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푸름 Nov 06. 2023

금요일 휴가와 인천의 멋진 조합

인천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차이나타운, 월미도

친구네 부부와 나, 여자친구 네 명이서 1박 2일 여행을 가기로 했다. 곧 다가올 12월에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쁜 친구네는 마음적으로 여유의 시간이 필요했고 우리도 여행을 안 간 지 시간이 꽤 지난 상황이었다. 서로의 시기가 잘 맞아 의기투합하여 날짜를 정해 어디론가 가보기로 했다. 


여행 생각에 신난 우리는 목적지부터 정하기 시작했다. 각자 이야기한 여행 가고 싶은 지역 후보 여러 군데 중 인천을 가기로 결정했다. 바다도 볼 수 있고, 개항기 문화가 가득한 개항장 거리부터 세련된 신도시 송도까지 곳곳마다 각기 다른 매력이 어우러진 지역이라 한 지역을 방문해서 여러 가지 문화를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었다. 


친구네는 서울에서 지하철로 이동하고 우리는 원주에서 자차를 가지고 이동했다. 꽤나 이른 시간에 출발했음에도 출근 시간대가 되니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서울 시내로 들어가는 건 아니라서 우려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다. 오히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해서 처음에 가기로 한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개장시간을 기다리기 위해 근처 빵가게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기로 했다. 


다들 이른 아침에 장시간 이동을 하느라 벌써부터 피곤해 보였다. 이날을 위해서 각자 직장에서 영겁의 시간을 버텼기 때문에 즐거운 여행을 위한 텐션을 올려야 했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이른 시간대라 혼란스러운 마음이 모두에게 멍한 표정으로 드러나는 듯했다. 새벽 운동을 하고 와서인지 꽤나 제정신이었던 나는 관찰자 시점에서 그런 모습들이 보이니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큭큭거렸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는 인류사와 함께한 문자의 발달과정을 유물과 기록을 통해 알아볼 수 있었다. 마지막 피날레 전시관 주제는 역시 한글이었다. 문자의 최종 발달 단계로서 24자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게 만든 과학적인 문자를 배우고 읽고 쓸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생각이 많이 남는 작품은 이모티콘만을 사용해서 생각을 표현해 전시한 작품이었다. 이것을 문자와 문화의 진화라고 받아 들어야 할지, 편의성만을 강조해서 기존의 문자체계를 파괴시키는 것으로 받아 들어야 할지 몰라서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조선시대에는 기존에 쓰는 한자가 당연한 것이고 새로운 문자였던 한글을 생소하고 이상하게 여겨 반대하고 배척했던 많은 선조들의 모습이 있었다. 우리나라 문화를 발전시킨 건 결국 한글을 존중했던 전자의 입장이고 거부감을 느낀 건 후자의 입장이었다. 양측 생각이 동시에 떠오른 나는 문화의 발전을 위한 전자의 입장으로 내가 좀 더 개방적으로 마음을 열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무조건 새로운 것이 좋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안상수 작가, '알파에서 히읗까지'

상설전시의 마지막인 안상수 작가의 '알파에서 히읗까지'라는 작품은 이곳의 모든 것을 압축해서 담았다고 할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가장 공용적으로 쓰이는 문자 알파벳의 라틴어 '알파(α)'를 시작으로 크나큰 장벽을 넘고 넘어 최종적으로 한글 '히읗(ㅎ)'에서 마무리 지은 아름다운 붓질을 보고 살짝 전율을 느꼈다. 한글의 위대함을 느끼기도 했고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지만 그만큼 최신 제작된 문자로서 다른 문자들의 문제점을 보완한 완벽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멋진 감동을 받으며 전시관람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인천 차이나타운 입구

다음은 이왕 인천 차이나타운에 왔으니 자장면은 무조건 먹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모아져서 차이나타운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빨간색과 화려한 문양들이 가득한 건물들을 계속 보다 보니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게다가 우리가 방문한 날에 여러 지역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왔는지 학생들과 인솔하는 선생님들이 굉장히 많아서 거리가 복잡했다. 고된 하루를 보내시는 선생님들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내면서 거리를 한 바퀴 돌고 빠져나왔다.



주차장으로 가던 길에 월미바다열차 안내문을 보게 되었다. 박물관과 차이나타운을 쉼 없이 돌아다녔기에 앉아 쉬면서 바다와 도시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모노레일인 월미바다열차는 지친 우리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굉장히 매력적인 일정이었다. 한 바퀴 도는데 45분 정도 걸리고 시속 9km 내외로 돌기 때문에 아름다운 월미도의 경관을 눈에 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월미바다열차 코스는 4개의 역으로 구성되어 있고 중간에 원하는 역에서 내리고 1번 환승(재승차)이 가능했다. 우리는 월미문화의 거리역에 있는 카페에서 해가 질 때까지 수다를 떨다가 환승해서 돌아왔다. 월미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디스코팡팡이 있었지만 아무도 탈 생각이 없었다. 체력이 다들 방전되었던 것 같다.


저녁으로 유명 유튜버가 소개했던 맛집에 가려 했으나 웨이팅에 대한 부담감으로 숙소 가는 길 근처에서 먹기로 했다. 월미바다열차의 마지막 코스를 지나기 전에 찾은 숙성회 식당으로 갔는데 굉장히 맛있었다. 숙성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실 회는 그동안 초장 맛으로 먹었었는데 숙성회는 그냥 먹어도 덜 느끼하고 식감도 좋았다. 비린 맛도 덜하고 지방이 많은 부분도 텁텁하지 않았다. 회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아무튼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여자친구가 숙성회를 먹고 굉장히 좋았는지 다음에 또 먹자고 했다. 입이 짧은 여자친구가 먼저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숙성회를 또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미리 예약한 닭강정을 픽업해서 송도 숙소로 돌아왔다. 어느새 나도 몸이 노곤노곤해지기 시작했다. 커튼을 걷은 숙소 창문에서 보이는 송도 야경은 미완성이었지만 평소와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레는 모습이었다. 숙소가 고층에 위치한 탓에 지상과는 동떨어진 곳에 있는 느낌도 설렘에 한몫을 더했다. 내일은 영종도를 가기로 결정하고 이곳저곳 볼거리를 찾다가 잠이 들었다. 여행에 와서 잠자리가 바뀌었다고 예민해져서 잠을 못 잔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환경에 잘 적응한다는 건 여행에 적합한 최고의 장점인 것 같다. 일정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운전만 무사히 잘 하면 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올해 마지막 뜀박질, 비와 함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