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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 Feb 14. 2021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저변을 확대하고 세계를 확장하는 생산자의 길

하루에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영상은 약 60만 시간이다(무려 2017년 기준). 브런치에 발행되는 글은 대략 2,000개 정도(개인 추산, 직접 세어보았다). 이미 우리 생활은 콘텐츠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운동을 하고 싶으면 운동 채널을 구독하고, 요리를 하고 싶으면 블로그를 검색하거나 요리 영상을 검색한다. 주식으로 돈을 벌고 싶으면, 서점을 찾는 대신 유튜브를 먼저 찾는다. 영화를 보고 싶으면 영화관에 가지 않고, TV 리모컨의 넷플릭스 버튼을 누른다. 30초면 내가 원하는 영화가 TV에서 재생된다. 글을 읽고 싶어도 마찬가지. 검색창에 원하는 키워드만 넣으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글이 쏟아진다. 바야흐로 콘텐츠 과잉의 시대다. TV와 책이 거의 유일한 콘텐츠였던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쏟아지는 콘텐츠만큼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신문 한 켠의 TV 편성표를 보며 방송 시간을 확인할 필요가 없어졌다.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형과 누나를 위해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할 필요도 없어졌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과 컴퓨터만 있으면 원하는 콘텐츠를 바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콘텐츠 소비가 쉬워진 만큼, 콘텐츠를 대하는 자세도 크게 변했다. 우선,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 시간과 장소가 아무런 벽이 되지 않기에, 언제 어디서든 콘텐츠를 쉽게 소비한다. 클릭하고 닫고, 클릭하고 또 닫는다. 중요하지 않은 장면은 건너뛰고, 중요하다 생각하는 장면만 골라 시청한다. 2시간짜리 영화를 보는데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글을 읽을 때도 시간을 들여 정독하는 법이 없다.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주요 문장과 단어만 발췌하듯 읽는다. 조금 길다 싶은 글을 만나면, 읽기도 전에 벌써 피로해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콘텐츠는 가볍게 소비할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생산자의 입장은 어떨까? 글, 영상을 만드는 사람은 콘텐츠를 제작할 때 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글 하나를 쓸 때도 고심하고 또 고심해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는다. 재미있고 쉽게 읽히도록 문단을 배치하고 양을 조절한다. 글을 소비할 때도 소비자의 입장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어떤 점이 구독과 댓글을 만들어내고, 어떤 포인트에서 재미를 느끼는지 분석한다. 작가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이 써 내려간 단어와 문장을 여러 번 곱씹는다. 작은 디테일 하나라도 놓지지 않으려고 꼼꼼히 들여다본다. 영상을 볼 때도 어떤 썸네일이 클릭을 부르는지, 어떻게 연출하고 구성해야 사람들이 재밌어하는지 고민한다. 단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쉽게 소비해 버렸던 수많은 콘텐츠들이, 생산자에게는 모두 교사이고 선생님이 된다.

글 쓰는 게 무슨 돈이 될까? 지금 유튜브를 시작한다고 돈을 벌 수 있을까? 사실 이런 고민들이 생산자로 나아가는데 큰 걸림돌이다. 막상 글을 쓰거나 영상을 찍다 보면, 이렇게 해서 언제 돈을 벌까 싶다. 콘텐츠는 계속 만들어 내는데 보는 사람은 없고 구독자가 늘지 않으니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다.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유튜브와 블로그는 포기하는 속도 역시 빠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콘텐츠는 꾸준함이 더해져야 그 가치가 상승한다. 빠르게 결과물을 얻고 싶겠지만, 셀럽이 아니고서야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각인되기 위해서는 성실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매일이 무리라면, 일주일에 1개라도 쓰고 영상을 만들자. 마음 편하게 콘텐츠를 소비할 것이 아니라, 생산자로써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하자. 생산자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사람들에게 인정받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은, 물건을 파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소비자의 시각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숨어있는 가치들이, 생산자의 입장이 되어보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어쩌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다.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주어진 일에만 충실하는 것은, 자신의 가능성을 한정 짓는 일이다. 피로에 짓눌려 멍한 상태로 아무리 자판을 두드려보아도 내 세상은 조금도 확장되지 않는다. 내가 가진 능력,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무언가 만들어내는 일을 계속해서 시도하자. 돈이 안 된다고, 시간이 없다고 쉽게 포기하지 말자. 지속적인 생산과 도전만이 저변을 넓히고 내 세계를 확장시킨다는 것을 기억하자.

신영복 선생은 그의 책, 담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비를 통하여 행복감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를 통하여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인간적 정체성은 소비보다는 생산을 통하여 형성됩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생산자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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