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문제의 핵심은 어쩌면 FOMO에 있을지도 모른다
'Anti-PIMU' 노력을 지속하기 위해, 나는 몇 주 동안 여러 가지 방법을 적용해 보았다. 가용한 수단과 자원을 동원하여 실생활에 접목시키려 노력했으며, 브런치에 글을 꾸준히 업로드하는 것도 그 과정의 일환이었다. 이런 노력들은 나에게 미디어와의 건강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줬고, 새롭게 배운 습관들이 점차 내 것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분명히 그렇다고 믿었다.
하지만 변화의 과정은 항상 원활하지만은 않다. 때때로 나를 찾아오는 이유 모를 불안감은 마치 날 시험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럴 때면 어느새 내 손은 휴대폰으로 가고 있었다. 금세 화면 속 세상에 몰입해버리곤 했다. 불안 위에 도파민으로 덮어쓰기를 한다. 하지만 잠시 덮어버린 불안은 당연히 사라지지 않는다.
도대체 이 불안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단순히 습관적인 반응일까, 아니면 다른 원인이 숨어 있는 것일까? 이것은 그저 일상적인 습관 이상의 문제로 보였다. 나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게 두려운 걸까?
FOMO(Fear Of Missing Out)란 '무언가를 놓칠까’하는 공포를 의미한다. 이 용어는 처음에 마케팅 분야에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대화형 미디어 사용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우리 일상생활에 깊이 자리 잡은 현상이다. 현재 우리는 친구들의 사진, 동영상, 글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즉시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보 접근성의 증가는 양날의 검이다. 한편으로는 편리함과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놓칠까'하는 공포감이 생기게 한다. 때문에 FOMO는 때때로 PIMU로 발전할 수 있다. 무언가를 놓칠까하는 공포감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대화형 미디어의 과도한 사용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의 일상생활은 방해 받게 되고,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이런 부정적인 영향은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문제일 것이다.
나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조차 명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것이 극도로 두려웠다. SNS에서 친구들의 최신 업데이트를 확인하지 않으면, 외롭고 고립된 기분이 들었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뉴스나 정보가 접근 가능한 시대에서 한 순간도 소홀히 해선 안 됐다. 스크롤은 쉴 새 없이 내려갔으며, 이런 행동은 일상의 패턴을 망가뜨렸다.
모든 사람과 연결되어 있고, 모든 정보를 손에 넣기 위한 이 집착은 나를 하루 종일 화면 앞에 붙잡아두게 만들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되었으며, 안구건조증과 시력 저하까지 겪게 되었다.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았다. 수년 동안 굳건하게 쌓아온 이런 습관들이 고작 몇 주 만에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내 자신이 너무도 낙관적이지 않았나? 몇 주 동안의 변화 시도는 수년 간 깊숙히 박혀있는 습관 앞에서 얼마나 보잘것없어 보일까? 내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이런 의문을 제기하곤 했다.
이건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은 노력이 아닐까?
결국, 얼마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FOMO의 영향으로 대화형 미디어 사용량이 폭증하였고, 이로 인해 중요한 작업들이 방해받는 현상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과 본질을 파악해야 했다. 나는 어떤 것을 놓치기를 그렇게까지 두려워했던 걸까? 그리고 왜 그것이 나에게 큰 공포로 다가왔을까?
우리 모두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존재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성을 갈망하며, 그 연결감에 속해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경험은 때때로 그룹에서 소외되거나 외면당하는 것에 대한 공포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바로 이런 공포가 FOMO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SNS가 발달한 세상에서, 이런 공포감은 사이버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24시간 쉴 새 없이 가동되는 디지털 세계에서 우리의 공포 역시 항상 '켜져 있는' 상태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연결되어있음으로써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는 경향도 강화된다.
여기서 묻고 싶은 질문은 바로 '우리가 꼭 이런 상황에 처해야만 하는 것일까?'라는 것이다.
만약 아니라면, 변화 가능성은 어디에 있을까?
먼저, 나는 사회적 연결성에 대해 새로운 타협점을 찾았다. 그것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연결이 필요하지 않다'는 깨달음에서 시작되었다. 의미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있어서는, 소수의 깊고 진실된 인간관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나는 사회적 연결의 정의를 재구성하기로 결정했다.
한 가지 단순한 실험을 시도했다. 카카오톡에서 일시적으로 탈퇴하는 것이다.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실제로 그럴 수 없으므로, 마음속에서라도 그렇게 해보기로 했다.) 그 후, 바쁜 생활 속에서 가끔 카카오톡 메시지만 주고받던 오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니 결혼식 아니고, 사이비 포교도 아냐, 단지 네가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그들과 함께 오랜 시간 대화하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했다. 직접 만나진 못했지만, 목소리를 듣고 대화하며 느낀 감정은 SNS 메시지보다 훨씬 더 큰 안정감과 유대감을 주었다. 그저 같은 시간대에 존재하며 목소리를 공유한다는 단순한 사실이 얼마나 강한 연결성을 형성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이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놓치고 있다'라는 FOMO에 대한 공포를 상쇄하는데 충분했다. 내가 포기한 것은 복잡함과 분산된 주의력이었다. 그 대신 얻게 된 것은 더욱 단단해진 관계와 깊어진 안정감이었다.
두 번째로, 미래 지향적인 공포인 FOMO를 직면하려 했다.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 개인이 잠재적으로 잃어버릴 수 있는 것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잠재적 가능성'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그것은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상황에 기반하여 예측되지만, 결국엔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유비무환)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과도한 걱정(예기불안)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유비무환은 모든 가능성을 준비하는 것으로 계획과 준비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 반면 예기불안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하는 것으로 우리의 통제력을 넘어선 부분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나는 '현재'에 집중하기로 하고, 잃어버릴까 두려운 ‘미래’의 가능성보다 지금부터 창조할 수 있는 0%에서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유비무환의 원칙과 함께 현재에 초점을 맞추되, 좀 더 건설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었다.
나는 시간 관리와 생산성 향상에 특별히 초점을 맞추었다. 이를 위해 '블럭식스'라는 방법을 도입하였는데, 이는 하루를 여섯 개의 블록으로 나누고 각 블록에 해야 할 혹은 하고 싶은 작업을 할당하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책(https://www.yes24.com/Product/Goods/104868817) 에서 확인할 수 있다.
'블럭식스'는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이 방법의 핵심은 단순히 여섯 가지 작업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일들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되며, 그 결과로 우선 순위를 정하고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과감히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향상되며 시간 사용도 효율적으로 바뀌게 된다.
특히 ADHD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블럭식스'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 방법을 통해 시간을 시각화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력 분산 문제를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든 게 다 중요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우선 순위 설정과 일의 구조화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나는 FOMO에 대응하기 위해 삶을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바로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것만큼이나,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과감하게 제거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우리 삶 속에서는 정보와 기회가 넘쳐난다. 이것들은 종종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선택의 어려움을 증폭시키며, 결국 FOMO를 야기한다. 그럴 때 기억하면 좋을 것은, 모든 정보와 기회를 추구하기 보다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몇 가지를 선별하고 그에 집중하는 것이 단순명료한 삶을 만드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