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못 읽는 아이의 독서법
"글씨도 같이 읽고 있지?"
독서 시간에 그림책을 건성으로 넘기는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에게 물었다.
"지금 그림만 보는 거 아니거든요!"
화가 잔뜩 난 아이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귀여운 외모로 언니들에게 사랑받는 지아는 이제 막 9살이 되었다. 8살 동생들은 3월에 들어올 예정이라 아직은 막내였고, 유난히 10살 언니들(3학년)과 노는 것을 좋아했다. 인형을 가지고 역할놀이를 하거나 마피아 게임, 댄스 같은 활동을 즐겼지만, 보드게임이나 블록놀이, 미술활동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매일 학습을 마친 후에는 책을 읽는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지아는 학습이 느리고 집중하지 못해 시간이 많이 걸렸고, 그 바람에 독서 시간이 부족했다. 지아는 언제나 언니들과 함께 책을 읽고 싶어 했다. 왜 그런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글자를 잘 읽지 못하는 것이었다. 언제나 언니들과 한 권의 책으로 장난치며 읽기에, 한 페이지씩 돌아가며 읽어보라고 했더니 지아 차례에서 한 글자 한 글자 더듬거리며 읽고 있었다. 함께 읽던 언니가 답답하다고 하자 기분이 상한 지아는 "그럼 같이 안 읽을 거야"라며 다른 책 한 권을 가져와 건성으로 책장만 넘기고 있었다. 독서는 이 아이에게 지루한 시간이었다. "언제 끝나요? 10분 남았어요?"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면 좋을까? 학습 담당 선생님도 지아의 학습이 어렵다고 말씀하셨다. 우선 글씨가 적은 책을 추천해서 독서 스트레스를 줄여주었다. 각자 읽는 속도가 다르다는 이야기도 해주고, 점차 좋아질 거라고 응원도 해주었다. 그리고 독서 프로그램을 바꾸어 보았다. 책을 읽은 후 활동지에 각자 소감을 쓰게 하던 활동 대신, 다른 방식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책 제목: 『왼손에게』
책 내용: 왼손의 마음 들여다보기
활동 방법: 왼손 그려보기 /
왼손 안에 젠탱글로 꾸며주기
준비할 때는 왼손을 그려서 젠탱글(다양한 무늬)을 넣어주려고 했는데, 큰 종이에 공작새를 그린 후 아이들의 손으로 공작새의 날개를 표현해서 협동작품으로 완성해 보았다. 그림의 제목을 정해보자고 했더니 아이들이 "손작새로 하자!"라고 의견을 냈다. 독서 프로그램에서 활동지를 그림이나 협동작품으로 바꾸자 아이들의 반응이 점차 좋아졌다. 책을 읽고 소감을 말하거나 쓰는 대신, 연결된 활동에 재미를 주고 활동 중간중간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로 오늘 활동에 대한 소감을 들어보았다.
지아처럼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독서 시간에 시도해 본 것들이 있다. 오디오북을 들으며 함께 보기. 지아는 혼자 읽을 때보다 이야기에 더 집중했다. 큰 글씨, 그림이 많은 책 선택권 주기. 같은 책 반복해서 읽기. 두 번째 읽을 때는 훨씬 자신감 있게 읽었다. 읽기보다 표현을 먼저 글을 다 읽지 못해도 그림이나 활동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지아는 1년이 지나자 학습에도 집중하는 모습이 보이고 책도 잘 읽게 되었다. 물론 쉬운 책을 더 좋아하지만, 독서 시간에 책을 스스로 찾는 모습, 재미있다고 추천해 주는 책에 대해 기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