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말을 짓다

프롤로그

나는 20년 차 방송작가다


2000년 6월 14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처음 손을 맞잡은 6‧15 공동선언의 하루 전날,

여의도 KBS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나는 그 날, KBS 교양 프로그램 <강력추천 고교챔프>의 막내작가로 처음 출근했다.


방송작가는 글이 아니라 말을 쓴다. 나의 글은 누군가의 입을 통해 말로써 전달된다. 그래서 내 글은 처음부터 글이 아니라 말이 되어야 했다.


방송작가는 잡가(雜家)라 한다. 기획부터 아이템 찾기, 자료조사, 섭외, 취재, 인터뷰, 촬영, 편집, 시사, 자막, 예고, 원고 등 한 편의 방송을 온에어(On-Air)시키기 위해 방송작가의 글은 수업이 많은 단계를 거쳐 완성된다. 원고를 쓰는 것은 전체 일의 1/10도 안 된다. 방송시간은 정해져 있고, 피디는 최후까지 영상을 붙잡고 있기 때문에 원고를 쓰는 시간은 언제나 부족하다.


방송작가는 원고로 말한다. 방송작가의 일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말을 짓는 일이다. 밥을 짓고 집을 짓듯이, 방송을 만드는 각 단계마다 계속 원고를 생각하고 마지막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해 원고를 쓴다. 그리고 누군가의 말을 통해 방송으로 전달한다. 방송작가는 한 문장 한 문장 진심을 담은 말을 짓는 사람이다.


*On-Air : 전파가 공중으로 발사되고 있는 상태. 제작 또는 방송 중임을 표시하는 것.


당신 입 속의 혀가 되고 싶어요!


생방송 두 시간 전 갑자기 아나운서가 바뀌었다. 여자 아나운서보다 남자 아나운서가 다루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그게 뭐 중요한가 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말하는 투가 전혀 다르다. 고친다고 고쳤으나 방송이 나가는 내내 낯이 뜨거웠다. 3년 차 아나운서는 자기의 입맛에 맞게 중간중간 어미를 고치며 읽었지만 원고를 쓴 나로서는 그가 불편해하는 기색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방송을 마치고 간단한 회의 끝에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마침 아나운서와 같이 탔다.


“미안해요. 제가 남자 말투는 좀 어려워요.

갑자기 바뀌어서 아나운서님의 목소리를 생각하며 원고를 쓴다고 썼는데

어미처리가 많이 불편했죠?”


아나운서는 매우 놀라는 표정이었다.


“제 목소리를 생각한다고요?”


“그럼요. 방송작가의 원고는 당신 목소리를 통해 말로 전달되잖아요.

다음 주에는 더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쓸 게요.”


방송을 준비하는 틈틈이 그 남자 아나운서의 방송을 찾아 체크했다. 생방송 원고를 쓰는 날에도 시간을 쪼개 방송 한 편을 보고 원고를 썼다. 방송이 끝나고, 아나운서는 일부러 나를 찾아왔다.


“오늘은 정말 읽기 편하던데요. 고맙습니다.”


방송작가 이 맛에 한다. 누구도 모를 작은 디테일, 그러나 나는 아는 디테일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에 바로 피드백이 오는 짜릿함!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은, 는, 이, 가, 만, 도”를 고민하고 “요, 죠, 다, 입니다, 습니다”를 고쳐 쓴다. 내 글을 말로 전해줄 당신의 입속 혀가 되기 위하여.



말하는 글쓰기에 대하여


SNS를 하다 보니 글의 내공이나 필력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많다. 20년 동안 방송과 홍보, 기사, 상담, 강연 등 말과 글로 밥 벌어먹어 온 경험을 쓰고자 한다.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 하루 전 날, KBS 로비의 술렁임을 기억한다. 역사적 현장에 내가 있다는 설렘으로 시작한 방송 20년의 희로애락을 돌아보며 초심으로 돌아가 글을 쓰고 싶다.



[주요 경력]

= 방송

SBS <모닝와이드>, <생방송투데이>

KBS <여유만만>, 한중 위성 연결 토크쇼 <통하다>, <소비자리포트>

<흔들리는 경제 돌파구를 찾아라>, <심야토론>

MBC <기분 좋은 날>, <생방송 오늘 저녁>

채널A <그때 그 사람>

동아TV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외 다수


= 홍보

포스코, 에버랜드, 삼성중공업, LGD, SK에너지 등 기업체 홍보영상물 기획, 제작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MB 공감토크 등 정부기관 영상물 기획, 제작

우리은행 경영전략회의, LG IFA, LG 시그니처 키친스위트 논현 쇼룸 행사 기획, 시나리오 등


= 강연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별 읽어주는 여자의 아주 특별한 상담소>

: 부부대화/자녀교육/직장인 커뮤니케이션

그룹 및 개인 별자리 심리학 강연과 상담


= 기사 연재

오마이뉴스 <별 읽어주는 여자>

: 영화로 읽는 열두 별자리의 삶과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