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을 따라 걷다가 피할 수 없이 햇빛에 놓인 햇양파 한 봉지를 샀다. 집에 와서 꺼내보니 뜨거운 기운을 머금었다. 작은 양파는 단단하다. 양 끝을 자르고 껍질을 까는데, 왈칵 눈물이 났다.
눈물이 난 김에 슬퍼했다.
무엇이 그리 슬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양파를 된장에 ‘콕’ 심어놓고 뚜껑을 덮었다.
빈 껍데기들은 버리고 뚜껑을 닫는다.
언제 그랬냐는 듯 나는 눈물을 그쳤다.
하지만, 눈물을 닦을 수 없다는 것이 진정 슬펐다.
가만히 마르기를 기다렸다.
맵다, 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