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반
오늘 점심은 주먹밥 먹고 싶어.
주먹밥?
응, 꽁 뭉쳐서 김가루도 섞은 그거.
하.
콩밥 하려고 불려서 같이 넣어 둔 콩을 골라내고 밥을 하기 시작했다. 밥이 질지 않게 잘 되어야 할 텐데, 물 양을 다시 잘 맞춰본다, 마미가 시골에서 주문해 주신 쌀에 찹쌀이 약간 섞인 것인지 조금만 부주의하면 질어진다. 흰 밥과 어울리는 주요 재료 검은 김자반이 없는데 사러 나가려고 준비하다가 오늘은 만들어보기로 했다. 김을 잘게 썰어놓고 볶다가 불을 줄이고 올리브유, 들기름 섞어 두어 스푼 정도 두른 후 소금 간 하고 설탕도 넣고 잘 섞으며 볶았다. 김이 조금 얇은 듯해서, 약간 토닥토닥하는 식감은 부족하지만 시판 제품보다 입맛에 맞춰 조금 간간하게 양념을 할 수 있고, 기름을 신선한 상태에서 먹을 수 있으니까 좋다. 돌김을 사용하시는 남의 집 점심관리본부장님들의 지혜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나 오늘은 있는 재료로 하자. 다 된 밥을 뜸 들이고 따로 담아서 남은 기름을 넣어 살짝 윤기를 주고 창가에 놓고 식혔다. 따뜻한 햇살 밖으로 김이 퍼저나 가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본격 주먹 쥘 준비에 들어간다.
주먹이란,
손가락을 모두 오므려 쥔 손
물리적인 힘이나 폭력, 폭력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한 손에 쥘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
(국어사전)
식어 차분해진 밥, 그걸 더 꼭 쥐어서 뭉쳐놓은 밥의 밀집된 힘을 오물오물 씹으면서 손가락을 모두 오므려, 쥐락펴락 주먹을 쥐어본다. 손으로 집기 좋게 김으로 넓게 감싼다. 도시락통에 넣어서 산길에 앉아 따뜻한 보리차와 같이 먹었다.
알려진 관용구의,
주먹을 주먹밥으로 변경
주먹밥을 휘두르다.
주먹밥이 오가다.
주먹밥을 불끈쥐다.
주먹밥이 붉다.
속담,
주먹을 주먹밥으로 변경
주먹밥을 믿고 법을 업수이 여긴다.
주먹밥으로 물찧기.
주먹밥에는 주먹밥으로 해 대야 한다.
주먹밥 맞은 감투
주먹밥 쥐자 눈 빠진다.
주먹밥이 운다.
주먹밥은 가깝고 법은 멀다.
주먹밥 큰 놈이 어른이다.
주먹밥
손으로 꽁꽁 뭉친 밥이 주먹 모양이다.
주먹밥이 맛있는 이유는 뭉치면서 생긴 쫀득함
씹을수록 드러나는 밥 알에서 나오는 단맛과
이름이 주는 단단한 힘.
예전에 요리이름을 지어 붙이면서 쌍문동 멸치김밥이라고 글을 적었다. 이름에 대한 설명이 없었는데, 어떤 지역의 특성이 살아있는 집이나 식당에서, 사람에게서 나온 요리에 동네이름을 붙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은 너무 넓고 실명을 붙이기에는 전문적이지 않고 오래 이어진 방법일 뿐 창의적인 것은 아니나, 모두가 어우러져 그 어딘가 동네에서 살아가는 생활모습에서 ‘지금, 여기에’ 나온 한 그릇의 음식이 특별하게 반짝이는 순간. 지금은 이사해서 쌍문동 이름이 붙여진 내 페이지의 요리법들은 그때 그 시절의 요리가 되었다, 이건 일종의 실험! 동네생활이 이어진 요리.
밥을 쥐기 전에 손에 기름을 살짝 묻히는 것이 좋다.
아래 사진은 예전, 쌍문동시절 주먹밥입니다.
멸치밥 해서 만든 주먹밥에 김가루 버무린 고래밥.
멸치밥 주먹밥 고래밥
참, 멸치밥을 상추에 쌈 싸 먹으면 무척 맛있습니다.
추가, 0303
김자반 만들기
몇 번 김자반을 만들다 보니 더 좋은 방법이 있어서 남겨놓습니다. 평평한 팬 보다 깊은 궁중팬에 볶는 것이 뒤적거리기에 편했습니다. 김을 네 등분 해서 겹치고, 손가락 폭 정도로 길게 잘라낸 후 다시 짧게 자르는 방법으로 했습니다. 김을 잘라 팬에 넣고 통깨도 같이 넣어 중불 이하로 볶습니다. 약간 매운 향이 스치는 것이 신기합니다. 소금, 설탕을 1:1로 넣는데 설탕을 먼저 넣고 녹이면서 코팅하듯이 섞다가 소금 간을 맞춰서 하고 불을 줄여 팬 온도가 내려갈 때까지 조금 기다렸다가 기름을 넣고 섞었습니다. 설탕 코팅이 되니까 약간 단단하게 파삭해지고 올리브오일과 들기름을 다소 신선한 상태에서 먹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