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뜨거운지 찬 지
짠지 싱거운지
뾰족한지 아닌지
까끌한지 아닌지
먹고 보고
만져보고
입어보던
기미상궁
뽀얀 얼굴에 핀 검은 꽃으로
제 일이 끝났음을 선포한다
수줍던 빨간 꽃이
떨어져 땅을 물들일 시간
무뎌진 혀끝
단단해진 손마디
갈라진 발끝마저
작별의 기미를 고하면
모른 척 뭉그적
못 들은 척, 안 들리는 척
애써봐야
순식간에 다가온 찰나
그렇게나 여러 번 알려줬는데
그렇게나 여러 번 불렀는데
낯가죽도 검은 꽃으로 뒤덮여
두꺼워 흘러내리는 영원
갈 때가 되었구나
순순히 인정하고
제 발로 낙하하는
화려했던 검은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