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가진 힘에 대하여
싱어송라이터이자 음유시인인 이적 님이 몇 달 전 펴낸 책 <이적의 단어들>은 프롤로그를 대신한 짧은 '전주'로 시작합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란 말 대신 '전주'와 '후주'라는 이름을 붙인 것만으로도 신선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요, 무엇보다 전주의 내용부터 아주 강렬했습니다.
전주의 소재는 다름 아닌 '말'.
한 페이지의 중간에, 페이지의 대부분을 여백으로 남긴 채 새겨진 이 짧고도 간결한 두 줄은 얼마나 강인한 힘이 있던지. 페이지에서 눈을 떼고 허공을 응시한 채 한참을 생각에 잠겼더랬죠.
그리고 최근 교실에서, 학생과 선생님 사이에, 학부모와 선생님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접하면서 다시 위 문장을 상기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두 번째 표현 '때때로 살풍경'이 무겁게 떠올랐습니다.
(중략)
최근 학교를 중심으로 한 가슴 아픈 문제들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많은 갈등과 사건들이 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예쁜 말, 고운 말, 바른말을 사용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넘어 말의 역할은 무엇인지, 말이 얼마나 힘이 센지, 따라서 우리가 뱉는 말 한마디에 어떤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말이 그 자체로 우리를 드러내는 아름다운 '마음의 풍경'이 되어야지, 살기를 띤 '살풍경'을 만들어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대화를 통해 깨닫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