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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유은영 May 22. 2023

나라의 중심에 서다

충주 중앙탑사적공원

충주시에는 중앙탑이 있습니다. 공식 명칭은 '충주탑평리칠층석탑'입니다만 중앙탑으로 더 알려져 있답니다. 왜 중앙탑일까요? 이 탑은 신라 원성왕 때 국토의 중앙을 표시하기 위해 세웠습니다. 나라의 중앙을 알고 싶었던 원성왕이 잘 걷고 건장한 장정 중에 보폭이 같은 두 사람을 뽑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토의 남쪽과 북쪽 끝에서 한날한시에 출발시켜서 만난 곳이 이곳 탑평리였다고 해요. 그 자리에 국토의 중앙임을 알리는 거대한 탑을 세웠고, 그 탑이 바로 중앙탑입니다.


두 사람이 영토 남과 북 끝에서 한날한시에 출발하여 만난 자리


국토 중앙을 상징하는 중앙탑

우리나라 중심부에 위치한 충주는 예로부터 중요한 지역이었다. 삼국시대에는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부강한 나라가 이 땅을 차지했다. 백제 다루왕 36년에는 미을성으로 불리던 백제의 땅이었고, 그 후 장수왕의 남하정책으로 고구려가 차지하여 국원성이라 했다. 진흥왕 때는 신라가 장악하게 되고 경덕왕까지 약 200년 동안 국원경이라 불린다. 통일신라 때는 9주5소경을 두었는데, 5소경의 중심이라는 의미로 충주를 중원경이라 하였다. 그렇게 부강하고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서 독특한 중원문화를 이루었다.

해질 무렵 더욱 높아 보이는 중앙탑


국토 정중앙에 하늘을 찌르는 왕권을 상징하는 탑을 세워 새로이 편입된 백제와 고구려의 백성을 포용하고, 흩어진 민심을 모으려는 의미가 담긴 탑이다. 우리나라 탑은 대부분 절에 세워진 것이다. 그런데 중앙탑은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는 너른 평지에 홀로 우뚝 솟아 있다. 높이가 무려 12.9m나 되며, 현존하는 신라 석탑 중에 가장 높다. 기단을 2층으로 쌓고 그 위에 7층의 탑신을 올렸다. 좁고 높게 쌓아 올린 모습이 하늘을 찌를 듯 날렵하게 느껴진다. 

탑 꼭대기의 앙화


중앙 계단을 따라 언덕 위로 올라가면 탑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보게 된다. 특히 탑 꼭대기의 앙화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꽃이 활짝 핀 듯 아름답다. 오른쪽 어깨가 탑으로 향하도록 서서 두 손을 모아 탑돌이를 하는 사람도 많다. 깊이 간직한 소원 하나 가만히 내려놓는 순간 평화가 깃든다. 고개를 돌리면 낙동강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충주를 대표하는 시인인 신경림이 이곳에 앉아 시를 적었던 바로 그 풍경이다. 밤이면 공원 구석구석 아름다운 조명이 켜지고, 또 다른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탑에 앉아 신경림 시인이 시를 쓰며 즐겼던 낙동강 풍경
밤이면 더욱 빛나는 중앙탑사적공원


한국관광 100선에 오른 중앙탑사적공원

중앙탑 주변에 조성된 중앙탑사적공원은 충주 관광의 핵심이다. 충북 최초의 야외조각공원이 있다. ‘풀밭에 누워’,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사과 2개’ 등 국내 유명 조각가의 작품 25점이 전시 중이다. 천년의 역사를 품은 중앙탑과 현대의 예술작품을 함께 감상하는 공간이다. 드넓은 잔디밭 피크닉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잔디밭 옆으로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이 유난히 반짝이고, 강바람이 불어와 기분이 상쾌하다. 사랑의 불시착과 빈센조 등 드라마에 나온 장소는 포토존으로 인기가 많다.

낙동강과 조각작품을 함께 만끽하는 중앙탑사적공원


입고 놀까, 타고 놀까, 찍고 놀까 

중앙탑사적공원 안에는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공원 내에 있는 중앙탑의상실은 ‘입고 놀까’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웅장한 한옥 건물로 들어서면 예쁜 한복은 물론 개화기 의상과 다양한 소품들이 가득하다. 옛날 교복, 영화 속 캐릭터 의상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 전통 의상까지 갖췄다. 옷을 빌려 입고 의상실을 나서면 훌륭한 포토존이 넘쳐난다. 공원 안 어디서나 셔터만 누르면 인생샷이다.

입고 놀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중앙탑의상실
한복부터 세계의상까지 모두 갖추었다


나만의 감성 사진을 원한다면 중앙탑사진관으로 가보자. 중앙탑사진관은 뉴트로 감성 물씬 풍기는 셀프 사진관이다. 아담한 초가집에 아기자기한 소품부터 조명이 설치된 감각적인 스튜디오까지 모두 갖추었다. 중앙탑의상실에서 의상을 대여한 뒤라면 더욱 특별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예약은 필수다.

찍고 놀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중앙탑사진관
감성 가득한 포토존


남한강을 좀 더 특별하게 즐기고 싶다면 자전거를 타보는 건 어떨까? 조각공원 안은 한적하고 평탄해서 자전거 타기 좋고, 강바람 맞으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중앙탑사적공원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충주체험관광센터에 가면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일반자전거는 물론 2인용 자전거까지 마련되어 있고, 튼튼한 헬멧도 빌려준다.

강바람 맞으며 무지개길을 달리는 가족


K드라마 성지 탄금호무지개길

탄금호무지개길은 최근 SNS를 타고 명소로 떠올랐다. 중앙탑사적공원 옆으로 흐르는 남한강은 조정지댐에 막혀 공원과 탄금호 사이에 호를 이룬다. 이곳을 탄금호라 부른다. 탄금호무지개길은  물 위에 놓인 1.4km의 부유식 다리다. 2013년 세계조정선수권대회 당시 방송중계를 위해 만든 중계 도로였는데, 탄금호무지개길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개방되었다. 탄금호의 고즈넉한 풍경을 끼고 이어진 멋진 산책로다. 우륵대교와 나지막한 산들이 어우러진 풍경과 물살을 가르며 연습하는 조정선수들이 종종 눈에 띈다. 

밤이 되면 낮보다 매력적인 풍광을 뽐낸다. 하늘이 붉게 물들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길 위로 화려한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바닥에는 찬란한 무지갯빛 조명이 발밑을 아름답게 수놓고, 스피커에서는 감미로운 음악이 흐른다. 드라마 <빈센조>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홍차영과 빈센조가 강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다리 위가 바로 이곳이다. 

화려한 조명으로 수놓인 무지개길 야경


국내 유일한 친환경 전기 유람선

탄금호 풍경을 즐기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 2021년에 운항을 시작한 탄금호 일렉트릭 유람선이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전기유람선이다. 탄금호선착장을 출발해 국제조정경기장과 중앙탑사적공원, 탄금호무지개길을 물 위에서 둘러보는 코스로 왕복 5km, 40분 정도 걸린다. 정원이 72명의 유람선으로 안락한 의자가 놓인 객실,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는 공연장, 탄금호 절경을 감상하기 좋은 2층 테라스가 있다.

무엇보다 조용하고 쾌적해서 힐링이다. 시끄러운 배 엔진소리가 사라진 유람선은 고요히 풍경에 빠져들게 만든다. 하루 5회 운항하는데 낮에 2번 저녁에 3회를 운항한다. 저녁 시간에 이용하면 평화롭고 아름다운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충주 탑평리칠층석탑과 탄금호무지개길의 야경이 물 위에 반영되어 꿈결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조용하고 쾌적한 우리나라 최초 전기유람선


고구려비 관람부터 동굴 속 보트타기까지 흥미진진 여행지들

충주여행의 매력은 볼거리가 넘쳐나지도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다. 중앙탑사적공원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충주고구려비전시관이 있다. 우리나라에 남은 유일한 고구려 비석인 충주고구려비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충주 고구려비는 고구려의 한강 이남 진출을 입증하는 중요한 유적이다. 전시관으로 들어서면 큰 말을 탄 고구려 장수 조형물이 여행자를 반긴다. 고구려의 주력부대였던 개마무사다. 개마무사를 지나면 고구려의 역사가 펼쳐지고, 한걸음 옮길 때마다 고구려에 대해 알게 된다. 커다란 충주고구려비 탁본을 지나 마지막 공간에 들어서면 중앙에 충주고구려비가 기다린다. 비석 사면에 새겨진 글자를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다.

국내 유일한 고구려비를 만나는 시간


최근 충주 여행지 중에 가장 뜨거운 이슈는 활옥동굴이다. 1920년부터 채굴을 시작해 100년이 넘은 동굴이다. 활옥과 활석을 캐던 갱도는 무려 87km에 이른다. 현재 개방된 공간은 극히 일부로 왕복 2.3km 구간이다. 동굴 곳곳에 LED조명이 반짝이고, 좌욕기가 설치된 건강테라피실과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와인동굴, 물고추냉이를 재배하는 동굴농원 등 볼거리가 줄을 잇는다. 500마력의 권양기와 사갱운반차 등 활옥을 실어 나르던 시설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동굴 끝에 기다린다. 동굴 속에 신비로운 호수가 있고 호수 위로 투명 보트를 탈 수 있다. 동굴 속에 호수도 신기하고, 보트를 타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투명 보트를 타고 노를 젓다 보면 머리 위로 거대한 암벽과 동굴호수를 만끽하게 된다. 투명 보트 아래로 철갑상어와 물고기들이 지나다닌다.

동굴 속 신비로운 호수에서 보트 타기


수주팔봉은 충주의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명소다. ‘물 위에 선 여덟 개의 봉우리’라는 뜻으로 송곳바위, 중바위, 칼바위 등 신비로운 암봉이 달천을 따라 우뚝 솟아 있다. 암봉과 암봉 사이에 출렁다리가 놓였다. 출렁다리에 서면 달천과 마을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출렁다리를 건너 10분 남짓 등산로를 따라 발품을 팔면 수주팔봉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서면 팔봉마을을 휘감아 도는 물돌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찍이 고려 말 학자 이행은 ‘이 땅의 물맛 중에 최고는 충주 달천이요, 다음은 한강 우중수요, 셋째는 속리산 삼타수다’라고 했다. 달천은 인위적인 손길이 전혀 없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산 그림자 드리운 채 고요히 흐르는 물길을 바라보는 일이 달디 달다.  

수주팔봉과 출렁다리



추천여행코스

<당일 여행 코스>

활옥동굴→충주고구려비전시관→중앙탑사적공원→탄금호무지개길→탄금호 일렉트릭 유람선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충주고구려비전시관→충주체험관광센터→중앙탑사적공원→탄금호무지개길→탄금호 일렉트릭 유람선

둘째 날 / 탄금대→활옥동굴→수주팔봉



여행지 정보

-충주고구려비전시관 : 충주시 중앙탑면 감노로 2319, 043-850-7310, 이용시간 09:00~18:00, 월요일과 1월1일 및 설 추석 휴관

-중앙탑사적공원 : 충주시 중앙탑면 중앙탑길 112-28, 043-843-0531~2(충주종합관광안내소), 상시 개방

-탄금호무지개길 : 충주시 중앙탑면 탑정안길 21, 043-845-0245(충주체험관광센터), 상시 개방(조명 점등 시간은 계절에 따라 유동적)

-탄금호 일렉트릭 유람선 : 충주시 중앙탑면 중앙탑길 168-6, 043-852-5989, 운항 시간 11:20 12:30 18:00 19:00 20:00(날씨에 따라 운항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전화확인 필수)

-충주체험관광센터 : 중앙탑면 중앙탑길 150, 043-845-0245, 10:00~17:00 설 추석 휴무 (자전거대여소 09:00~18:00 월요일 및 설 추석 휴관)

-활옥동굴 : 충주시 목벌안길 26, 043-854-0504, 09:00~18:00, 월요일 휴관(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운영, 익일 대체 휴관)

-수주팔봉 : 충주시 대소원면 팔봉향산길 19, 상시 개방(출렁다리 이용시간 하절기 09:00~18:00 동절기 09:00~17:00)


글, 사진 : 유은영(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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