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초보자가 될 필요가 있다.
아는 것은 유한하지만 모르는 것은 끝없이 나오기에, 충분히 안다 생각하고 꽉 막힌 사람이 되기보다 모른다 생각하고 가르침을 청하는 편이 낫다. 감사와 겸손의 자세로 기꺼이 초보자가 되어 배워야 한다. 위대한 것은 흔히 작고 무지하고 쓸모없는 것에서 시작된다. <주 1 >
오늘 읽은 내용이다. 밑줄을 치면서 생각한다.
‘ 맞아, 겸손의 자세로 기꺼이 배우며 계속해서 배움의 자세로 나아가야지.’
토론시간이 되어 읽은 내용을 공유한다. 내가 공유한 내용을 들은 마스터가 이야기한다.
“ 초보자가 되는 것은 좋지요. 그러나 세상은 초보자를 원할까요?"
역시나 촌철살인이다.
사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가는 '오늘의 초보자가 내일의 명인이 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지만, 나의 관점은 ‘초보자’ 에만 꽂혀 있었다. 그녀는 그걸 어찌 알아낸 것일까?
“ 세상은 선수를 원하지요. 우리는 새로운 것에 대해서는 초보자가 되어야 하지만, 이미 지나간 것(내가 알고 경험한 것)에 대해서는 선수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오늘 하루 우리는 초보자이면서 프로가 되어야 합니다.”
또 깨어진다….
작가도 뒤에서 같은 내용으로 예시를 들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지위가 낮고 볼품없어 보이는 일이더라도 자신이 하는 일이나 그 일을 하는 자기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갖고 더 성실히 일해야 한다. 그렇게 그 위치에서 대체 불가한 인력이 되면 보이지 않게 닫혀 있었을지 모르는 문들이 활짝 열릴 것이다. 그렇게 초보자로서의 역할을 받아들인 뒤 그것을 초월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의 길이 열린다" < 주 2 >고 말이다.
그렇다. 작가도 맥락을 함께 한다.
우리가 초보자로서만 머무른다면 그다음 단계로의 변화, 비상, 변이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충실히 수행했을 때만이 세상은 나에게 그다음 단계의 일을 주는 것이고,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끝 마치고 나야 그다음 단계로 나를 데려갈 것이다. 그렇게 수없이 반복되며 내 앞에 놓인 많은 단계를 수행해 나갔을 때, 모든 것의 임계량이 채워졌을 때 그때에 변화가 일어나고 비상이 일어나고 도약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가 아는 성공한 많은 운동선수들, 예술가들, 장인들이 모두 그러한 단계를 밟아낸 사람들이다.
< 그런데 왜 초보자에만 머물려할까? >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왜 성공을 원하면서도 프로가 될 생각을 하지 않고 초보자에만 마음이 꽂힌 것일까? 말은 선수가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왜 나의 발은 아직도 초보자의 위치에서 발을 떼지 못한 것일까? 무엇이 나를 이쪽에만 머무르게 한 것일까?
그 지역은 나심탈레브가 말하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예측 가능한 것들만 일어나는 평범의 왕국 <주 3>, 즉 안전지대 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안전지대에서는 내가 아는 것, 예측가능한 일들만 일어나기에 내가 아직 겪어보지 못한, 내가 꿈꾸는 미래, 위대한 성공은 그곳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 활자로만 아직도 내 머릿속에 둥둥 떠있었다.
그 기제를 더 들여다보니, 그 안에는 ‘위험감수’, 그리고 ‘책임’ 이 있었다.
내가 선택한 길, 그리고 내 앞에 놓인 길을 가는 데는 의무와 함께 책임이 따른다. 나는 그간 내가 걸어온 많은 길들에서 단계, 단계 올라갈 때마다 그 앞에 놓인 조금 더 커진 의무와 함께 같이 커진 책임을 견디지 못했다. 아니 견디지 않았다. 그리고 남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후 다른 길로 옮겨갔다. 내가 어느 일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의무를 수행해야 하며, 결과에 대해서도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할 수도 있는 것인데 그것을 피해온 것이다. 그러니 결과는 당연하다. 그것을 초월하지 못했으니 그다음 단계는 나에게 없는 것이다. 그렇게 여기저기 길을 기웃거리며 편한 초보자의 길만을 걸어온 듯하다.
< 세상은 선수를 원한다 >
세상은 선수를 원한다.
인생에는 초보자를 위한 연습단계는 없다.
그렇기에 나는 내 인생에서 프로가 되어야 한다. <주 4>
뒷걸음질은 없다. 내 앞에 주어진 것에 책임과 의무를 온전히 다해야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고, 그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갈수록 더 많은 무게의 책임과 의무들이 다가올 것이다. 진정 프로가 되어 저 높은 곳에서 인생을 누리고 싶다면 그저 묵묵히 견디며 올라가야 한다.
“ 신은 위대한 자를 응석받이로 키우지 않고 시련과 역경을 주어 단련시킨다.” <주 4 >
“ 신은 겁쟁이를 통해서는 결코 그 어떤 일도 시도하지 않는다.” <주 5>
'마흔이 넘어 언제까지 응석받이가 될 것인가?' '자신의 자리에서 프로가 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나에게 온 시련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넘어서느냐, 그 앞에서 굴복하고 마느냐' 일 것이다.
이제 다시 나에게 선택지는 세 가지이다. '뒤로 물러서서 계속 초보딱지만 붙이고 살 것인가? 아니면 이 자리에 서서 계속 멈춰서 있을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 갈 것인가?'
지금 이 순간 나의 선택이 또다시 나의 1년 뒤, 3년 뒤, 10년 뒤의 모습에 영향이 갈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체를 딛고 나아가보자. 여기서 계속 제자리에만 머무를 순 없다. 미래의 내 모습이 지금보다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다면 그 모습을 견디는 것만큼 끔찍한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눈 딱 감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어제보다 조금 나은 모습으로 어제보다 한 단계 명인이 되는 쪽으로 그렇게 오늘 하루 나아가보자.
<주 1,2 > 질서 너머, 조던 피터슨, 웅진 지식하우스
<주 3 > 나심탈레브가 그의 책 <블랙스완>에서 극단의 왕국과 대비해서 사용한 단어, 평범의 왕국은 정규분포곡선을 따라 사건들이 분포되는 곳으로 규모불변적이고 집단이 지배하며, 엄청난 성공을 가져올 수 있는 검은 백조가 출현하지 않는 곳을 말한다.
<주 4> '나는 선수촌에 산다 ', 브런치북 이기론 발췌, 지담(https://brunch.co.kr/@fd2810bf17474ff/1164)
<주 4 > 세네카 인생철학이야기, 세네카, 동서문화사
<주 5 > 자기 신뢰 철학, 랄프 월도 에머슨, 동서문화사
** 이번주 부터 연재브런치북 <나를 깨트리다>는 화요일, 목요일 주 2회 발행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