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며 더 잘 살아야겠다고 또 한 번 다짐을
2026년이면 고등학교 1학년 나이가 되는 아들아이,
브런치에서 '사춘기실록'을 몇 번 쓰다가(그것도 '오프닝' 정도만) 별로 쓸 내용이 없어서
시시하게 잠정 중단되어 버렸을 정도로 여전히 부모에게 다정하고 친절하며
건강한 사춘기를 아름답게 지나가고 있는 아이,
'내가 무슨 복으로 이런 아이의 부모가 되었는가' 싶을 만큼 늘 넘치는 축복이 되어주는 아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를 수만 가지는 쓸 수 있지만
오늘은 그중에서도 아이의 '따뜻한 마음'에 대해서 남기는 기록.
#첫 번째, 부모를 향한 따뜻한 마음에 관한 에피소드
여전히 아이는 밤 11시경만 되면 아빠에게 전화를 건다. (약속이 있어 그 시각까지 귀가하지 않은 경우)
덕분에(?) 남편은 회사에서 그리고 지인들 사이에서 '아직도 청소년 아들에게서 전화를 받는 아빠'로 통하며 부러움을 사는 편.
며칠 전에도 아이는 귀가 전인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인지, 언제 올건지'를 물었다.
이미 집에 가는 지하철을 탔다는 아빠의 위치를 보니 두 정거장 지나면 내리는 가까운 거리.
그런데도 아이는 전화를 끊으며 "천천히 와"라고 말했다.
아,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구나. 아이가 외출할 때 혼자 학교에서 돌아올 때 늘 '차조심해라' '신호등 잘 보고 건너라' '뛰지 말아라' 등등 걱정 어린 당부를 하는 건 부모 몫인 줄만 알았는데...
아들한테 따뜻한 걱정을 받는 부모라 더없이 행복합니다.
#두 번째,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에게 건넨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저녁, 아이와 산책을 나갔더니 경비원 아저씨들이 재활용 쓰레기를 열심히 정리하고 계셨다. 일주일에 두 번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마다 고생해주고 계신데, 크리스마스라고 예외는 없었다.
그날 저녁은 기온이 급 떨어져 산책 나가다 말고 다시 들어가야 하나 고민될 정도로 찬 바람 쌩쌩.
그 와중에 주민들이 가져온 쓰레기를 다시 분류하고 정리하느라 한편에 가져다 놓은 휴대용 난로 앞에서 몸 한 번 녹일 새 없이 분주한 경비원 아저씨들을 보고 아이가 제안했다.
우리는 근처 편의점으로 갔고 따듯한 유자차를 샀다.
짧은 거리에도 혹 온도가 떨어질까 양쪽 주머니에 음료를 챙겨 넣은 아이는 아저씨들에게 하나씩 건네며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라고 전했다.
아저씨들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던 순간.
우리를 위해 일해 주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늘 잊지 않아야 한다고 끊임없이 강조해 온 덕분인지 아이는 학교에서도 밖에서도 그런 분들에게 늘 따뜻하고 친절하다.
아파트 경비원님들 뿐만 아니라 청소해 주시는 분들에게도 깍듯하게 인사하는 건 물론이고,
여름에 아이스크림을 사 올 때면 늘 경비실에 들러 "더운데 이거 하나 드세요"라며 아이스크림을 건네고 돌아오곤 했다.
앞으로도 그런 마음을 잊지 말고 살기를.
# 세 번째, 의미 있는 생일 선물
지난 아이의 생일 무렵, 저녁을 먹고 함께 조깅을 하러 나갔다. 평소 우리가 좀 오래 뛸 때 선택하는 코스에서 늘 마주치는 '빅이슈' 판매원은 그날도 지하철역 입구에서 잡지를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그로부터 몇 달 전, 역시 아이와 산책을 간 길에 빅이슈를 구매하고 아이에게 '빅이슈'의 탄생과 그 배경, 노숙인 자립 지원 등등에 관한 이야기를 해준 후로 볼 때마다 "잡지 살까?"라고 하던 아이는
그날 자기 용돈으로 빅이슈를 구매하며 말했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 가운에서도 나는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가고 있는가를 본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 자신에게 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