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같지만 아쉬움이 남는 제목

기니피그 패밀리(birthmarked, 2018)

by 홍화일


원제 birthmarked의 의미는 모반이다.


태어날 때부터 평생을 가지고 살아가는 점, 어쩌면 흉, 어쩌면 개성. 중요한 것은 모반이 우리의 의지나 선택과는 관계 없이 타고나는 특성이지만 부모에게 물려 받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 속 루크가 만든 영화의 제목과도 같은 "모반"은, 그 의미를 곱씹을수록 영화를 보던 중엔 이보다 더 찰떡일 수 없는 제목이라 생각했던 한국어 제목 "기니피그 패밀리"를 어쩐지 심심해진다. 원제를 보고서 영화를 봤더라면 감상의 흐름이 달랐을까?

여상한 듯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영화도 건조하고 특이하다.

실험실에서 눈이 맞은 괴짜 과학자 2명은 사람의 타고난 유전성을 환경으로 바꿀 수 있는지 실험하기 위해 후원을 받는 데 성공하고, 이제 세 아이와의 13년 실험이 시작된다.

혼자가 되어 버린 고아,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좋아하던 농구를 포기하고 가풍을 이은 과학자, 가진 돈 만큼이나 꽉 찬 열등감을 가진 부자, 컨텐츠나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캐릭터들이 모여 평범한 이야기를 독특하게 이어간다.

클라이막스는 아이들이 아동기를 지나고서부터다. 사춘기에 접어선 아이들과 양육자들은 각자의 외적과 내적 갈등에 직면하게 되고, 당연히 실험은 무탈하게만 진행되지 않는다. 실험 종료일은 다가오고 후원자는 의미 있는 결과를 재촉하며 사랑으로 양육한다는 변명 아래 사람 버전의 기니피그 실험을 하던 양육자들은 마침내 연구자로서의 책임감과 부모로서의 책임감 사이에서 충돌한다. 그리고 불안정한 아이들은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부모에게서 결국 탈출한다. 하이라이트는 아이들의 도망 후에 나타난다. 아이들을 잃고 후원자를 찾아간 양육자들은 그들 또한 인간은 지식의 추구를 위해 어디까지 도덕성을 버릴 수 있는가를 관찰하는 실험의 기니피그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반적으로 밍밍하지만 한 번씩은 톡톡 튀는 게 슈팅스타 같은 느낌이다. 영화의 주제가 매우 확실해 다른 부분들은 흐릿해 보이는 게 다행일 정도로 2018년작 치고 젠더 감수성이 아쉽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깝다 싶을 만큼 연출과 전개가 애매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칫 진지해질 뻔한 주제를 별 것 아닌 걸로 치부하는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 1분을 잘라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영화가 끝나고 나면 토니 콜렛의 엄마가 아닌 모습을 보고 싶어진다. 여담이지만 다양한 엄마 역할을 굉장하게 소화함에도 매번 누군가의 엄마로만 만나기에 아까운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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