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건물 요소

by 고양이삼거리

우리가 예전 작은 집에 살 적에는 방 문을 모두 열고 지냈다. 길게 이어진 복도 양 끝 방의 문을 열어 트이게 하고 가운데 미닫이문 방도 문을 떼어놓고 사용했었다. 시선이 트여있으니 작은 집이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이다. r이 청소년이 되어서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줄 때 가운데 방에 문을 다시 달았다. 그 문은 작은 격자로 나눠진 나무틀에 반투명 엠보싱유리 몇 장이 달려있었다.


다음에 이사할 때 r이 꼭 원하는 집의 조건이 하나 있었는데,


이렇게 이렇게 옆으로 여는 문 말고,

미닫이 말고?

웅, 그리고 유리도 절대 안 돼!


그 말을 듣고 우리는 한 참 웃었다. 처음이니까 그 정도 거리감이 괜찮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 약간 불편할 수 있겠다 생각은 했는데 그렇게 콕 집어서, 미닫이문 여닫는 시늉도 하면서 힘주어 얘기하는 게 너무 귀엽기도 하고 웃겼다.


문은 벽을 열고 틀을 고정한 후 문짝을 경첩으로 연결하고 문짝의 적절한 위치에 손잡이를 설치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모든 부분은 시의적절하게 설계된다. 그리고, 현장이나 작업실에서 제작되기도 하고 기성품으로 선택되기도 한다. 현관, 욕실, 소음방지 필요한, 기타 특수 용도 외 문지방은 많이 설치하지 않는 것 같다, 방화문인 현관문은 필수다. 공간의 용도와 실내, 실외 구분에 따라서 재료와 부속철물들을 맞춰서 설계한다. 보이는 것 외에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맞춰 재료, 재료의 특성에 따른 구성, 필요한 기능, 물리적 필요에 따른 철물 선택, 천천히, 자동으로, 가볍게, 묵직하게, 위로, 옆으로, 앞으로, 앞뒤로 등등, 이렇게 문은 움직이는 건축 요소이다. 열리고 닫힌다.


보통 집에서, 계단실에 연결된 현관문은 철재, 실 내는 주로 목재로 되어있다. 그러다가 간혹 이렇게 방이나 혹은 거실로 이용될 수 있는 곳, 실내 이면서 외부 베란다에 연결돼서 빛이 들이는 곳 같이 중간지대의 성격을 주는 장치로 유리가 등장하기도 한다. 목재 혹은 합성재료 문은 가벼운데 유리는 무게도 있고 안전도 신경 써야 하니까, 단순하게 미닫이로 하기도 하고, 현관 같은 곳은 더 작게 쪼개서 레일을 달기도 하고, 외부에 많이 쓰던 폴딩도어를 설치하기도 한다. 유리문은 문과 창의 경계에서 닫혔지만 열린, 열렸지만 닫힌 모호함을 유지한다.


이전 집에서 r의 방은 꽉 닫힌 여닫이문이었는데, 베란다로 통하는 창이 넓게 나있어서 환하고 좋았다. 오히려 우리 방에 벽부형 반투명 유리 장식장과 유리문이 달려있었는데 다른 집들은 거실로 주로 쓰는 공간을 우리는 방으로 썼다. 프라이버시 때문은 아니고 모기와 냉난방 때문에 밤에는 닫고 사용했는데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판유리가 가볍게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집은 합성재 ABS문인데 오염에 강해서 화장실문도 깨끗하게 유지되어 있는데 문이 문틀과 만날 때 얇은 소음을 내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문틀과 문 손잡이 부근에 소음방지패드를 붙여두었다. 이게 효과가 있었는데 문과 문틀사이의 틈이 미세하니까 얇은 것을 골라 써야 한다. 두꺼우면 스펀지가 힘으로 문을 다시 밀어내기도.


이제 우리는 모두 성인이니까 누구 하나가 자러 가면 서로 소리를 조심하며 문을 닫고, 각자 필요에 따라 문을 여닫는데 나는 주로 생선이나 고기를 구울 때 문을 닫고, r은 방이 아늑하게 깊이 있어서 문을 열고 있을 때가 많은데, 문을 닫으면 와이파이속도가 떨어지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 같다.


소음방지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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