 "귀뚜라미"란 노래를 좋아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COzBKiRS2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소리는 아직 노래가 아니오

풀잎없고 이슬 한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듯 토하는 울음.

그러나 나 여기 살아있소 우-


귀뚜루루루 - - 귀뚜루루루 - -

귀뚜루루루 - - 귀뚜루루루 - -

보내는 내 타전 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누구의 가슴 위로 실려갈 수 있을까~



Bug를 소재로 한 예술작품이나 노래들은 많지요.

그 중에 Firefly, 개똥벌레를 소재로 한 유명한 노래가 있는데, 1987년 신형원 2집의 <개똥벌레>입니다.



마음을 다 주어도 친구가 없네

사랑하고 싶지만 마음뿐인걸

나는 개똥벌레 어쩔수 없네

손을 잡고 싶지만 모두 떠나가네

가지마라 가지마라 가지말아라

나를 위해 한번만 손을 잡아주렴

아 외로운 밤 쓰라린 가슴안고

오늘밤도 그렇게 울다 잠이든다





이 노래들을 들으면 언뜻 "희망"이란 게 없어 보이기도 하죠?

가사 자체에 그런 구절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희망은 철저한 자기인식과 절망 없이는 생겨날 수 없어요.

위 노래에서도 나의 타전소리가 누군가에게 전해져 의미를 갖길 원하는 열망, 다른 이들이 소외시켜도 손 한 번 잡길 원하며 흐르는 눈물. 이런 것들이 결국 '희망의 씨앗'으로 읽혀지게 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Bug는 일반적으로 애벌레에서 탈피를 거듭하다 번데기 시기를 거쳐 성충으로 변신한 다음 하늘을 날게 됩니다.

인간에게 우주의 신비스러운 비밀을 알려주는 존재라 할 수 있죠.


위 노래의 가수들도 '지금은 하찮은 벌레이지만 변신할 날을 기다리면서' 노래를 불렀을 거에요.



출처 : www.jakadatoursegypt.com




We're Starflies



작년 10월 발매된 황가람의 <나는 반딧불>이란 곡(원곡자 : 중식이)이 지난 주 음원 차트를 역주행하여 또다시 1위를 차지했다고 하는데요. 관련 기사 제목 또한 인상적입니다. <벌레인 줄 았았는데, 빛나는 우리 - 청년 보듬는 '나는 반딧불' 날아 오르다>



최근 이 노래가 다시 주목받게 된 건, '유퀴즈'에 출연한 황가람 가수의 인생 스토리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기 때문일 텐데요.

가수는 태권도 선수시절 큰 부상을 입고 급기야 노숙생활까지 했던 인생사를 담담히 얘기하는데, 그 얼굴에 "빛"이 나더군요. 본인 스스로 '한 마리 개똥벌레'일 뿐이라고 노래했지만, 보는 이들에겐 '하늘의 밝은 별 하나'란 생각이 들게 했답니다.


물론 가수보다 더 심한 처지에 있었거나, 현재진행형으로 그 험난한 고난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도 많겠죠.

하지만 저는 그 고통의 경중을 떠나, 가수가 나이 마흔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풍파에 맞서 마음고생했을 시간들을 떠올리며, 그가 대견스럽고도 존경스러웠고, 계속해서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https://youtube.com/watch?v=hkAYKXGyir0&si=oC2WLRHdWK9YNa3Q



노래를 접해보지 못한 분들도 계실테니 영상을 함께 감상해 보시도록 하죠. 영상에 달린 댓글도 읽어 보시면 좋겠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v=x9Jz2OueIGY



앞서 소개드린 <귀뚜라미>와 <개똥벌레>는 누군가와 소통하길 간절히 원하는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면, 이 노랜 한 걸음 더 나아가 백조일지 아닐지 모르는 미운 오리 새끼의 자기발견과 다짐을 노래하고 있죠.


그리고 이 노랜 두 번의 깨달음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소년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이상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고, 장래희망이었던 대통령도 될 수 없다'는 걸 깨우치게 되죠. 이 게 첫번째 깨달음이에요. 내가 하찮은 존재란 거.


그런데 2절에서 정반합(正反合), 두번째 깨달음으로 이어지며 "의미상 전조(轉調)"가 일어납니다.

하찮지만 소소하게 그 역할을 다 하던 반딧불이는 사실 밤하늘의 별들이 세상에 내려온 현신(現身)이었던 거죠. 결국 노래 속 화자는 자신이 비록 작고 하찮겠지만, 별의 유전자를 이어받아 세상에 다시 태어난 존재인만큼 언젠가 더 찬란한 빛을 발하게 될 것임을 노래합니다.


맞습니다. 밝게 빛나는 별들의 후손.

그 별들의 화신이 바로 여러분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노래의 영어 제목은 "I'm a Firefly" 보다는 "We're Starflies"가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한참 동안 찾았던 내 손톱

하늘로 올라가 초승달 돼 버렸지

주워 담을 수도 없게 너무 멀리 갔죠

누가 저기 걸어놨어 누가 저기 걸어놨어


우주에서 무주로 날아온

밤하늘의 별들이 반딧불이 돼 버렸지

내가 널 만난 것처럼 마치 약속한 것처럼

나는 다시 태어났지 나는 다시 태어났지


(후렴구 생략)



노래 소개를 마치려다가,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영상 하나가 있어 꼭 소개해드리고 싶어 올려 놓습니다.

'개그콘서트'가 다시 방송 중인가 본데, 꼭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개그라 해놓고 사람 울리려 하네요 ㅜㅜ


https://youtube.com/watch?v=GXB4rbrvEPw&si=8-zk_9j8NZyEovLF




Mirror Eyes, 그 마음거울에 별빛 담기


[알림] 이 챕터는 건너 뛰셔도 되요. 다만 불교철학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 적어 봅니다.


서양의 논리철학과 유사한 불교 중관학(中觀學)에서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넌센스퀴즈 같은 화두를 많이 던지곤 했어요.

일례로 “인간의 신체기관 중에 가장 큰 게 무엇이냐”라고 묻는 식인데, 뭐라 생각하세요?


큰 스님이 원하는 답은 “눈(眼)”이었습니다.

아하~ 하는 생각이 드시나요?

오백원 짜리 동전보다 좀 더 크지만 그 곳의 스크린(망막)에 별도 담고 우주도 담을 수 있으니까요.

물론 원문은 "모든 것은 살(肌)이다"라는 화두에 대한 건데,

어찌되었든 위 문답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건 ‘모든 건 감각세계에서 기원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조금 어려운 얘기일 수도 있지만,

불교 화엄경의 가르침 중 “일중해무량 무량중해일(一中解無量 無量中解一)”이란 말이 있어요.

기독교나 도교 사상 또는 비교적 최근의 서양철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내용으로, 하나에서 무한을 알 수 있고, 무한 속에서 하나를 알게 된다는 말인데... Fractal 구조의 세상처럼, 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내 한 마음의 거울에 담아 품는 일도, 내 한 마음의 빛이 하늘로 올라가 수많은 별들이 되는 것도 결국엔 '유식무경(唯識無境)',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란 얘기입니다.

즉, 모든 것은 감각에 있고, 이를 관조하는 마음이 세상을 결정한다는 거죠.



뜬 구름 잡는 얘기 같아 어려우시죠? 이제 다 왔습니다.

결론은 지극히 상식적인 거에요. 돌고 돌아 그 자리.


마지막으로 생각을 한 번 더 넓혀 볼게요.

세상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각자가 자신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며 해석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주로 뭘 보고 있는지', '어떤 걸 자신의 마음 속에 비추고 있는지'가 중요하겠죠.

즉 인간은 자신이 보는 마음의 방향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감각 → 마음 → 반영(反影)


<하늘에 달 하나가 떠 있을 뿐인데 천개의 강(千江)에 새겨 있다>는 뜻의 "월인천강(月印千江)"이란 말(금강경 주해에서 유래된 말로, 세종대왕의 찬불가 제목이기도 합니다)도 들어보셨을텐데, 이처럼 다 같이 별 하나를 투영했을 뿐인데 우리들 맘은 수없이 많은 별들로 반짝이는 거고, 반대로 사람들 마음이 어둠으로 향해 있다면 무수한 어둠의 분신들이 날뛰며 우릴 옥죄게 되는 거겠죠.


Mirror Eyes.

그 마음거울에 별빛 담기.


기억해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나는 반딧불>이란 노래를 주제 삼아 이런 저런 얘기해 보았습니다.

이 노래에서 화자는 높은 꿈을 이루지 못하였지만, 그리고 반딧불이 벌레에 불과하지만... 스스로가 별의 화신이었음을 깨달으면서 언젠가 자신만의 빛을 찬란하게 발할 거라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어요.


월인천강! 그 하나 희망의 싹이 우리들 마음 속 거울로 번져나가 파장을 일으키며, 수천수만의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노래를 띄워 봅니다.




사방이 둘러봐도
칠흑같은 어둠만 가득차 있을 땐,
오히려 눈을 감아보세요.

그럼 어느순간 빛이 보이기 시작할 게에요.
그건 우리 맘 속에 이미
찬란한 별이 자리잡고 있다는 뜻이겠죠.

내 안의 신성
스스로를 믿고 그 빛을 따라가 보세요.



(2025.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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