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살이 10년 차 세자매 엄마가 되고서.
날이 좋은 어느 날.
평소보다 일찍 퇴근을 하고 집으로 가던 중
차로 5분 거리의 차이가 있는 친정집이 생각이 났다.
분명 나는 피곤해서 쉬고 싶어 잠깐 누웠다가 다시 일할 마음으로 집으로 가던 길이었는데,
25살에 시집와서 잠시 분가해서 살다가
시댁에 들어온 지가 벌써 10년 하고 4개월을 살았어도 그 집보다는 내 아빠 엄마가 있는 집이 더 편한가 보다.
나의 엄마와 넘의 엄마
화가 나면 보기 싫다가도 금세 마음이 풀려 달려가고픈 나의 엄마
속상하면 참다 참다 눈물샘이 마를 날 없어 두 번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은 넘의 엄마
좋은 일이 있어 싱글벙글하면 그저 한 번 웃으며 바라보는 나의 엄마
나쁜 일이 있어 싱글벙글하면 그저 속 없는 줄로만 아는 넘의 엄마
느릿느릿 느리게 말하고 생각하는 내가 신중하다고 하는 나의 엄마
꼼꼼하게 부지런하게 일하는 나에게 곰같이 느리다고 말하는 넘의 엄마
엄마가 만든 반찬에 내가 차린 한 끼 밥상에도 동네방네 자랑하는 나의 엄마
아기 둘러업고 일꾼 밥상 한상 차려 내놓아도 아무 말이 없는 넘의 엄마
딸만 낳아 어쩌냐는 모르는 이의 투박한 말에 불같이 면박 주는 나의 엄마
아들 하나 있어야 하지 하는 아는 이의 걱정 어린 말에 그저 웃는 넘의 엄마
불같이 화내고 냉정하게 돌아서는 것 같아도 결국 다 잊고 웃어주는 나의 엄마
궂은일 도맡아 도와주고 따뜻하게 위해 주는 것 같아도 결국은 내 편 아닌 넘의 엄마
아무리 섭섭해도 나의 엄마는 나의 엄마
아무리 잘해줘도 넘의 엄마는 넘의 엄마
나의 엄마는 나의 엄마답게
넘의 엄마는 넘의 엄마답게
오늘도 나의 엄마는 남의 엄마 집에
울어도 나는 넘의 엄마 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