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이라는 사자성어 아세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회식을 마치고 팀장님 차를 얻어 타고 가는 길이었다.
팀장님은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지셨다.
우공이산. 시간이 오래 걸려도 꾸준히 노력하면 뜻을 이룰 수 있다는 말.
'우공'이라는 사람이 집 앞에 있는 두 개의 큰 산을 옮기려고 했는데 그 방법이 무식하기 짝이 없었다.
직접 흙을 옮겨서 산을 옮긴다는 계획이었는데 그것을 들은 친구가 그만두라고 하자 우공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늙었지만 나에게는 자식과 손자가 있고 이들이 자자손손 대를 이어나갈 걸세. 하지만 산은 불어나지 않으니 대를 이어 옮기다 보면 언젠가는 산이 옮겨지지 않겠는가?'
이 말을 들은 옥황상제가 '우공'의 노력에 감동하여 '우공'의 바람대로 두 산을 멀리 옮겨주었다는 일화다.
나는 최근에 이직을 했고(만세!)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분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이 날 차를 태워 주신 팀장님은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시고 지금 일하는 분야에 대한 경험도 많으셨지만 사정이 있어서 3개월가량만 우리와 함께 일을 하기로 하셨다. 팀장님은 건강 때문에 술은 마시지 못하셨지만 회식자리에서 본인의 경험담을 뽐내면서 여러 명언들을 쏟아내셨는데 이것을 우리의 상관인 본부장님이 굉장히 좋아하셨고 회식하는 동안 팀장님의 명언들을 계속 곱씹으면서 자신의 경험을 이어 붙여 풀어내시는 탓에 회식시간이 훨씬 길어져버렸다. 소수 인원이 모인 자리여서 화기애애 하긴 했지만 눈치 보기, 맞장구치기 등을 하느라 에너지를 모조리 빼앗겼다.
갑자기 이직을 어떻게 했냐, 과거로 잠깐 돌아가보면 그 기회는 굉장히 다급하게 찾아왔었다.
안정이냐 변화냐. 이 둘 사이에서 나는 이전과 다르게 변화를 선택했다. 이미 전 직장에서 안정을 찾기란 어려운 상황이긴 했다.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전 직장이 성장 가능성과 변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된 순간, 오래 있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와중에 함께 일해보자는 분의 제의를 받고 생각보다 빠르게 이직을 하게 되었다. 나 말고도 여러 명이 같은 제안을 받고 모였다. 이곳에서 이루어야 하는 목표는 명확하게 있었다. 바로 '수익 극대화'. 3개월 간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야 했다. 그렇게 단기 프로젝트 팀이 결성되었다.
옮긴 직장의 상황이 좋은 건 아니었다. 목표를 이뤄야 우리도 이곳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원래라면 1월 초에 일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사직하고 나서 바로 다음 주에 일을 이어서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이곳에서 맡은 일은 내가 이때까지 전혀 해보지 못한 분야였기 때문에 호기롭게 '변화'해보자고 다짐했던 첫 마음이 빠르게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며칠 사이 일을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많이 하락했다. 그런 와중에 회식이 잡혀서 다녀오게 된 것이었다.
'우공이산'에 대해서 아는 걸 설명하려고 했는데 팀장님이 바로 이어서 이야기하셨다.
"그 어떤 사람이 무식하게 산을 옮기려고 했대요.
처음엔 비웃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저기 뭐가 있길래 저렇게까지 산을 파나?' 얘기하다가 이게 점점 와전이 돼서 '저기 보물이 있다던데?'라고 소문이 돈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어서 같이 산을 파기 시작했다죠.
지나가던 사람도 '왜 사람들이 여길 파는 거예요?' 물으면 땅 파는 사람들이 '여기 보물이 있다고 하네요?' 하니까 같이 달려들어서 팠던 거예요. 그래서 결국 산이 옮겨졌다는 그런 말이 있더라, 그렇다고 합니다"
내가 아는 내용이랑 달라서 당황하고 있을 때 팀장님은,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게 허황되고 안될 것 같다고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거 듣지 말아요. 목표를 했으면 움직이고 행동하는 게 먼저인 겁니다. 노력해서 안 될 건 없어요. 우리가 솔선수범해서 보여주면 주변 사람들도 따라오게 되어 있거든요. 잘해보자고 하는 말입니다. 하하하!"
라며 크게 웃으셨다.
원래 내용과 달라지긴 했지만 신의 개입 없이 오로지 사람의 노력으로 불가능한 일을 이룬 것으로 각색된 이야기는 우리의 상황에 딱 맞는 사자성어로 탈바꿈되었다. 의도적이신 건지, 원래 그렇게 잘못 아셨던 건지 모르겠지만 머리만 굴리고 있던 나에게 필요한 말이었다. 우리의 프로젝트는 이제 막 궤도에 올라 움직이기 시작한 상황이다. 지금은 의문과 의심이 아니라 방법을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팀장님의 이야기가 원래 이야기와 달랐던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될까 안 될까’를 고민하던 사람에서 ‘그래서 뭘 할까’를 고민하는 사람으로 옮겨졌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우공이산'은 그렇게, 그날 내 마음속에서 다시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