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는 것
굿바이를 위한 준비
# 친구들을 위한 굿바이 구디백.
마음 같아서는 페어웰 파티라도 해주고 싶었다. 생일 파티도 못 하고 그냥 넘어갔는데 이 시국에 페어웰이 웬 말인가 싶어 아예 고민조차 못했다. 어떤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생일파티며 이런저런 모임도 하던데, 가는 날까지 조심 또 조심해야 할 상황을 다행히 아이는 이해해주었다.
그래도 친구들과 작별은, 아쉬운 마음은, 우정의 표현은 하고 싶었다. 방법을 생각 중이던 차, 며칠 전 온라인 PTC(Parents Teacher Conference)에서 담임 선생님이 먼저 물어봐주셨다. "마지막 날에 굿바이 간식 같은 거 보낼 계획이 있으신가요?" 국제학교 특성상 매년 떠나는 아이들이 많고, 해서 누군가를 보내는 일에 익숙한 이곳에선 굿바이 구디백이 흔한 인사법 중 하나다. 누군가는 간식을 보내기도 하고 누군가는 소소한 선물을 하기도 한다.
선생님 제안에 'yes'라고 해놓고 깊은 고민이 시작됐다. 간식거리 하나로 의무적인 일을 해치우듯 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의미 있는 선물을 하자니 여러모로 쉽지 않았다. 친한 친구들에게는 어차피 따로 서울과 한국을 상징하는 선물을 이미 준비해두었지만, 스무 명이 넘는 학급 모든 친구들에게 일일이 의미를 담기에는 시간도 에너지도 없었다.
주변에 아이디어를 구해봤지만 학교에서 보내지 말라고 한 품목들을 제외, 가격까지 맞춰 고민하니 더더욱 결정이 어려운 상황. 오전 내내 마트 등을 돌며 답을 찾기로 한 나는, 결국 2시간에 걸쳐 4군데 마트 및 숍을 돈 끝에 마음에 드는 구디백 구성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너트 프리 브라우니 에너지 바와 알록달록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풍기는 초가 그것. 인원수에 맞춰 산 뒤 일일이 포장까지 마치고 나니 마음에 쏙 드는 것이 오전 내내 발품을 판 보람이 있다. 초를 켜는 동안에는 우리 아이를 잠시라도 생각해주겠지?
# 감동이야, 디지털 메모리 북.
구글 클래스에 담임 선생님의 프로젝트가 올라왔다. "우리의 소중한 친구가 곧 떠나요. 디지털 메모리 북으로 우리의 마음을 전해줄까요" 선생님이 직접 만든 템플릿이 첨부돼 있었는데, 일단 그렇게 애써주신 마음이 너무 감사했다.
떠나는 친구들에게 '메모리 북'을 만들어주는 것은 으레 하는 일이다. 원래 지난 8월 귀국 예정이었던 터라, 우리 아이도 3학년 마친 7월에 아이들이 자필로 메모리 북을 받아 들고 왔었다. 말이 메모리 북이지, 아이들이 자신의 이름과 컨택 포인트, 그 친구에 대한 기억과 남기고 싶은 말 등을 써넣게 돼 있는 낱장으로 된 흑백 종이다. 한 친구 당 한 장씩 써 주니 뭐 그걸 모으면 메모리 북이 되긴 되는 건데... 소수의 아이들을 제외하곤, 설령 친한 친구라 해도 의무감에 쓴 게 티 날 때가 많다. 글씨도 알아보기 어렵고, 과연 얼마나 오래 보관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데 오늘 선생님의 디지털 메모리 북을 보니 그 모든 고민이 한방에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일단, 템플릿 자체로도 고마웠는데 아이가 하교 후 보여준 완성된 메모리 북은 감동 그 자체였다. 친구들 대부분 너무나 정성 가득, 아이에 대한 마음을 표현해주었고, 교장 선생님부터 모든 과목 선생님들까지 참여해 각자의 페이지를 완성해준 것이다. 우리 아이와의 잊지 못할 기억이며 칭찬과 격려, 미래에 대한 기대와 밤, 다시 만날 것에 대한 희망까지, 읽는 동안 그 따뜻한 진심이 느껴서 얼마나 감동스럽던지. 그야말로 완벽한 메모리 북이었다. 3년 4개월, 아이의 학교 생활이 이토록 아름답게 마무리될 수 있다는 게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아이는 학교를 선생님들을 친구들을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자신이 그 학교의 일원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마음이란 그렇게 서로 통하고 통하는 것인가 보다.
마지막 일주일의 2/7일 차인 오늘, 하루를 또 충만하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