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의 가로등

조명

by 고양이삼거리

가로등을 샀어?


온라인으로 산 플로어 스탠드가 도착해서, 조립해 놓은 것을 보고 집에 돌아온 r이 말했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꼭, 가로등 같았다. 물건 구입은 실물 보고 사는 것을 선호하지만 가끔 이럴 때가 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면서 늘 사던 곳에서 자신만만하게 클릭을 감행하는 것이다.


이런 건지 알고 산 거야?


우리는 몰랐다. 둘이 포장을 풀고 조립을 시작하면서 알기 시작했다. 수직 봉이 생각보다 두텁고, 전등갓 마감 칠이 어둡고 거칠어서 투박한 게 외부조명 같다. 천정고 높고 넓은 공간에서 촬영된 사진과 현장 차이 때문에 생긴 일이다. 제품이 이상하다기보다는 우리 집 어디 있어도 어색하다. 일단 거실 가운데, 큰 테이블 옆에 두었다.


친구들 오면 구경시켜 줘야지.

집에서 이런 거 본 적 있니?


다행히 서너 번 자리를 옮겨보고 지금 자리, 벽에 기댄 책장 옆에서 거실 가로등의 역할을 잘하고 있고, 나름 금세 친해졌다. 바닥에 발로 밟아서 껐다 켜는 스위치가 있는 것이 편하다. 집에 돌아오면 거실 스탠드를 하나씩 키고, 부엌 불을 켜둔다. 10시-11시 즈음이 되면 부엌도 스탠드만 켜둔다. 거실 천장등은 거의 켜지 않고 손님이 오거나 사진촬영이 필요한 특수 경우에만 키게 된다. 우리 집 조명감독인 내가 주로 관리하고 있다.


예전 집에서도 거의 비슷한 시스템이었는데, 구옥 빌라였던 옛집은 전기콘센트가 개소도 적고 위치가 애매해서 멀티탭을 여러 개 사용했었고 전압도 약했다. 이사 와서 살펴보니, 욕실 배기팬 같이 없던 설비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비슷한 구성에서 전기요금이 약간 늘어났다. 그런데, 가로등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부엌은 싱크대 주변에 하나 식탁 위치에 메인 조명 하나가 있고, 작업대 커피코너에 작은 스탠드가 있다. 의외로 유용하게 쓰고 있는 것은 레인지 후드등이다. 밤에 주전자 물 끓일 때 종종 쓰고, 밝게 켜두고 요리하는 것도 좋다.


복도 등은 거의 켜지 않고 낮에는 방문을 열어둔다. 방은 잘 때만 들어가는 편이므로 등을 계속 켜지는 않는데, 가끔 밤에 거실을 조금 더 밝게 하고 싶으면 문을 반쯤 열고 방의 불을 조명으로 켜둔다.


거실에는 소파와 책상 주변으로 가로등과 스탠드가 몇 개 켜진다.


모두들 잠이 든 때에는 부엌 스탠드와 낮은 선반에 놓인 무드등이 켜있는데, 그 무드등으로 말할 것 같으면 r이 어릴 적 학교에서 공작품으로 만들어 온 led패널 등으로 미약하지만 낮이나 밤이나, 종일 우리 집을 밝히고 있다.


천장등은 주광색이고, 나머지 등은 전구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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