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유리병을 건드리다.

지혜로운 멈춤

by 봄이의 소소한 날

마녀의 유리병을 건드리다니...

선반 위의 수많은 낡은 유리병 중 하나가

내가 쳐다보는 순간 신비한 색깔을 오묘하게 일렁인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취한 듯 눈을 떼지 못하고 다가가 기대와 두려움으로 그 유리병의 뚜껑을 열어 보았다.

유리병 위에 감돌던 연한 초록빛이 슬그머니 밖으로 새어 나오며 소곤거린다.

'뭐라는 거지?'

내 소리에 놀란 듯 그 빛은 흩어지는데..

놀라고 떨리는 내 손에서 유리병은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지고 만다.

아뿔싸....

깨진 유리병 사이로 속삭이던 빛은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바닥에 남아 있던 액체는 흐르고 만다.


내 마음에도 낡은 유리병이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냥 두는 편이 좋을 텐데..

그런데... 자꾸 마음이 쓰일 때가 있다.

건드리지 않는 이유가 있는데..

갑자기 불쑥 꺼내서 들고 흔들어 보고 결국은 깨지게 만들까?

누굴 다치게 하려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기다리는 편이 좋을 텐데...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쓰여질 재료가 될 감정들...

멈추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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