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마지막이라고 슬픈 건 아니다

심리상담 일기(16), 마지막

by 신푸름

1. 상담받고 싶었던 주제에 대해 현재는 어떠한지.


1) 평소 잘 참다가 어느 순간 욱하고 터지는 순간이 있었다고 했었는데 최근에는 좀 어떠했는지?


최근에는 감정적으로 터지는 순간은 없었습니다. 그런 일이 크게 없어서 그랬는지 제가 잘 넘어가서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좋아졌다고 느끼는 건 예전과 비슷한 상황이 있어도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굳어지는 행동은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는 겁니다. 그런 상황을 긍정적으로 넘기는 방법이 생긴 것 같습니다.


예전에 주차 때문에 스트레스받았다는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최근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에 주차를 해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자리를 찾기 위해 몇 바퀴를 계속 돌았었는데 그때 생각도 '돌다 보면 자리가 나겠지' 하면서 그 상황을 저에게 스트레스로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렸는데 전과 비슷한 상황에서 훨씬 차분했다고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직장에 계시는 과장님과 실장님이 변하신 건 없습니다. 소통이 안돼서 업무진행에 답답함이 있는 것도 똑같아요. 하지만 전과 다르게 직장에서 느낀 답답한 감정이 퇴근해서도 찐득하게 달라붙은 껌처럼 신경 쓰이진 않는 것 같습니다. 직장에서의 일은 직장 일로 남겨두고 직장에서 느낀 짜증과 화나는 감정도 직장에 두고 왔습니다. 집에 와서는 내 할 일에 집중해서 운동하고 책 읽고 공부하는 것으로 마음을 채우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제 안을 채워가다 보니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가 퇴근해서까지 영향을 크게 주지 않더라고요. 만일 남아있는 감정이 있다면 전에 이야기해주셨던 가마솥 연상 명상을 하면서 풀어갔습니다.


직장에서 있었던 일로 생긴 부정적인 감정을 직장에 두고 온다는 생각을 갑자기 해낸 건 아닙니다. 저의 의견이 '원칙'이라는 단어 앞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병원 근무 연차가 다른 분들에 비해 적어서 무시하는 건가 생각하기도 했고 혁신이 부족한 조직이라고 생각하면서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했었습니다. 그 생각이 제 자신을 작아지게 만들었고 모든 문제의 원인이 저의 능력 부족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존감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상담을 하면서 제가 그렇게 자존감이 낮을 필요가 없는 사람이고 오히려 이 병원보다 더 좋은 곳에서 일할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가고 나니 제 가치를 높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으로 시간을 허비할 바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뭐든지 하자는 목표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되니까 퇴근하고 남은 시간이 너무 소중하더라고요. 내 할 일하기도 바쁜데 그런 생각할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그렇게 직장에서의 시간과 저만의 시간을 분리하기 시작했습니다.


2) 주변 상황이나 외부자극에 의한 부정적인 감정에 잘 휩쓸리는 편이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어떠한지?


전에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여자친구랑 만나서 점심을 먹으려고 메뉴를 기다리는데 이유 없이 예민해지고 까칠해졌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런 감정과 행동이 나오는 제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런 감정과 행동이 나온 이유가 단순히 '배고픔'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사실을 알고 나서는 제 감정과 생각을 편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배고프면 그냥 배고프다고 이야기하고 피곤하면 피곤하다고 솔직하게 내뱉는 식으로요.


직장에서 짜증 나는 일이 생겨도 누군가에게 이야기했을 때 그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 봐 혼자 쌓아뒀었는데 지금은 그냥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쌓여있는 감정을 흘러가게 하니 오히려 짜증이라는 감정보다 짜증 났을 때 나오는 행동이 더 안 좋다는 것을 알게 돼서 좋았어요. 대화하면서 그런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툭툭하고 넘어가니 감정이 잘 안 쌓여서 좋았습니다.


3)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정리되었는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진 않습니다. 다만 거기에 대처하는 저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조급했고 목표달성 실패라는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면서 결정을 쉽게 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실패했을 때의 좌절감과 패배감이 주는 영향이 엄청났었고요. 지금은 그런 감정보다 '일단은 해봐야지'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최근에 공기업 지원한 게 사실 좋은 결과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갈 수 있는 길이 이 길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난 시간이 없으니 신중하게 길을 결정해야 한다라는 생각보다 나는 어떤 일이든지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맞는지 안 맞는지를 너무 따지지 말고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을 하려 합니다. 말씀하신 현실적인 문제는 나이라든지 과거의 했던 결정으로로 인한 현재의 결과들이 있었는데요. 예전에는 그것이 너무 억울했습니다. 바꿀 수 없고 과거의 제 자신에게 화도 났고요. 지금은 그것보다 제가 갖고 있는 능력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인생의 큰 방향을 세워본 건 새로운 직장에 정착하면 전문적인 일을 하기 위한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단기적으로 되는 일은 아니라서 꾸준히 해야 이룰 수 있는 방법이거든요. 하지만 저는 꾸준한 게 저의 큰 장점이니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지금 본인 자신에 대해서 좀 사랑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지


예전에는 제 자신에 대해서 몰랐던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상담하면서 알아간 부분이 많지만 앞으로도 알아갈 부분도 많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알게 되면서 제 자신에 대해서 소중히 생각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 걸 몰랐을 때는 내가 왜 짜증이 나고 왜 화가 날까,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고 부족해 보이고 싶지 않은데 정작 실제 나의 모습은 그렇지 않으니까 부끄럽고 제 자신을 품어주기가 어려웠습니다.


상담하는 기간 동안 제 자신을 들여다보고 하니까 'OO아, 네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그래서 이런 행동을 했고 이런 감정이 들었구나!'라고 알게 되었고 이해하게 되니까 사랑할 수 있던 것 같습니다. 전에는 나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나는 무척 괜찮은 사람이고 능력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상담종료 후 가장 불안한 부분은 실패와 좌절에서 오는 무기력 현상인데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하실 생각인지?


실패를 하게 되면 그것을 숨기려고 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실천일 것 같습니다. 저의 실패로 인해서 제 자신을 부족한 사람으로 볼까 봐 숨기려고 했던 것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그것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실패에 대한 분석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실패를 하고 나면 드는 좌절감 때문에 내가 왜 실패했는지를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들여다보면 더 안 좋은 감정이 올라오는 것 같아서요. 만일 그런 상황이 찾아보면 제대로 분석도 하고 이것만이 정답이 아니니까 다른 방향도 생각해 볼 것 같습니다. 이젠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가 아니라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바다 위의 배 같은 존재라는 걸 아니까요.


그리고 실패했다고 해서 엎어져 있지 않고 뭐라도 움직이려고 할 것 같습니다. 뭐라도 움직여서 제 가치를 증명해나가고 싶습니다.


4. 마지막으로 상담 종료를 앞두고 드는 마음은 어떠신지?


전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던 제가 변했다는 것이 느껴지니까 신기한 것 같습니다. 처음에 상담을 신청할 때는 지금의 기간을 예상한 건 아니지만 짧은 기간에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뀌는 제 자신을 느끼고 주변에서도 알아가니까 좀 더 빨리 할 걸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미 지나간 건 어쩔 수 없긴 하죠.


저는 제가 내리는 결정을 항상 의심하고 불안해했습니다. 결정을 내리는 것도 어려웠고 내리고 나서도 끊임없이 의심했는데요. 이제는 기대가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상담 이후 앞으로의 미래에서 만날 새로운 조직, 새로운 사람들에 제 자신이 어떻게 대처하고 변해나갈지가 기대됩니다. 상담 종결 소감을 이야기하게 되면 눈물이 엄청 나올 것 같았는데 막상 심정을 이야기하다 보니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그렇게 슬프진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마음을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고요. 이런 시간을 가진 게 정말 잘한 결정이다, 여자친구가 추천해 준 기회를 잘 잡은 제 자신에게 칭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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