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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나더씽킹 Feb 21. 2023

챗GPT vs 아들, 답변 차이로 본 AI시대 교육

"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을까?"라고 같은 질문 했더니

요즘 '유행하는' 놀이 중 하나가 '챗GPT(chatGPT)에게 질문하기'입니다. 많은 뉴스나 SNS 등에 '챗GPT'를 테스트하기 위한 다양한 질문들 혹은 어디까지 답변할 수 있는가, 어떤 답변을 내놓는가에 대한 시험용으로 많은 질문과 답이 올라오고 있는 것, 아마 보셨을 겁니다. 


챗GPT는 대화 전문 인공지능(AI) 챗봇입니다. 민감한 토픽이나 특정 이슈를 연상케 하는 단어를 질문에 넣었을 때는 답변을 거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답변을 해줍니다.


챗GPT에 대한 시선은 다양합니다. '혁명적 발명'이라는 극찬이 있는가 하면, 과대평가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요즘 챗GPT와 질문하고 노는 재미에 빠진 아들아이도 후자와 같은 평가를 내리더군요. '챗GPT가 답하는 것들이 그렇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입니다. 제가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바로 아들아이가 한 그 '문장'에서 영감을 받은 것입니다. 


예전에 아이에게 했던 질문을 챗GPT에게 똑같이 던져보고 비교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경험해 보기로 한 겁니다. 


질문은 "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입니다. 이 질문은 프랑스의 대입시험인 바칼로레아에서 인문학 분야 기 출제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답변 차이를 한번 볼까요. 아, 그전에 챗GPT에게 영어로 질문할 때 먼저 '너는 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생각'을 넣었을 때는 "AI언어 모델로서 개인적인 신념이나 의견은 없지만, 이 주제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라는 전제를 먼저 깔고 답하긴 했는데요, 그 후에 이어지는 답은 '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나?'라는 질문과 같았습니다.

먼저 챗GPT의 답변은 아래와 같습니다. 

 

"철학은 많은 면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비판적 사고, 윤리적 의사 결정 및 사회 변화를 위한 틀을 제공할 수 있다. 철학적 사상은 역사를 통해 사회적, 정치적, 과학적 운동에 영감을 주었고,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 예컨대 민주주의의 개념은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철학자들과 함께 시작되었으며 보편적 인권에 대한 임마누엘 칸트의 사상은 근대 정치철학과 국제법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철학이 실용적인 의미에서 세계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는 논쟁의 대상이다. 철학적 사상이 학계 밖에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철학적인 생각이 실제적인 행동이 만들어지는 기초이며, 둘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주장한다.
궁극적으로 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여부는 철학의 아이디어가 실제 환경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적용되는지에 달려 있다. 철학이 세상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키지는 않지만, 철학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알려줄 수 있으며, 윤리적 의사결정과 사회적 변화를 위한 틀을 제공한다."




다음은 아들아이의 답변입니다. 


"응, 나는 당연히 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해. 내가 생각하는 철학은 '다르게 생각하기'야. 남들과 똑같이 생각하지 않고 깊게 창의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그렇게 된다면 결국 세상은 더 좋아질 거야. 정치도 마찬가지야. 정치가 세상을 좋게 만들기도 하고 나쁘게 만들기도 하잖아. 만약에 정치인들이 철학적으로 생각한다면 더 좋은 정치를 할 테고 그러면 세상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


AI의 답과 아이의 답을 들었을 때 어떤 차이가 느껴지나요? 

저는 솔직히 챗GPT가 답한 내용을 보았을 때 아이가 말했던 '그렇게 새롭지 않다'는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물론 더 디테일하게 질문하며 대화를 이어갔더라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아이가 답했던 것 같은 자기 사고에 기반한 '구체성'을 띠기는 어려울 겁니다. 왜냐, 챗GPT가 처음에 전제했다는 그 문장 "AI언어 모델로서 개인적인 신념이나 의견은 없다" 때문입니다. 


우리는 '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 등을 학습한 것을 토대로 답하지 않습니다. 질문 자체에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빠져 있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나의 생각과 신념과 관점과 가치관'에 따라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AI는 아니죠. 자기 생각이란 게, 관점이나 가치관이란 게 존재할 수 없습니다. 


챗봇 AI나 그림 그리는 AI 등 놀랍게 진화하는 인공지능이 화두로 떠오를 때마다 부모님들은 비슷한 반응을 합니다. 


"아, 이제 우리 아이들은 나중에 무슨 일을 해야 하죠? AI와 경쟁해야 하나요?"


이미지_픽사베이


결과는 명확합니다. AI와 경쟁해서 이길 수가 없어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학습하고 구조화해서 답을 내놓는 AI를 어떻게 따라가나요? 그러면 좌절해야 할까요. 아뇨, 애초에 질문이 잘못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AI와 경쟁하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되겠죠. '이제 생각하는 영역, 창의적인 영역까지 AI가 침범했다'고들 말하지만 AI가 하는 건 생각도 창의도 아닙니다. 학습에 근거한 새로운 조합 혹은 '창조'는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독창적'이지도 '고유'하지도 않아요. 


반면 우리 아이들의 사고는 독창적이고 고유합니다.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아이만의 것이죠. 다만 문제는 모든 아이들이 이처럼 '독창적이고 고유한' 사고를 계발하고 확장시키는 환경에 있는가의 여부겠지요.  

지금도 놀랍기만 한 챗봇 인공지능은 앞으로 더 그것도 엄청난 속도로 발전할 겁니다. 챗봇만이 아니라 모든 인공지능이 그러합니다. 그렇다고 '이제 우리 아이들은 무슨 일을 해야 하나?'라고 한탄하거나 불안해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을까요. 


AI는 어디까지나 AI일 뿐이고 인간은 인간입니다. 


'AI 시대에 어떤 자녀 교육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한다면 답은 분명해 보입니다. AI가 도저히 인간을 따라잡을 수 없는 카테고리는 바로 '독창적 사고'이니까요. 아이가 자꾸만 생각을 꺼낼 수 있도록 해주세요.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며 자기만의 생각, 관점, 가치관, 신념을 다져나갈 때 우리 아이들은 그 어떤 엄청난 AI와도 절대 경쟁할 필요 없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필자가 운영하는 토론 교육 웹사이트 어나더씽킹랩 <"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챗GPT와 아이의 답변 차이> 콘텐츠를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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