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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보름 Aug 01. 2024

찜질방에 가보니 모두의 손에 들려있는 건 핸드폰

우리나라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

  오늘 아이의 어린이집 방학에 신랑 휴가, 나 또한 유치원 방학이어서 우리는 30분 거리에 있는 찜질방에 노천 수영장이 있어서 아이들이 놀기 좋다고 하는 곳에 가기로 했다. 날이 너무 더워 어제 하루 밖에서 데리고 다녔더니 도무지 너무 더워서 오늘은 물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할 것 같아 검색해 보니 노천수영장에 찜질방안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키즈존도 있어 시원하게 하루 반나절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늦게까지 놀고 올 생각으로 점심 먹고 여유있게 출발했다. 도착하니 한 건물의 4개 층이 사우나부터 찜질방, 물놀이장이 있는 꽤나 규모가 큰 곳이었다. 우리는 옷을 갈아입고 바로 맨 꼭대기 층에 있는 노천수영장부터 갔다. 아이는 물놀이하러 간다고 벌써부터 신이 나 있었다. 노천수영장은 반정도는 덮여 있고 반정도는 하늘이 보이는 곳으로 어린아이들부터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작은 규모의 풀이 3개나 있었다. 미끄럼틀에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까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었다. 튜브를 하나 사서 아이를 튜브에 태워 노니 딱이었다. 어느 정도 놀다 간식도 먹고 나서 우리는 옷을 갈아입고 한층 아래 찜질방으로 갔다. 휴가철과 아이들 방학이어서 그런지 찜질방에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이미 많이 있었다. 


 사실 난 찜질방에서 시간 보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간다면 겨울에 뜨끈하게 찜질하러 한 두 번 가는 정도였다. 그런데 아이가 있다 보니 이제는 아이를 데리고 여러 군데 다니지 않고 이렇게 한 곳에서 간식 혹은 밥도 먹을 수 있고 놀 수도 있고 누워서 쉬거나 잘 수도 있고 그러고 나서 씻을 수도 있는 이런 곳에 오는 게 참 편하게 느껴졌다. 세 살 난 아이는 찜질방이 두 번째인데 처음 갔을 때는 언니네 식구와 엄마를 모시고 함께 1박할 수 있는 곳으로 갔었는데 가족들이 함께고 조카들도 있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보냈었다. 이번에는 우리 세 식구만 오니 신랑과 내가 한 명씩 돌아가며 아이를 봐야했기에 가족들과 함께 오면 더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아이는 혼자여서 그런지 노는 곳을 데리고 갈때면 그곳에서 처음보는 언니 오빠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말 붙이고 금새 친해져서 잘 놀아 다행이다 싶었다.


 그렇게 신랑이 아이와 키즈존에 가 있는 사이 나는 혼자 푹신한 매트에 누워 주위를 둘러봤다. 왼쪽 옆엔 아들 셋을 데리고 온 엄마아빠, 다른 쪽엔 언니와 아직 걷지 못하는 젖먹이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 그리고 친구들끼리 온 사춘기 소녀들부터 나이드신 분들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아이부터 어른 할 것 없이 그들 손에 들려 있는건 다름 아닌  핸드폰이었다. 정말 신기할 정도였다. 모두 제각기 자기만의 편한 자세로 앉아서, 누워서, 혹은 기대서 모두가 하나같이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태블릿으로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조금 큰 아이들은 친구들과 채팅을, 어른들은 유튜브 혹은 SNS를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나도 모르게 순간 낮은 소리로 '아...' 하는 탄성이 나왔다. 이것은 찜질방에서 뿐만이 아닌 우리들 집에서의 모습이고 우리 사회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휴가에, 여가 시간에, 시간 날 때, 혹은 할 일 없을 때면 너나 할 것 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모습 말이다. 나는 사실 찜질방 오기 전 아침에 러닝을 하고 책을 한 시간 읽고 나오면서도 나갈 때 책을 가져갈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 아이 옷이며 샤워물품들에 간식에 챙길 짐이 많아 오늘은 그냥 찜질하고 누워서 쉬다 오자는 생각으로 책을 챙기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찜질방인데도 매트뿐 아니라 앉아서 있을 수 있는 공간들이 잘 되어 있어서 '책을 갖고 올걸 그랬네.'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책을 손에 든 사람은 정말 단 한 명도 없었다. 



 

 얼마 전 내가 구독하고 자주 보는 유투버의 영상을 보았다. 그 유투버는 책 내용을 이야기하는 영상을 올리는 유투버였고 책까지 낸 작가였는데 그 분과 또 다른 작가분이 나와 토론을 하는 영상이었다. 그들은 왜 한국이 GDP 도 세계에서 높은데 우울증과 자살률은 세계 1위일까 라는 이야기를 영상에서 나누었다. 그러면서 한 분이 얼마 전 다녀온 유럽의 어느 나라 이야기를 하며 그 나라는 한국보다 GDP 도 낮은데 사람들이 지내는 게 하루하루 정말 행복해 보이는 삶을 살고 있더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근데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유럽사람들은 독서를 많이 하고 독서하는 문화가 많이 퍼져있다고 이야기하여 나도 공감을 했었는데 오늘 바로 내 눈앞에서 왜 한국사람들이 자살률이 높은지, 왜 행복하지 않은지를 직접 나의 두 눈으로 보게 되었다. (그들이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은 경쟁사회로 학교 다닐 때부터, 회사 다니면서도 경쟁하고 남들보다 더 잘해야 되는 비교, 경쟁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초등학생일 때부터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남들보다 잘해야 된다는 스트레스, 다른 친구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스트레스를 말이다. 이 스트레스는 얼마나 갈까? 아마 나 스스로 그것을 놓기 전까지 이 사회에 소속되어 있는 한 계속 받지 않을까? 그런데 오히려 그런 경쟁 속에 살면서 공부를 더 잘하고 더 실력을 쌓아야 하니 자연히 독서시간은 있다가도 제일 먼저 사라지게 된다. 중학생만 돼도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어요?'라는 말이 나오니 말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똑같다. 스펙을 쌓고 실력을 키워야 하는 경쟁사회에서 자기 계발서 한두 권이나 일하는 직종관련된 책 몇 권 아니고는 책을 매일같이 꾸준히 읽은 사람은 정말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내 생각의 범위를 더 넓혀주어 누군가와의 경쟁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게 하는 독서를 하게 되면 자연히 행복지수도 올라가고 우울증과 자살률로 떨어질 것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고귀한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세상이 만들어놓은 틀, 규범에 갇혀 그대로 살지 않으면 낙오자가 된다고 규정지어 있는 세상에 살다 보면 그만큼 우울증도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수동적으로 핸드폰을 검색하면서 하는 짧은 생각이 아니라 책을 읽으며 깊이 생각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색을 해야 한다. <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 책의 저자 이동규 교수가 말한 '검색보다 사색'을 해야 하는 것이다. 요즈음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핸드폰 안에서 정보가 넘쳐나니 검색해서 혹은 영상에서 나온 정보들을 검색하고 찾아보는 것만으로 필요한 것을 다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 핸드폰으로 찾은 정보들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물론 그중에는 잘못된 정보도 있지만 전문가들이 만들어 올린 참된 정보들도 많다. 그리고 그렇게 쉽게 좋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것이 편리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정보검색 그뿐이다. 거기서 찾은 정보로 우리는 깊게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따라 하거나 하지 않거나이다. 수동적인 것이다. 그러나 책 속에는 질문을 던지는 것들이 많다. 스스로 답을 찾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그러면서 사고의 범위가 확장되는 것이다. 그런 과정들을 거쳐야지만 지혜롭고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고 남과의 비교가 아닌 내 삶 자체로 행복을 느낄 수가 있다. 단순히 남들이 보기 쉽게 제공해 놓은 정보를 단 한 번의 검색으로 보는 것이 아닌 책을 통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다움을 찾을 수 있고, 남과 비교하지 않을 단단한 내면의 힘이 생기면 주위와 비교하지 않고 나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힘과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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