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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석 Jul 15. 2024

경의선변을 걸으며

선선한 가을바람이 바깥으로 나오라고 손짓을 한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길을 나서 동네 골목골목 길을 돌아 풍산 역으로 방향을 잡기로 한다. 풍산 역에서 어느 쪽으로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일산역 쪽을 택한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울창한 사이로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널찍하게 나 있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일 뿐 호젓하기 까지 하다.

산책로 우레탄 포장이 세월의 두께를 말하는 듯 곳곳이 패이고 갈라졌다. 아예 시멘트 바닥이 드러난 곳도 간간이 보인다.

수자원공사에서 파주로 가는 상수관을 묻어야 한다고 했다. 경의로를 파서 상수관을 묻을 계획이라는 수자원공사 측 설명에 공사기간 동안 그 불편을 어떻게 감내할까 싶어 경의로 변의 녹지에 상수관을 묻으라고 했다. 대신 나무는 한 그루도 베지 말고 다른 곳에 옮겨 심었다가 공사가 끝나는 대로 다시 옮겨 심고 가능하다면 새로 더 많은 나무를 심어달라고 했다. 우레탄 포장을 한  산책로를 만들고 산책로 옆에는 자전거 길을 같이 만들어 달라는 요구도 덧붙였다. 

경의로변 녹지가 파헤쳐지는 것을 본 한 방송국 환경전문기자가 찾아 와 멀쩡한 나무를 다 죽일 거냐, 경의로 차도를 파서 상수관을 묻으면 될 것을 꼭 녹지를 훼손해야 되겠느냐고 항의를 했다. 나무는 죽이지 않는다, 다른 곳에 다 옮겨 심었다가 공사가 끝나면 다시 옮겨 심을 것이다. 경의로 차도를 파서 공사를 하면 차가 얼마나 많이 밀리겠느냐, 시민들 불편이 얼마나 크겠느냐고 달랬지만 그 기자는 막무가내로 나무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날 저녁 메인뉴스 시간에 환경 훼손에 앞장서는 고양시장이라고 방송을 했다. 자신의 주장은 옳고 다른 사람 주장은 무조건 무시하는 기자의 태도와 오만함에 화가 많이 났다.  방송국이나 신문사 등 언론사의 오만함이나 횡포는 가히 상상을 불허하는 것이었다. 없는 것도 만들어 보도하고 과장하고 왜곡하고. 그래도 후환이 두려워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이들의 입에 재갈 물리기에만 급급한 자치단체나 정당, 기업들이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녹지 바로 옆을 지나는 철길에 동화 속에나 나올 듯한 이쁜 모습으로 치장을 한  전철이 지나간다. 지금은 경의중앙선으로 바뀐 겅의선 철도다. 지나가는 전철 기차소리가 얼마나 큰지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본다. 크게 시끄럽다기 보다 오히려 덜컹거리는 소리가 정겹기까지 하다. 전철소리보다 경의로를 달리는 차 소리가 오히려 귀에 거슬린다.

경의선 지하화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던 사람들이 첫 번째로 내세웠던 것이 소음이었었다. 텐트치고 농성하고 시장실을 쳐들어오고 이들은 죽기 살기로 덤볐다. 이 때문에 경의선을 완공하고 나서도 제일 궁금했던 것이 소음이었었다. 그렇게 반대하던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궁금했다. 그런데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2009년 7월 1일 경의선이 복선으로 완공되고 만 6년이 지났지만 중앙정부가 고양시에 약속했던 사항 가운데 아직까지도 지켜지지 않은 것이 몇 가지 있다. 건널목에 지하 차도를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이 대표적이다. 

경의선의 지상 건설은 마을을 양분한다며 지상화를 그렇게 극렬하게 반대했던 사람들과 시민단체들이 건널목 밑에 만들어 놓은 지하 차도를 파묻어 버리고 운영을 하지 않아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건널목에서 극심하게 차가 밀려도 항의 하나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대구 형님 댁 바로 옆으로 도시철도가 지나간다. 추석날 아침 형님 댁 아파트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경전철을 무심히 지켜보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기차가 지나갈 때 별 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부러 창문을 열고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곧 3량의 미니 기차가 지나갔지만 크게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버스나 트럭이 지나갈 때보다 오히려 소리가 낮았다.

형수께 기차소리가 시끄럽지 않으냐고 물었다. 전혀 시끄럽지 않다고 했다. 동네 주민들은 시끄럽다고 불평하지 않느냐고 또 물었지만 ‘기차 길 하고 제일 가까운 우리 집도 괜찮은데 다른 집에서 시끄럽다고 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도시철도 때문에 아파트값이 두 배도 더 올랐다’며 사람들이 아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수성구에 살고 있는 동생은 그쪽 사람들 중에는 일부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처음부터 반대했던 사람들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시끄럽다고 하지 않는데 사람에 따라서 들리는 소리도 다른 모양이라고 동생은 말했다. 

  

소문이라는 게 한 번 잘못 만들어지면 바로 잡기가 얼마나 힘든 지를 고양경전철이 잘 보여준다. 

경전철은 2001년부터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던 사업이다. 킨텍스와 주변 시설들이 완공되면 현재의 교통체계만으로는 교통대란을 피할 수 없어 경전철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시장에 취임하여 경전철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으면서 경전철 필요성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용역 발주를 지시했다. 경전철은 꼭 필요하고 경제성도 충분하다는 용역결과가 보고되었다. 

경제성이 있다는 논거로는 하루 예상 이용승객이었다. 하루 9만8천명이 경전철을 이용할 거라고 용역 결과가 나온 것이다. 9만 8천명이나 되는 시민들이 이용할 거라는 근거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용역 수행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원들은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당시 고양시를 지나는 지하철 3호선의 하루 이용객은 8만 6천여명에 불과했다. 이보다 운행거리도 짧고 운행 편수도 훨씬 적은 경전철이 1만 2천명이나 많은 승객이 이용할 거라는 예측은 사실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연구원들에게 '내가 하는 말에 반론을 제기해 보라, 여러분의 반론에 내가 답하지 못하면 여러분이 맞는 것이고 나의 말에 여러분이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면 여러분의 용역이 잘못된 것일 것이다'.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경전철은 두량이 편성되어 운행된다. 한 번 운행에 한 량 당 100명이 이용한다고 가정하자. 러시아워 시간에는 이보다 더 이용할른지 모르지만 다른 시간대는 이보다 훨씬 적게 이용할 것이지만 넉넉잡아 그렇다고 보자. 10분에 한 번 운행한다고 가정하면 한 시간에 6번을 운행하게 되고 이는 600명씩 두 량에 타게 되니 한 시간에 1,200명이 이용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루 20시간을 운행한다면 2만 4천명이 이용하게 되고 왕복이니까 하루 4만 8천명이 이용을 하게 될 것이다. 예상보다 훨씬 부풀린 승객 숫자이고 운행시간인데도 하루 5만 명도 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반론을 제기해 보라'고 했지만 연구원들은 아무도 반론을 제기 하지 않았다. 

하루 5만 명을 넘지 못해도 경제성이 있느냐고 묻자 그렇다면 경제성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 이 사업은 경제성이 없는 게 되지 않느냐고 물으니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하여 경전철 사업은 중단시킬 수밖에 없었다. 경전철반대대책위 대표자들과 시장실에서 만나 경전철을 중단시킬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설명하자 이들은 고맙다며  ‘시장 만세!’ 까지 불렀다. 

그랬는데 언제부터인지 경전철은 경전철반대대책위와 마두동 주민들의 반대 때문에 중단이 되었고 고양시장은 경전철을 끝까지 추진한 사람으로 되어 있었다. 경전철을 정치권과 정치 지망생들이 교묘히 이용한 결과일 것이다. 

일산역에서 호수공원으로 가는 길로 접어든다. 족히 7,80m는 될 넓은 아파트 사이 길이 시원스럽다. 하늘 높이 쭉쭉 뻗은 메타쉐콰이어 그늘이 가을빛에 더욱 짙다. 드넓은 광장을 지나고 육교를 지나고 드디어 주엽역, 참 멀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호수공원 분수대가 나올 것이다. 

육교 구석구석에 쌓여있는 지저분한 온갖 쓰레기에 상쾌하던 기분을 그만 망치고 만다.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들, 이를 치우지 않고 방치하는 시, 누가 잘못하는 것일까? 잘 잘못을 떠나 일단 버려지는 쓰레기는 치워져야하지 앓을까? 

육교 뿐 아니라 길거리 곳곳을 조금만 신경을 써서 보라, 특히 주말에. 꽃보다 아름답다는 시민 수준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담배꽁초가, 종이컵이, 심지어는 술병까지 길바닥에, 공원벤치에 널부러져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시에서는 이런 것을 애써 보려고 하지 않는 것인가? 부산의 어떤 구청이 그랬던 것처럼 한 번 당해 보라고 일부러 치우지 않는 것은 설마 아닐 터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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