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제 수상작 모아보기!
12월 26일 월요일, 블루프린트가 주관하는 2022 연세대학교 종합 영상제가 열렸다. 학술정보원 3층에 손대호 미디어 감상실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학내 영상인, 영화인들의 교류와 동기부여를 위한 행사였다. 브랜딩팀 팀장으로 필자의 마지막 기획 행사이자, 2022년도 블루프린트 활동의 마무리를 멋지게 장식한 종합 영상제의 수상작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수상작 소개는 이번 행사 사회를 맡은 블루프린트 브랜딩팀 소속 이한승 팀원이 직접 작성했다.
총 30 개의 작품이 공모가 됐고, 총 일곱 작품이 본선 진출을 해, 최종적으로 다섯 작품이 수상을 했다. 심사는 현직 감독님이신 이철하 감독님께서 맡아주셨다. 감독님께서 직접 영상제에 와주셔서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 덕분에 영상제에 참여한 학우들도 즐거워했고, 앞으로 영상과 관련된 대학혁신사업이 계속 됐으면 좋겠다는 건의도 꽤 있었다. 연세대학교 종합 영상제는 앞으로 블루프린트가 매년 기획할 행사인 만큼, 연세 영상인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우수상 [Colors - Black Puma]
독특한 매력을 지닌 미국의 밴드 블랙 푸마스의 노래 <Colors>에 맞추어 제작한 이 뮤직비디오는, 상승과 성공을 위해 버둥대는 현대인들의 각박한 삶과 이를 벗어나고 싶은 일탈적 욕구를 카우보이 추격전의 주인공이 되어 악당들을 물리치는 망상을 하는 한 화이트칼라 직장인의 이야기를 통해 나타낸다. 총과 가죽 장갑, 슈트 등을 활용한 액션은 코믹하면서도 약간의 터프함을 곁들인 누아르적 분위기를 조성하며, 이는 우리 모두의 마음 한 켠에 숨어 있을 모험과 반항, 그리고 ‘멋’ 대한 원초적인 갈망을 효과적으로 끄집어낸다. 마치 왕가위의 <중경삼림>과 <타락천사>를 연상케 하는 스타일리쉬한 FPS 조절과 감각적인 색조명 사용, 그리고 기발한 미장센을 통해 만들어낸 카우보이 웨스턴의 황량한 색채는 제작자의 창의력과 대담한 도전 정신을 보란 듯이 뽐낸다.
https://youtu.be/UWrJ3fcbG38
우수상 [설레게 하는 여사친, 너 그거 유죄야! [연세대 웹드라마] 프레임 EP.1]
연세대학교 기록 영상단 YVAC의 웹드라마 시리즈 [프레임]의 첫 에피소드 <설레게 하는 여사친, 너 그거 유죄야!>. 사진을 찍기 좋아하는 한 대학생과 그의 여사친 사이에서 싹트는 애틋한 감정의 시발점을 담아내는 이 작품은 웹드라마 특유의 달달한 스토리라인과 통통 튀는 연기를 유지하면서도, 중간중간 영화적인 연출을 통한 영상문법으로 두 주인공 사이의 묘한 기류를 감각적으로 포착해 낸다. 조별 과제, 대학 캠퍼스, 그리고 놓치면 안 되는 막차까지.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겪어 봤을 보편적인 경험들 속에 자연스레 녹여낸 로맨스는 한없이 달콤하며, 본 작품의 엔딩을 장식하는 거침없는 뜀박질은 목표가 무엇이 됐던 일단 뛰고 보는, 무모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소중하고 아름다운 청춘을 상징하는 듯하다.
https://youtu.be/UniHRhu1BAw
우수상 [나의 봄]
“봄”의 생명력과 푸릇푸릇함이 연상되는 제목이지만, “봄”에 집중하지 말고 “나의”에 집중해야 한다. <나의 봄>의 연출자가 바라본 봄은 뻔한 단어만으로는 가둘 수 없는 시공간이다. 이는 봄에 대한 묘사를 전혀 다른 뉘앙스를 담아 이야기하는 두 여자의 말에서 나타나는데, 봄의 아름다움을 읊는 여성과 자신이 겪은 데이트 폭력을 서술하는 또 다른 여성의 단어들이 대비되며 만들어지는 아이러니는 매우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새로움과 생명의 계절 속에서 묵살되는 폭력과 아픔을 직시하는 연출자의 담담하고도 용기 있는 시선은 사적인 영역에 숨겨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폭력과 상해에 대한 인식을 끌어내며, 상징적인 이미지들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듦으로써 지극히 미시적인 개인의 삶과 우울을 섬세하게 탐구하는 데 성공한다.
https://youtu.be/2QUiksJNZHg
심사위원상 [애인]
연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가스라이팅과 데이트폭력을 오컬트 호러를 통해 이야기하는 <애인>은, 강의 과제였다고 믿기에는 힘든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영화 내내 유지되는 픽스샷들은 관객들의 시선을 억지로 고정해 놓아 일어날 공포를 그저 방관자처럼 바라봐야 한다는 허무한 무기력증을 안겨주며, 서서히 서스펜스를 고조시키는 전통적인 호러 문법을 따르되 적재적소에 배치한 점프스케어를 통해 관객들을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고요한 적막을 공포의 발걸음으로 인식해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환각에 시달리며 자기 여자친구의 정체를 시종일관 의구하는 남주인공의 모습은 개인의 객관적인 진실과 믿음을 악의적으로 무너뜨리는 가스라이팅의 위험을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경고하고, 이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큐어>를 연상케 하는 서늘한 와이드 샷과 한옥의 차분한 미장센을 통해 조성되는 미칠 듯이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어우러져 영화의 작품성과 장르적 성취를 한 층 끌어올린다.
https://youtu.be/2zJNKG6D4X8
대상 [댤갈을 찾습니다]
포스트모던한 영화적 구조를 중심으로 연출자의 실험적이고 키치한 감각이 담긴 연출, 초현실주의적인 미장센으로 눈길을 끈 <달걀을 찾습니다>이지만, 이 영화의 시각적 완성도만 이야기하기엔 너무나도 아쉽다. <달걀을 찾습니다.>는 슬픔과 슬픔의 치유에 대한 연출자의 독백이자, 어쩌면 일종의 다짐인 듯하다. 이 영화는 독특하게도 슬퍼하는 자가 아닌, 슬퍼하는 자의 곁을 지켜주는 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공감을 “계란”이란 실질적이고 여린 물체를 통해 나타내어 감정이란 한없이 유한하고 소중하며, 무한히 샘솟지 않고 언젠가는 바닥난다 이야기하고 있는 것만 같다. 사랑하는 이의 슬픔을 위로해 주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한 조각 씩 도려내어 그들에게 건네주는 주인공의 일대기를 보다 보면, 어느새 ‘공감’이 가지고 있는 희생적인 면모가 영상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자신의 사랑과 공감을 나누어 주다 보면 자신에게 남는 것은 없다는 허무함을 넘어, 나누어 준 조각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해줄 마지막 조각이 되기에 우리는 공감하고 또 위로한다. 희생에 대한 단단한 자부심, 따뜻한 공허함이 느껴지는 영화다.
https://youtu.be/nyfOAn3h22s
2023년 새로운 블루프린트의 해가 밝았다. 블루프린트는 2022년 너무 수고 많았지만 2023년에는 더 수고하고 더 멋진 사업들을 완수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