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삼십 대의 아빠다. 청룡띠 아들을 위해 준비한 이 조니워커 블루라벨 청룡에디션을 뜯을 때쯤, 우리 아들은 어떻게 자랐을까 무척 궁금하구나.
올해를 돌아보면 내겐 무척 뜻깊은 한 해였던 것 같다.
전엔 한 해의 끝자락에 이렇게 '올해를 잘 보냈다'며 뿌듯하고 충만했던 적이 단연코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엄마가 널 일찍 낳을 것 같아 마음 졸이고, 병원을 자주 드나들고, 오랫동안 입원하며 수축이 멈추길 바랐던 나날들이 불과 몇 달 전이었는데 그러면서 아빠는 아들 맞이한다며 퇴근 후 저녁 내내 빨래하고, 이것저것 준비하면서도 밤엔 엄마와 함께하기 위해 병원에 가서 잤던, 힘들지만 널 볼 수 있어 설렜던 그런 나날이었는데
예정일보다 3주나 먼저 태어나 걱정했지만
생후 170일이 된 지금은 살이 제법 올랐고, 뒤집기를 한다고 온 바닥을 굴러다니는 모습을 보니 언제 이렇게 키웠나, 하곤 벅차구나.
그렇기에 올해는 아빠와 엄마에겐 힘들고 고단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행복하고 충만한, 그런 한해였다.
(아빠는 너를 위해 사내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선택하기도 했다. 그래서 6개월간 엄마와 고군분투하며 너를 키웠지. 그냥... 알아만 두길 바란다...ㅎ)
또 그렇기에 힘겹게 낳고 기른, 그래서 더 소중한 아들이 건강하게 태어난 올해가 아빠와 엄마에겐 무척 뜻깊고 뿌듯한 해였다.
이 글을 보는 시점엔, 우리 아들이 어떤 사람으로 자라 있을까, 궁금하다. 아빠는 네가 어떤 사람이 되길 바라는 것도 없고, 또 바란다고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기에 어떻게 자랐든 응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전적으로 믿고 힘닿는 한 지원해 줄 준비도 되어 있다.
다만, 이 글을 읽는 시점으로부터는 자신감 있게 앞으로 나아가길 바랄 뿐이다.
아들은 가장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네가 태어난 올해가 아빠, 엄마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특별한 한 해였던 것처럼 말이다.
아빠가 사회에 나간 직후부터 지금까지 느꼈던 가장 소중한 자산은 스스로를 소중하다고 여기는 생각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었던 것 같다.
인간관계나 학업, 커리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결국 스스로의 멘탈 차이로 성공한 경험과 후회되는 경험이 갈린 것 같아서야.
네가 스스로 소중한 사람이고, 사랑받아야 할 사람이고,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길 수 있는 이유는 결국, 아빠와 엄마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들이라서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고 아빠는 믿는다.
행복은 가족과 나누고, 힘들 땐 가족에게 기대면서
앞으로 멋지고, 신나며, 다양한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아빠도 그랬으니까.
꼰대 같은 이 아빠의 말을 다 들을 필요는 없지만 몇 개는 아마 네가 살다 보면 들어두니 꽤 도움이 되네, 하고 생각할 수 있을 거다.
아빠도 아빠의 아빠에게 이를 전수받았단다.
(그리고 원래 아버지는 자고로 꼰대 같은 맛이 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빠와 조니워커 양주 최고의 라인인 블루라벨을 한잔 하게 된 이 순간, 아빠는 무척 행복할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