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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Nov 05. 2024

카페 갈 때 내가 챙겨가는 것들

가끔 카페에 간다.

두 아들을 학교,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나는 바로 카페로 향한다.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지만 아주 가끔은 차를 마시면서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몸을 맡기고 싶을 때가 있다. 

조금은 쉬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이들이 가방쌀 때 나는 에코백에 준비물을 챙긴다.

카페 갈 때 내가 챙겨가는 것들로 말이다.

책 한 권, 미니 독서대, 필통, 색연필, 볼펜, 작은 메모지, 스마트폰 충전기, 핸드크림 이렇게.

예전엔 교차독서한다고 책 두 권을 넣어 다닌 적도 있는데, 지금은 그냥 한 권만 챙긴다.

2시간 남짓 있는 시간 동안 책을 두 권 읽는다는 것이 욕심이라는 것을 알았고, 무겁기도 해서다.


찻값은 내가 그동안 걸어서 모은 캐시로 결제한다.

솔직히 카페 갈 때 아니면 사용할 일이 없어서 잘 이용하고 있다.

커피를 마시지 않기에 매번 어떤 차를 마셔야 하나 고민한다.

대부분 초코라테를 마시는데 이 날은 밀크티를 한번 마셔볼까 생각한다.

밀크티를 주문하고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는다.

9시 조금 넘은 시간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다.

조용한 가운데 흘러나오는 음악이 너무 좋다.


내가 매번 앉는 자리에 앉아 세팅을 한다.

독서대에 책을 끼우고 색연필을 꺼낸다.

책을 읽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에 밑줄을 긋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은 충전시켜 놓고 정면에서 나를 비치는 햇살에 눈이 부셔 블라인드를 조금 내린다.

다 내리면 바깥을 볼 수 없기에 조금만 내리고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잠깐 한다.

그 사이 밀크티 준비가 다 되어 1층으로 내려가 가져온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세팅되었다. 좋다.


밀크티 한 모금 마신 후에 책을 읽기 시작한다.

색연필로 밑줄을 그으려고 하는데 색연필 심이 덜렁덜렁거린다.

아침에 색연필을 연필깎이에 깎은 후 제대로 확인하고 나오지 않은 탓이다.

어떻게든 지탱한 후 밑줄을 긋는데 힘이 꽤 든다. 

잠깐 고민한다. 그냥 부러뜨릴까 이대로 쓸까.

몇 번 더 쓰다 그냥 색연필심을 부러뜨린다.

아주 자그마한 심을 손에 들고 그것으로 밑줄을 그어본다.

오~ 힘들지만 그어진다.

그렇다면 굳이 집에 가지 않고 이렇게 사용하기로 한다.


집에서 탈출했는데 30분 만에 돌아가기에는 조금 억울해서다.

차도 아직 많이 남았고, 집에 가서 책을 읽으면 집안일이 눈에 밟혀서 제대로 읽히지 않기도 해서다.

집안 식구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집을 떠나 조금은 낯선 곳에 있고 싶기도 하고.

누군가와 함께 하지 않아도 혼자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 시간이 소중하기도 해서다.

책을 읽고 가끔 바깥으로 시선도 돌리면서 차를 마신다.

10시가 조금 지나자 사람들이 조금씩 들어온다.

대부분 혼자 컴퓨터로 무언가를 하거나 핸드폰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

혼자만의 시간을 나름대로 즐기고 있는 셈이다.


물론 몇 명이서 같이 온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대화가 목적이기에 이야기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제야 여기는 도서관이 아니라 카페라는 사실을 한번 더 인식한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면서 가끔 책 읽는데 정신이 딴 데로 향함을 느낀다.

오늘은 집중력이 최대치가 아니라는 소리다.

그러면 뭐 어떠냐.

내 속도대로 즐기면 되는 것을.

이 시간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보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니까.


11시가 조금 넘어가자 집중력이 떨어짐을 느낀다.

바깥 구경을 하고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배도 살짝 고파지려고 하는 것이 카페에서 혼자만의 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살짝 아쉽지만 차 한 잔 시켜놓고 오래 있기도 그렇고 (사람들이 많이 없기는 했지만), 한 곳에 계속 앉아만 있었더니 힘들기도 하다.

내가 읽고자 했던 분량을 다 읽어서 미련 없이 집에 갈 준비를 한다.

독서대를 접고 책을 덮고, 색연필은 필통에 넣고, 충전기 등을 모두 챙겨 에코백에 넣는다.

사용한 화장지에 오늘 고생한 색연필심을 넣고 이젠 자유롭게 떠나보내주겠다고 혼자 인사를 건넨다.

모든 것을 정리한 후 머그컵을 제자리에 갖다 놓고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넣는다.

다음엔 또 언제 카페에 갈까 기대하면서 조금은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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