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자, 일하는 엄마
워킹맘이 되다.
사실 나는 그냥 엄마에서
일하는 엄마가 되었다.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인복(人福). 소중한 피드백을 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분명히 처음에는 거래관계로 엮인 관계임에도 어느 순간 가족보다도 가까운 사이가 되어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있다. 상담 센터도 아닌 곳에서 전문 상담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렇~게 공감을 잘해 주는 사람도 아닌 나에게 나의 고객들은 자신의 지극히 사적인 부분까지도 속속들이 이야기를 할 때가 많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사실 난 낯가림이 엄청 심한데 말이다. (아무도 믿지 않을 것 같은 말이긴 하지만.)
어느 날, 나의 고객이 이런 제안을 했다.
“원장님, ‘30대 워킹맘 이야기’나 ‘30대 여자들의 삶’ 뭐 이런 주제로 책으로 써 보시는 게 어때요? 하… 요즘 정말 모르겠어요. 내가 잘하고 있는지. 나만 이렇게 사는 건지. 이런저런 생각은 많은 데 이야기 할 곳도 없고 답답하기만 하네요. 30대가 가장 어정쩡한 나이인 것 같아요. 뭔가 이루어 놓은 게 없으면 불안하고, 뭘 이루어도 불안하고. 게다가 일만 하며 살다가 결혼을 하고 이렇게 갑자기 엄마가 되어버리니까 어디에서든 죄인이 되는 것만 같고. 너무 어려운데 이런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 없는 것 같아요. 자기 계발 서적을 읽을 일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육아서적도 답이 없고 말이에요. 원장님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이런 이야기를 책으로 엮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일단 1등으로 살게요.”
나의 보물 1호, 2호, 3호는 빛 볼 준비 중…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에겐 제법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기 때문에 쓰면 참 재미있을 것 같았다. 나는 20대 중반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다. 당시 나는 심리학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었고,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남편의 끈질긴(?) 구애로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3개월 뒤에 나에게 큰 아이가 찾아왔다. 2010년이 시작될 때 남편을 만나 가을이 올 무렵 결혼을 하고 겨울이 한창일 때에 엄마가 되는 신호를 받았다. 어찌 보면 공부하는 여자, 일하는 여자의 삶에서 갑자기 엄마가 되어버린 나는 남들이 보기에는 이제 꿈은 접어야 될 상황으로 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4살이 되던 해에 미용사 자격증을 땄고 그렇게 작은 시골 미용실의 미용사의 삶을 시작으로 둘째 딸을 얻고, 결혼 한 지 8년 만에 심리학 대학원을 입학하였다. 그 사이 도시로 미용실을 이전하고 현재는 셋째 아이를 임신하였다.
나의 인생 2막은 결혼을 시작으로 시작되었고 내가 해야 하는 일과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적절히 균형을 이루며 살고 있다. 바쁜 중에도 아이들의 아침 식사는 직접 챙겨 주고 아이들의 스케줄을 직접 체크한다. 물론 나는 정말 운이 좋게도 양가의 부모님과 남편이 많은 부분을 도와주고 인정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쉽게 한 번에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음을 잘 알기에 우리 고객들은 나에게 책을 써 보라는 이야기를 종종 하는 것 같다.
몸과 마음이 많이 아팠고, 세상 사이좋아 보이는 우리 부부에도 위기는 있었다. 아이들 케어를 해 주는 양가 부모님과도 늘 사이가 좋았던 것이 아니었고 매우 복잡 다난한 시간을 보냈었다.
현재의 만족된 삶은 끊임없는 노력의 연속으로 만들어진다.
그냥 평범한 엄마의 삶에서 특별하고 행복한 엄마의 삶을 살 수 있게 된 건지.
나도 한 번 찬찬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겸 글을 쓰며 그 시간들을 돌아보려 한다.
그리고 나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애매한 시간을 보내는’ 30-40대에게 잔잔한 낭만과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지금 나와 그대들에게 주어진 이 시간은 무엇이든 해 낼 수 있는 마법의 시간대임을 알고 소중히 여기는 계기가 되길.
1호,2호와 나의 잠자는 모습..(가운데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