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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보름 Feb 25. 2024

그 아무리 좋은 것도 나와 맞지 않으면 독이 된다.

' 너 자신을 알라.'

 10대는 호기심이 왕성하지만 아직 미성년이라 혼자 판단하는데 오류가 있을 수 있고 학교라는 틀 안에 있기에 경험의 폭이 제한적이라면 20대는 가능하고 안전한 범위 안에서 세상 모든 것을 경험해 보고 부딪혀보고 배워봐야 하는 나이이다. 그러다 보면 그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를 알게 되어 30대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 나만의 취향, 나의 가치관, 나의 배우자 상 등이 어느 정도 뚜렷하고 확고하게 자리가 잡히게 된다. 그럼 40대는 어떤가? 40대는 그렇게 자리 잡힌 나만의 것들을 유지하고 나만의 영역을 넓혀나가며 또 하나 나와 맞지 않는 것들을 끊어내야 하는 시기이다.


 20대때는 뭣도 몰라 술도 많이 마셔보고 그러면서 나의 주량을 알게 된다면 30대는 그 나의 주량을 유지하도록 하고 40대가 되어서는 그 주량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20대엔 이것저것 맛있는 것도 많이 먹어보고 배부르게 늦게까지도 먹어보고 했다면 30대엔 내가 소화시킬 수 있는 시간과 양을 어느 정도 맞춰서 먹어야 하며 40대에는 그 시간과 양을 넘어서는 안된다. 그때부턴 그것들이 쌓여 내 몸에 독이 되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랬다. 19살 대학 처음입학해 내 주량이 지도 몰라 선배들이 주는 대로 받아먹다 소주 1병을 넘게 마신날 땅이 올라와 나를 들이받더니 필름이 끊겼고 20대 중반 처음 들어간 회사의 첫 회식에서 상사들이 주는 술을 받아먹고 술병이 나 병가를 3일이나 내야 했다. 그 후로는 나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30대 때는 가까운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와인 한 잔정도 하는 것이면 나에겐 충분했다. 그리고 40대가 된 지금은 그마저도 입에 대지 않는다.


 나의 20대 때는 먹는 것을 엄청 좋아하고 잘 먹었다. 사실 태어날 때부터 4.3킬로의 우량아로 태어나 태어나자마자 눕혀놨는데 뱃고래(?)가 바닥에 닿아 주위 친척분들이 쟤는 굶어 죽지는 않겠다고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릴때부터 유독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이것저것 잘 먹었으며 고등학교 때는 점심, 저녁 도시락 외에 간식도시락까지 챙겨가서 다 먹어야 공부든 뭐든 할 수가 있었다. 대학 때도 양은 많지 않지만 먹는 걸 좋아해서 친구 2명이 음식점에 가더라도 먹고 싶은 것은 3,4개씩 시켜서 먹어야 남더라도 직성이 풀리곤 했다. 그런 내가 식사시간과 수면시간이 불규칙한 회사생활을 하면서 가장 먼저 속이 안 좋아졌고 그 후로는 조금만 과식하거나 조금만 소화되기 어려운 걸 먹으면 속병이 도져 몇 달이고 밥을 못 먹을 정도가 되었다. 그 속병은 내 고질병이 되어  뉴질랜드로 이민 가서도 날 괴롭혔는데 그때 다녔던 유명하다는 한 한국분이 운영하는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그때 그 한의사분이 해주신 이야기가 참으로 와닿아 아직도 기억하며 지내고 있다. 한 달 정도 음식섭취를 못해 병원에도 입원을 하다 나왔을 정도로 속병이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으면서 그분은 단순히 몸 치료가 아닌 나의 정신적인 것까지 상담을 해주었었다. 다른 에서는 '예민한 성격이시니 스트레스를 받지 마세요.' 하는 게 다였는데  분은 한국에서 살기 좋은 뉴질랜드로 왔는데 왜 아직도 한국에서의 경쟁, 비교, 남신경을 쓰고 지내냐며 계속해서 이곳을 한국과 비교하며 지내면 정신건강 뿐 아니라 육체건강에도 안 좋다고 이야기하시며 이곳이 새롭고 불편한 것도 있겠지만 이곳의 좋은 것을 생각하고 자연을 바라보며 마음을 편히 놓고 다 사람이 사는 곳이니 너무 하나에만 집착하지 말고 모든 것을 다 좋게 수용해 보라는 말씀들 하나하나의 예를 통해 치료 갈 때마다 이야기를 해주셨었는데 그게 나의 치료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 중 나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속 문제에서 '저는 속이 왜 이렇게 안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그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답을 주셨는데 그것은 나의 속은 전혀 이상하고 잘못되고 안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 말 자체만으로도 나는 큰 위안이 되었다. 정말 위가 안 좋은 것은 선천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문제나 장애를 갖고 태어나서 어렸을 때부터 소화하는데 문제가 있는것이 장애가 있는 것이지 20대 때까지 전혀 문제없이 지냈다면 그건 내 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주셨는데 차로 봤을 때 나의 위는 엔진이 크고 좋은 대형차나 고급 외제차는 아니고 중형 세단 혹은 지금은 소형차정도라는 것이다. 타고난 나의 위가 그 정도인데 그 안에서 잘 관리하여 몰면 되는데 대형차나 외제차처럼 무리하게 몰다보니 엔진에 무리가 가고 그런 것들이 자주 반복되다 보니 원래 가진 그 성능조차 다 발휘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너무 이해가 가고 공감이 갔다. 이제부터는 다른 더 좋은 기능을 가진 사람들과 나를 자꾸 비교하지 말고 내 성능에 맞는 음과 식습관 조절을 하면 앞으로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을 거라는 말을 해주셨는데 그 후부터 나의 마인드는 완전히 바뀌었다. 위가 좋은 사람들과 비교해서 '저들은 늦게까지 먹고 많이 먹고 이것저것 다 먹어도 괜찮은데 왜 나만 문제지?'라는 생각에서 '나는 다르구나. 나는 소형차의 위를 가지고 있고 전혀 작동에는 문제가 없으니 앞으로 나의 위에 맞는 음식과 양에 맞게 식사를 하고 살아야겠다.'로 말이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니 남들과 비교할 일이 없어졌고 그러다 보니 가장 큰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그랬다. 가장 큰 것은 나의 위가 문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비교가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이다. 그 후부턴 오롯이 나에게 집중했다. 내가 먹어서 소화되는 것들 위주로 내가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시간과 양과 식단을 정해 그 식단을 30대 중반부터 40대가 된 지금까지도 최대한 유지하고 있다. 소식과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 위주, 그리고 저녁 8시 이후는 먹지 않기. 간단하게도 이것만 지키면 나는 전혀 문제없는 것이었다. 이렇듯 나를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 특히 30대가 넘어서고 40대가 되면서부터는 말이다. 40대 부터는 나만의 무기와 커리어로 직장과 집에서 파워무적처럼 일을 해나가야 할 때인데 그때까지도 나를 잘 알지 못한다면 일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초에 브런치에서 만난 작가분과 시작했던 새벽독서모임도 작년 말까지 하고 그만두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모든게 바닥이었던 나에게 너무나 큰 영향을 주셨던 분이셨고 결이 비슷한 다른 여러분들과 함께 했던 독서모임은 출산과 육아로 지칠때로 지쳐있던 내게 그야말로 한줄기 빛처럼 나에게 큰 영적, 육체적으로 큰 성장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잠을 8시간 이상 자지 않으면 안 되는 내게 항상 잠이 부족한 새벽모임은 8개월이 지나면서 내 몸은 점점 지쳐갔고 그러다 보니 어찌어찌 새벽모임은 끝내더라도 하루일과가 다 망가지기 일쑤였다. 그곳에서 몇 년씩 새벽모임을 이어오신 분들에게는 나의 모습이 나약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게 나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난 그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무리 좋은 것도 무리하면 탈이 나는 법이다. 겨울이면 유독 산후풍과 오한으로 힘든 나에게 새벽기상은 오히려 나의 몸을 망칠 수 있었기에 나는 독서모임을 더 이상 이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겨울 동안은 몸을 추슬렀고 얼마 전부터는 아침에 일어나 나의 시간에 맞게 다시 혼자만의 독서를 시작하고 있다. 물론 새벽기상의 좋은 점은 맛보았기에 나의 몸이 어느정도 회복이 되면 다시 시도해보려 한다. 그렇지만 현재 나의 상황과 맞지 않으면 나에게 맞춰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새벽기상, 운동, 음식, 여행 등..

누군가에겐 좋은 것들이 현재 나의 몸상태에 맞지 않으면 그것은 분명 독이 될 수 있다. 40대는 나 자신을 알고 나에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을 구분하여 자제력을 갖고 자신을 삶을 통제해 나가야 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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