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기
심리상담 일기(1)
자존감은 '자아존중감'을 줄인 말로,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말한다. 자칫하면 자신감과 헷갈리기 쉽다. 자신감은 내가 어떤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의 믿음이다. 자신감은 내가 해내야 하는 어떤 일과 나의 능력이 비교될 때 나의 생각 방향을 결정한다.
미국의 유명한 네이비 실에서 경력을 쌓은 윌리엄 맥레이븐 장군은 자신의 모교인 텍사스대학교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졸업식 연설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성공하고 싶다면 아침에 일어나서 침대부터 깔끔하게 정리하라'
침대를 정리하는 게 무엇이길래 성공까지 이어지는 걸까?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의 첫 과업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성취감 상승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자신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작은 일이지만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은 다른 일에 대해서도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가 생기게 된다. 자신감은 그렇게 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냈다는 감정은 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이 되어 자존감까지 덩달아 높아진다.
나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둘 다 부족한 사람이다. 어떤 일을 할 때 내 능력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그 일을 해내지 못하는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다른 감정보다 두려움이 먼저 올라온다. 나를 사랑한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내가 못한 부분, 해내지 못한 부분을 가지고 내가 노력을 안 했으니까, 내가 집중을 더 했어야 했는데 등의 말로 채찍질하기 바빴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생각은 성인이 돼서도 거의 하질 않았다. 나에게 관대하지 않다는 것도 최근에 가까스로 인지한 부분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나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해 볼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 행동과 생각패턴의 근원에 대해서 고민하다보니 조금씩 깨달아간 부분이다. 나에 대해서 많이 알았다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정도의 깨달음이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고 '생각을 안 한 것'과 '생각을 해본 것'의 차이는 크기 때문에 좋게 생각해본다.
주변에서 아무리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멋진 사람이라고 해도 그 당시에 잠깐 괜찮던지 아니면 칭찬이 납득되지 않아 자신감 없는 상태가 계속되던지 둘 중 하나였다. 칭찬을 납득할 수 없었던 이유는 나 자신이 그런 칭찬을 받을 만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였다.
살아가면서 제일 많이 칭찬받았던 것은 손글씨였다. 사람들이 보기엔 내가 손글씨를 잘 쓴다고 생각했고 학교 다닐 땐 내 노트 필기를 빌리려고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 당시의 나는 완벽함을 추구해서 조금이라도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글씨가 발견되면 수정테이프를 썼고 바꾸고 싶은 글씨의 양이 많다고 하면 노트 한 장을 통째로 찢었다. 그래서 나는 스프링 노트나 바인더를 쓸 수 있는 용지를 좋아했다. 언제든지 교체하고 바꿀 수 있으니까. 물론 손글씨도 정말 정성을 다해 적었다. 되도록 틀리지 않고 간격과 크기가 일정하도록 노력했다. 노트 첫 장과 마지막 장의 글씨체가 다르지 않게 신경도 썼다. 그 덕분인지 나는 깔끔한 손글씨로 유명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칭찬을 들으면 반색하면서 아니라고 했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정말 컴퓨터가 쓴 건지 사람이 쓴 건지 구별가지 않을 정도로 잘 쓰시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그런 사람들에 비해서 '허접'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나는 칭찬을 받으면 '나보다 이렇게 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칭찬을 받는 게 맞나?'라는 생각으로 단호하게 칭찬을 거절했다.
예전보다는 안 좋은 생각에 갇혀있는 시간이 짧아지는 유의미한 발전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부분을 해결해야 할 것 같았고 혼자서 방법을 찾기는 어려웠다. 30년 넘는 시간을 지금의 내 모습 그대로 보냈기 때문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그때 여자친구가 알려준 것이 심리상담이었다. 예전에 심리상담이라고 하면 심리적으로 큰 문제가 있거나 피해 입은 사람들이 다니는 심각한 곳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심리테스트도 보편화되고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는 방법 중 하나로 심리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최근에 유행했던 라벨스티커테스트. 대체로 내 속마음과 같아 부인할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MBTI에 빠져있고 심지어 일부 회사에서는 입사지원서에 지원자의 MBTI를 받아 자신들의 회사에 맞는 성향의 사람을 채용하기도 한다. 온갖 심리테스트들이 나와있고 사람들은 테스트 결과들을 보면서 내 모습과 비교하는 것에 중독된 것 같다. 조금이라도 색다른 테스트가 나오면 금세 유행이 된다.
중요한 건 결과는 나오지만 거기서 끝이라는 것이다. 두리뭉실하게 '너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알려주지만 그래서 뭐 어떡하라는 건지는 알려주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알려준다고 해도 통계적인 시점에서 알려주기 때문에 나에게 100% 맞는다고 확신할 수 없다. 사람들은 결과가 나와 다른 부분도 있지만 맞는 부분이 더 많으니 거기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한다. 그 다른 부분도 '어? 나 가끔 그런 거 같은데?'하면서 나에게 끼워맞추기도 한다. 나에 대해서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에서 오는 신기함과 나와 맞는 성향을 찾으면서 이래서 내 주변 사람들이 나와 잘 맞는구나라는 확신. 지금의 심리테스트는 그 정도를 얻어 가는데 그친다.
나는 나 자신에 집중해서 나 자신만을 위한 심리상담을 받고 싶었다. 고민의 시간을 가진 나는 여자친구의 권유를 받아들이고 상담 날짜와 시간을 예약했다. 상담 날짜가 다가올수록 기대감도 커졌지만 상담받고 싶은 부분은 여러 가지 떠오르는데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솔직하게 말해야 제대로 된 상담을 받을 텐데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내가 속마음을 열고 어디까지 이야기할지 걱정도 커졌다. 상담 날짜가 되었고 시간에 맞춰 화상프로그램으로 상담가님을 만나게 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