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윙크 다른 느낌
어린이 나치의 성장 영화, 조조 래빗
인생의 아름다워와 비슷한 방법을 이용해 비슷한 메시지를 담지만 여러 면에서 대척점에 있다.
유대인이었던 조수아와 반대로 독일인인 조조는 나치 덕질에 한창이다. 속마음을 털어놓는 상상 속 친구는 히틀러. 엄마 로지는 자랑스러운 어린이 짭나치당원 조조를 응원하며 윙크를 남긴다. 게임은 아직 진행 중이라며 윙크하던 귀도처럼.
타이카 와이티티는 토르 3에서 처음 본 감독이다. 토르 1, 2가 재밌었다고는 못하겠지만 그 신화적 분위기만은 좋게 본 탓에 토르 3은 처음에 영 적응이 힘들었다. 토르 1, 2를 기대하지 않고 아예 새로운 토르라며 나왔더라면 영화의 화려한 색채와 명랑한 분위기를 더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조조래빗에서는 같은 장점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영화의 색감과 의상에 좀더 집중해서 다시 보면 재밌을 것 같다.
조조의 상상 속 친구는 제국을 주름잡는 히틀러지만 조조를 비롯한 현실 속 친구들은 모두 비밀을 가진 사회적 약자들이다. 남편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 집에 숨어 지내는 유대인 소녀, 동성애자 군인, 전쟁터에 끌려간 소년. 그럼에도 캐릭터들의 귀여움과 유쾌함은 계속 유지된다.
영화의 가장 좋은 점이 관객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들킬지 넘어갈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면서도 긴장은 질질 끌지 않고 슬픔과 참혹함은 직접적이고 긴 묘사 없이 여운으로 충분히 전달된다. 배우들의 부드러운 연기도 좋았다.
근래 들어 추측하느라 진땀이 날 만큼 너무 많은 함축적인 의미를 담거나 이를 깍 깨문 위트 몇 번에 감동을 쑤셔 넣은 영화들을 주로 보다가 모처럼 편안하게 관찰할 수 있는 단비 같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