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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리본 황정희 Sep 23. 2021

글쟁이에 대한 내 생각

나는 글쟁이가 되고 싶다. 쟁이라는 말이 어떤 대상에 대해 낮추어 생각하는 말이라고 한다. 떼쟁이, 겁쟁이, 고집쟁이... 이런 부정적인 시선 가운데 독야청청 멋쟁이는 뭐지. 멋장이가 되다 만 멋쟁이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의미다. 나는 글쟁이가 되고 싶고 가끔은 멋쟁이가 되고 싶다.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사진 찍는 사람들 중에서 사진쟁이라고 부르는 것은 뭔가 폄하한다는 느낌이 있어서 싫다는 이들을 꽤 보았다.

나는 글쟁이는 되고 싶지만 사진쟁이는 되고 싶지 않은 이 괴리감은 무엇에서 오는 것일까?


사진은 자신감의 표출이고 글은 자신의 표출이다. 사진은 카메라라는 기계를 통해 조금은 미화된 자신의 내면을 표현할 수 있지만 글은 그렇지 않다. 온전히 자신이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글에 대한 평가에는 박할 수밖에 없다.


나는 너무나 부족한 글솜씨에 부끄러워 누군가에게 이 글을 봐달라고 말하기가 꺼려진다. 그래서 소통이란  것에 너무나 서툴다. 전략적이지 못하고 소극적이다.


사진에 대해서는 조금은 기댈 구석이 있다 싶은 지 꽤 자신만해 한다. 사진 기법은 몰라도 내 감성대로 찍는 사진이 나의 세계관을 대변한다며 스스럼없이 사진을 공개하곤 한다.


그런 와중에 부끄러운 일이 있었다. 한 달 전쯤에 진짜 상업사진을 찍는 이에게 강의를 들었다. 첫마디가 '이렇게 사진에 문외한 이면서 어떻게 사진을 찍느냐'는 말이었다. 나름 여행작가라면서 이렇게 이론을 모르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전히 사진은 기술이 아니고 감성이라는 생각을 유지하고 있다. 나름 멘탈이 단단하긴 하다. 난 여전히사진을 기술이 아닌 나의 느낌으로 찍고 있다.

친한 벗이 나에게 말했다.

"네 글이 사진만큼 되면 정말 좋을 텐데"


나의 글이 사진에 못하다는 말을 돌려서 말한 것이다. 난 사진을 찍을 때 한 대상을 향해 적게는 수십 장 많게는 수백 장을 찍는다. 그런데 글에 대해서는 그런 시도가 없다. 생각나면 끄적거리고 한번쯤 읽어보고 세상에 내놓는다. 글에 대해서도 사진처럼 수백 번을 찍는 시도가 있어야 할 텐데, 그것이 어렵다면 몇 차례라도 읽고 또 읽어 다듬는 과정이 있어야 할 텐데...

사진을 글처럼이라는 그 친구의 말은 참된 충고였다.

쟁이는 그리 나쁜 의미가 아니다. 쟁이가 되었다 어느 순간 장이가 되고 결국은 넘볼 수 없는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여전히 늦은 밤 끄적거리는 글쟁이가 되어 언젠가 이루게 될 나의 미래를 위해 나 자신을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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