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으로 가는 마지막 이사 (2)

봉사활동 일지

by 신푸름

오늘 봉사 현장에는 소수 인원이 모였다. 다른 날 같으면 시작 전부터 사람들로 북적였을 텐데, 오늘은 다들 사정이 있으셨는지 많이 나오지 못하셨다. 나온 분들끼리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포대자루를 챙겨 청소해야 할 집으로 올라갔다. 오늘은 63회차 '천국으로 가는 마지막 이사' 봉사다.


2년 전 처음 시작한 '천국으로 가는 마지막 이사'는, 주변 이웃과 가족으로부터 단절되어 홀로 지내던 분이 혼자 임종을 맞고 일정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되었을 때, 원주시의 여러 봉사단체들이 힘을 모아 고인의 삶을 정리해 드리는 봉사활동이다. 처음 참여했을 때는 단순히 빈 집의 물건을 치우는 작업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참여하다 보니 고인이 떠난 집의 환경은 제각각이었고, 그에 따라 처리 방식도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상태가 좋지 않은 집은 시신에서 스며든 냄새가 온 집 안에 배어 마스크를 써도 숨쉬기가 힘들 정도다. 시신에서 흘러나온 혈액과 체액이 침대 매트리스를 뚫고 바닥 장판까지 스며들어 고여 있는 곳도 있었다. 대부분 전기가 끊긴 상태라 냉장고 안의 음식은 부패하고 구더기가 가득했다. 짐을 들추면 바퀴벌레가 우르르 쏟아지는 곳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벌레를 너무 무서워하는 탓에, 바퀴벌레가 튀어나오는 현장에서는 정신없이 발을 구르느라 한동안 제 몫을 못 했다. 지금은 예전보다 무뎌지긴 했지만, 바퀴벌레와 마주한 채로 청소하는 건 여전히 힘들어서 슬그머니 자리를 옮겨 다른 곳에서 쓰레기를 처리하곤 한다.


오늘 방문한 집은 2곳으로, 집주인이 잠깐 외출한 것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비교적 깨끗한 상태였다. 치우고 청소할 부분이 많았다면 더 많은 인원이 필요했겠지만, 오늘은 버리는 작업만 하면 됐다. 포대자루를 들고 유품들을 하나씩 쓸어 담기 시작했다. 고인이 세를 들어 살던 집이었기에 기본 옵션으로 갖춰진 것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내보내야 했다. 옷걸이에 걸린 옷가지들, 서랍 가득 쌓인 약 봉투들, 주방 한구석에 쌓인 배달 용기들을 꾹꾹 눌러 담았다. 집이 2층이라는 점을 활용해 큰 가구는 창문을 뜯어낸 뒤 아래에 매트리스를 깔고 던져 내렸다.

KakaoTalk_20260419_231806932_03.jpg 비우는 건 다시 채우기 위해서라는 걸 배운다

채워진 포대자루는 그냥 둘 수 없다. 시청 자원순환과에서 수거하러 올 때까지, 다른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담벼락 옆이나 담당 행정복지센터와 미리 협의한 장소에 차곡차곡 쌓아두어야 한다. 자루를 쌓다 보면 근처 이웃분들이 나와 기웃거리시곤 한다. 대부분 "누가 이사 가요?"라고 물으신다. 그 질문에 답하는 건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층 하나 사이를 두고 살았는데도 이분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모르시는 분이 태반이다. 최대한 담담하게 "혼자 계시다가 돌아가셔서 집 정리를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면, "사람이 죽었어요?" 하며 화들짝 놀라신다. 분위기가 어색해지기 전에 포대를 들고 돌아서면 "이런 험한 일을 하시고.. 대단하네요!"라며 응원의 말을 건네신다.


첫 번째 집 벽에는 달력이 걸려 있었다. 2024년 7월에 멈춘 채로.

두 번째 집에서는 로또 영수증이 가득 든 종이가방이 나왔다. 한 방의 역전을 바랐던 것인지, 아니면 행복한 미래를 그리며 하루하루를 버텼던 것인지. 어느 쪽이든 그 바람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끝났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KakaoTalk_20260419_231806932.jpg 멈춘 시간의 흔적
KakaoTalk_20260419_231806932_01.jpg 이루지 못한 행복한 미래

집은 계속 비워둘 수 없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야 하기에, 누군가가 살았던 시간의 흔적을 열심히 지운다. 묵묵히 지우다 보면 집은 다시 깨끗해진다.

청소를 마쳤지만, 가장 기뻐해야 할 분이 그 자리에 계시지 않는다. 고개를 숙이고 잠시 묵념한 뒤, 허공을 향해 조용히 말을 건넨다.


"잘 치웠으니 마음 편하게 가세요."

대답은 없지만, 그래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