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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몸 주고 마음 주고... 첫사랑에 집착하는 게자리

<건축학개론>을 통해 본 게자리의 삶과 사랑

술만 마시면 첫사랑 타령하는 이들이 있다.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고 깨끗이 잊었다 생각했던 “상놈(년)”을 안주로 술을 마시며 홍대 뒷골목을 헤맸던 기억이 난다. 첫사랑은 처음이라 서툴지만 특별하고, 완성되지 못한, 결혼하지 못한 그래서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사랑인지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지만 게자리에게 첫사랑은 유난히 특별하다. 영화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을 죽어도 잊지 못하는 게자리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이용주 감독과 어린 승민 이제훈은 모두 게자리다(이용주 감독 1970년 6월 6일 ☼ 쌍둥이자리 ☽ 게자리, 이제훈 1984년 7월 4일 ☼ 게자리 ☽ 처녀자리).   

  

영화 <건축학개론> 때문에 잊혔던 첫사랑들이 술안주로 많이 소환됐다.


헤라클레스에 밟혀 죽은보호본능이 강한 게자리  

   

영웅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와 미케네의 왕녀 알크메네 사이에 생긴 아이로, 태어나기 전부터 헤라의 미움을 받았다. 남편의 바람기에 화가 치민 헤라는 헤라클레스에게 티린스의 왕 에우리스테오스 옆에서 12년 동안 봉사하도록 일을 꾸몄다. 에우리스테오스 왕의 명령으로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무서운 괴물, 히드라를 퇴치하게 된 헤라클레스. 아무리 베어도 머리가 다시 살아나 고전을 면치 못하자, 헤라는 헤라클레스를 죽일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히드라를 도울 거대한 게 한 마리를 보냈다. 게는 헤라클레스의 발가락을 무는 데 성공했지만 바로 밟혀 죽고, 히드라도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헤라는 자신 때문에 죽은 히드라와 게를 불쌍히 여겨 별자리로 만들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게자리는 헤라클레스에 밟혀 죽은 게다. 12별자리 중 가장 흐릿한 게자리는 명징한 기억, 과거에 집착한다. 

 

열두 별자리 중에서 가장 어두운 별자리로 옛날에는 '구름'으로 불리기도 했던 게자리(이것이 성단인 것을 발견한 사람은 망원경을 처음으로 천체관측에 이용했던 갈릴레오다)는 6월 21일 하지(夏至: 일 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긴 절기)에서 7월 22일 대서(大暑, 24절기 중 12번째 절기, 큰 더위)까지 여름의 기운을 타고 태어났지만 돌아다니기보다는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고, 보호본능이 강하다. “게 눈 감추듯”이란 속담이 있다. 평상시에는 한가하게 돌아다니다가도 조금만 위험하다싶으면 잽싸게 눈을 감추고 숨어버리는 게의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흐릿하고 어두운 때문인가, 게자리는 누군가에게 명징한 기억을 남기고 싶어 하고(사진 찍기가 취미), 마치 사진을 찍은 듯 비상한 기억력을 자랑한다. 

     

첫사랑과거 지향     

“그 때 그 사람”을 잊지 못하는 가수 심수봉처럼 게자리는 누군가 자신을 서운하게 했던 과거를 잊지 못하고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며 징징거린다. 기억력이 좋아서 몇 날 몇 일 몇 시에 누구와 어디서 무얼 했는지, 그 날의 상황과 말을 사진 찍듯 정확하게 기억하니, 싸우면 피곤해진다. 술만 마셨다 하면 첫사랑 타령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스무 살, 건축학과 승민(이제훈)은 <건축학개론>수업에서 처음 만난 음대생 서연(수지)에게 반한다. 함께 숙제를 하면서 차츰 마음을 열고 친해지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툴고 순진한 승민은 작은 오해로 서연과 멀어진다, 라고 영화 줄거리에서는 말하는데 아직 오지도 않은 가상의 상처(서연이 재욱(유연석)과 자지 않았을까)에 스스로 도망친 거 아닐까. 게자리의 자기 보호본능이 사랑을 방해한 것이다.     


난 바보가 됐나봐. 널 보면 느껴지는 이 감정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지 바보처럼 아무 것도 모르겠는... 
나 널 좋아해!

                                             - <건축학개론> 중 어린 승민의 대사     


옆에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5분 내에 절친이 되는 쌍둥이자리의 친화력이 게자리에게는 없다. 일단 친해지고 사랑에 푹 빠지면 <미저리>처럼 집착하지만 그때까지 진도는 하세월이다. 때로 게자리 연인을 둔 사람들의 투정은 “너무 지켜준다”라나? 게자리의 자기보호본능 때문에 이 사랑에 자기가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하느라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원체 마마보이, 마마걸이 많아서 엄마에게 일일이 보고하느라 오래 걸리는지도 모르겠다. 게자리가 지켜주는 동안 양자리(재욱, 유연석)나 사수자리가 먼저 그녀를 차지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네가 내 첫 사랑이었으니까!

                      - <건축학개론> 중 승민이 건축가 많은데 왜 찾아왔는지 묻자 서연의 대답   

  

15년이 지난 현재, 서연(한가인)이 승민(엄태웅)을 찾아온다. 집을 지어주기로 하지 않았냐면서, 첫사랑 운운하면서. 첫사랑에 약하고 책임감이 강한 게자리는 약속대로 서연의 집을 지어준다.      




신의 한수 캐스팅

배우는 캐릭터에 따라 변신하는 게 일이지만, 배우의 성격과 드라마 속 캐릭터는 묘하게 닮은 경우가 많다. <건축학개론>의 네 주인공 별자리를 살펴보면 아주 흥미롭다.      

어린 승민(이제훈, 1984년 7월 4일 ☼ 게자리 ☽ 처녀자리)은 게자리답게 자기 보호본능이 강해 첫사랑 서연을 놓친다. 최근 이제훈은 과거와 소통하는 드라마 <시그널>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어린 서연(수지, 1994년 10월 10일 ☼ 천칭자리 ☽ 사수자리)은 가만히 있어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의 천칭자리다.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국민 첫사랑에 등극했는데 원조 국민첫사랑 박주미(1972년 10월 5일 ☼ 천칭자리 ☽ 처녀자리)도 천칭자리다. 


승민(엄태웅, 1974년 4월 5일 ☼ 양자리 ☽ 처녀자리)은 내면의 처녀자리답게 일을 위해서 결혼준비까지 미루는 일 중독자다. 


서연 (한가인, 1982년 2월 2일 ☼ 물병자리 ☽ 황소자리)은 물병자리답게 헤어진 옛사람을 다시 찾아오고, 내면의 황소자리답게 요즘 부동산값이 천정부지 오르는 제주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감성을 지배하는 전통적인 양육자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사냥·야생동물·처녀성의 여신으로 로마 신화에 나오는 디아나(라틴어: Diana, 빛나는 것이라는 의미)와 동일시된다. 제우스와 레토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아폴론과는 쌍둥이 남매지간이다. 헤라는 이 쌍둥이가 대단한 권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해산의 여신 에일레이티아를 붙잡아 레토의 해산을 방해했다. 레토는 오르티기아 섬에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파도를 솟구쳐 햇빛을 막아주어 겨우 해산할 수 있었다. 먼저 태어난 아르테미스는 9일 간의 진통 후 아폴론을 낳는 레토를 돕는다. 야생적인 처녀의 모습을 한 아르테미스는 달이 비칠 때 은으로 만든 띠와 신발을 신고, 한 손에 은 활을 든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그 때는 산짐승과 초목이 춤을 춘다. 그녀의 화살은 순식간에 목숨을 앗아가므로 희생물에게 아무런 고통도 주지 않지만, 성격이 거칠고 복수심이 강해서 그녀의 진노에 의해 희생된 사람이 수없이 많다. 고대인들은 아르테미스를 유방이 가득한 여신으로 묘사할 정도로 풍요의 신으로 숭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를 낳기 위해 여인들이 달을 향해 기도하고 달의 기운을 한껏 들이마시기도 하는 모습 사극이나 드라마에서 많이 봤을 것이다.     


사람의 무의식과 내면, 어머니, 양육 등과 관련이 있는 달의 영향으로 게자리는 사람들의 감정을 깊이 느끼고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세상을 인식한다. 차고 이지러지기를 반복하는 달의 모양처럼 감정 변화도 심하다. 매우 직관적이며, 다른 사람들을 보살피고 양육하는데서 만족감을 얻는다.     


예민하기로는 게자리나 처녀자리 둘 다 비슷비슷하다. 처녀자리가 노처녀 히스테리 같은 예민함과 꼼꼼함이라면 게자리는 임신을 한 여자들의 예민함과 자기 방어에서 비롯된 히스테리(?)다. ‘루나틱(lunatic)’이란 말을 들어보았는가? 흔히 ‘정신이상자’, ‘미친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달의 변화에 따라 시기적으로 나타나는 비정상적 정신상태의 일종”이라고 정의한다. 셰익스피어의 [오델로], [한여름밤의 꿈]에도 루나틱이 미친 사람이나 바보의 의미로 자주 사용되었는데, ‘luna’는 라틴어로 ‘달’을 의미한다.   

  

첫 눈에 반한 순간부터 사랑을 향해 돌진하는 양자리와 달리, 게자리는 밤하늘의 조용한 달처럼 부드럽고 은근하게 사랑을 시작한다. 이어폰을 한 쪽씩 나눠 꽂고 음악을 들으며, 반찬을 밥숟가락에 올려주는 게자리는 열두 별자리 가운데 최고로 로맨틱하고, 가장 여성적이다. 섬세하고 헌신적이며, 가슴으로 상대의 정서를 공감한다. 몸 중에서도 가슴을 좋아한다. 가슴 싫어하는 남자가 있냐고 하지만 물병자리는 여자의 다리, 천칭자리는 균형잡힌 몸매, 황소자리는 여자의 목덜미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이성을 보는 눈에 있어서는 바닥에 달린 사수자리는 여자라면 다 좋아하지만. 어쨌든 책임감 강하고 <연애의 목적>이 결혼(오늘날 행복하고 안전한 집에서 아이 낳아 기르는 행복을 위해선 결혼을 해야 한다)이지만, 연애지능만큼 바람지수도 높다. 혹시 이 사랑이 나를 상처 입게 하지 않을까, 계산하고 고민하느라 밀고 땡기기를 반복하니 이게 사람 애간장을 녹여 연애의 고수일 수도 있다.    

  

게자리의 사랑에 대한 조언     

매력적인 게자리를 만났지만 결혼할 생각이 없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농락하지 말라. 게자리 연애의 목적은 결혼이다. 자신을 상처 입히거나, 떠나려 한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어떻게든 복수한다. 오뉴월 서리보다 무서운 게자리의 복수, 궁금하면 확인해 보라.     


지금 게자리를 사랑하고 있다면 바로 결혼까지 진도나가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낭만적이고 섬세한 이 로맨티스트를 누군가 확 채가거나 바람을 피울지 모른다. 물론, 비둘기처럼 다정한 우리 집(부동산에 탁월한 능력)을 위해 가계부(혹은 카드거래내역)를 검사하고 통장잔고를 자신의 단단한 보호막(게 껍데기)처럼 생각하는데다, 타고난 마마보이, 마마걸이라 친정, 시댁 부모를 알뜰히 살피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당신이 힘들 때 가슴속 깊이 공감하며 위로를 건네는 한편, 강한 생활력으로 현실적인 책임을 질 테니 험난한 인생을 함께 할 반려자로는 최고!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박민숙 여사(김정난)는 임태산(김수로)에게 엄마 같은 아내, 큰누나 같은 아내로 알뜰살뜰 사랑한다. 든든한 통장과 강남의 알토란 같은 건물을 빽으로!     


당신이 게자리라면, 감정기복이 심해 우울하고 외롭다고 사람에 기대지 말라. 사랑을 해도, 결혼을 해도 어차피 외로운 건 마찬가지다. 몸 주고 마음 주고, 사랑 주고 돈도 주고... 자신의 모든 것을 퍼주는 사랑을 조심하라. 그렇게 퍼주고 집착하다 사랑이 끝나면 허무해서 쓰러지게 되고, 복수하고 싶어지는 거다.   

   

미져리 (Misery, 1990) 케시 베이츠 1948년 6월 28일 ☼ 게자리 ☽ 물고기자리 

부상을 입은 인기 소설가 폴이 간호사 출신의 열혈 독자 애니에 갇혀 겪게 되는 공포 드라마. 원작자 스티븐 킹은 술과 코카인중독에 빠져있을 때 자신을 옥죄던 존재를 생각하며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매디슨카운티의 다리>(1995) 메릴 스트립 Meryl Streep 1949년 6월 22일 ☼ 게자리 ☽ 황소자리

평범한 주부 존슨이 사진작가 킨 케이드와 나눈 나흘 간의 사랑을 평생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다가 죽기 전에 되새기는 형식의 소설이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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