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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물이 되지 말자

계속 공부해야 하는 이유

by 따름

공부를 해도 해도 잘 모르겠고, 나아지는 것 같지도 않고 해온 양보다 해야 할 공부의 양에 기가 눌려 버거웠던 순간이 있었다. 정체(停滯)라는 글자를 보면 나가가지 못하고 가죽(帶)으로 물(水)을 가두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가만히 그 자리에 머물며 더 이상 흐르지 못하는 상태가 바로 그것이다.


머무를 정(停) : 사람이 정자에 가만히 머물러 있는 모습
막힐 체(滯) : 가죽으로 물을 가두어 흐르지 못하게 막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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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제가 이 깜냥으로 누굴 가르칠 수 있겠냐"라고 스승님께 두려움에 사로잡혀 질문드린 적이 있었다. 내 지식수준의 깊이가 너무 낮아 도저히 내 앞에 놓인 큰 산을 내가 넘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기지 않았다. 난 너무 작고 초라한 반면 내 앞에 놓인 산이 너무도 높아 보였다. 그런 수준인 내가 어찌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고인 물이 되지 마세요.
내 그릇의 물을 채우느라 물이 고이게 그냥 두지 마세요.
항상 내 그릇에 모인 새물을 나누어 주세요.


라고 말씀하셨다. 스승님은 그때에도 내게, 부족이 초점이 아니라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채우라 일러주신 것이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그것이 다 찰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고도 하셨다. 늘 새로운 지식으로 채우고 바로바로 내게 들어온 새 지식을 나누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앞에 놓인 산을 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나의 그릇에 새물(新)을 채우고 나누는데(流) 집중하라고, 나의 시선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주셨다.

고여있는 것은 쓸모가 없다. 반면에 흘러 움직이는 것은 힘이 있다. 그 힘을 이용하면 여러 쓰임이 가능하다. 지식도 이와 같다. 지식을 가만히 고여 썩도록 두지 말라는 것이다. 고여 있는 것은 부패하고 냄새가 고약하지만 새로운 것은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새로우며 빛깔과 냄새도 좋다. 항상 새롭고 힘이 넘치는 지식을 나누는 것에 힘쓰라고 하신 말씀이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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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부족함을 느낀다. 날마다 새로운 물로 나의 그릇을 채우려 애쓰는 이유이다. 부족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은 노력을 하지 않는다. 내가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이 공부의 시작이고 새물로 채워야 할 필요이다. 부족하다 느끼고 내 그릇을 채우는 데에만(停滯) 급급했던 나에게 새로운 의미의 부여이고 다시 공부할 용기가 생겨나는 계기가 되었다.


일일학(日日學)
일일변(日日變)
일일신(日日新)



날마다 배우고 날마다 변하며 날마다 새로워질 나를 기대한다. 이것이 진정한 공부의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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