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因)

by 따름

찰나의 멈춤과 또 다른 찰나의 멈춤이 만나 점을 찍었습니다. 만남이라기보다 충돌이라고 보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서로가 서로를 보지 못했거든요. 여러 번의 충돌을 거쳐 깎이고 닳아 작아졌지만 더 가볍게 앞으로 앞으로 쭉쭉 뻗어나갑니다. 시작은 있되 끝을 알 수 없는 여정.


세상의 수많은 충돌을 선으로 연결해 보기도 하고 멈춰서 또 다른 충돌을 구경하기도 합니다.

선으로 연결하다 보니 선안에 면이 생기네요. 점 덕분에 구경할 여유가 생깁니다. 면은 드러누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 줍니다.


꽉 막힌 면은 더 이상 햇볕이 통과하지 못해 온몸으로 그 뜨거움을 다 받았지만 견디어 냅니다. 담다가 흘리기도 하고 담다가 돌려주기도 합니다. 또 받은 것을 나누어주기도 합니다. 온 동네 소문이라도 내듯 간판의 불도 환하게 켜 두었습니다.


멀리서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봅니다. 전지적 관찰자의 입장이라도 된 듯. 손바닥만큼 작은 세상에 두발 단단히 딛고 서서 올려다봅니다. 그들만의 나아감과 부딪침, 쉼과 또 다른 시작을요. 그리곤 손가락을 높이 쳐들고 그들의 흘러감을 따라 그려봅니다. 수많은 움직임의 흔적을 따라 그리며 미소 짓습니다. 미소는 어느 순간 벅차오르는 환희의 기쁨으로 가득 차올라 눈물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흘러내린 눈물이 땅을 적시고 촉촉해진 땅에선 생명이 움터요. 그리곤 면에서 반사된 햇볕을 잔뜩 받아 고개를 내밉니다. 하나, 둘. 떨어진 눈물들만큼 화려한 꽃들이 피어나 온 세상이 향기로 가득 찹니다.


반짝 빛나는 별아래 정원에서 울고 있는 소녀야.

네 씨앗이 네 안에서 흘러나올 그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단다.

씨앗을 품고 태어난 어여쁜 소녀야, 하늘을 올려다봐.

부딪쳐야 면이 생겨, 빛을 받아 반짝일 수 있고

반짝여야 네 안의 씨앗이 온기를 품을 수 있단다.

기쁨의 환희에 가득 차 흘러내려야,

땅을 적시고 네 꽃을 피울 수 있단다.

이미 충분한 소녀야.

네 안의 씨앗을 깨우렴.

하늘의 빛으로

네 눈물로

그 꽃을 피우렴.





요즘 제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글자중 하나인 인(因)이라는 글자로 지은 자작시입입니다.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고 내내 머무는 글자들이 있는데 최근에는 이 글자였습니다.

이렇게 자작시로 토해내면 '인'이라는 글자를 보내줄수 있을까요.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많아 보내지 못하게 될까요.

저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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