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자
이래서 이태리, 이태리 하는구먼
회사에서 여기저기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새로 디자이너가 오는데 5년 전 일하던 그 사람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태리사람인데 멋지고 디자인도 잘하고, 우리 회사에서 구찌회사로 스카우트 됐는데 우리 사장이 다시 불렀다는 얘기, 여기저기서 엔리코, 엔리코.. 다들 난리들이다.
나는 이 회사에 들어온 지 이제 겨우 2년째라 그 유명한 엔리코의 얼굴을 모른다. 그런 그가 내일 우리 회사로 출근한다니 무지 궁금할 뿐이었다.
세계적으로 멋진 남자 중에 상위권에 있는 나라가 바로 이탈리아 아닌가?
그러면서 디자이너라니.. 거기다가 구찌에서 일하던 사람이라고 하니 정말 기대가 됐다. 얼핏 옆에서 일하는 동료의 말에 의하면 잘생기고 옷발까지 좋다고 하니 나름 그를 상상까지 하게 됐다. 만화에 나오는, 아니 영화에 나오는 키 큰 도시남 분위기 아닐는지 하고..
다음 달이 됐다. 아침이 되어 전날의 상상은 다 까맣게 잊고 정신없이 회사에 도착했는데 살짝 통통한 아저씨가 회사 문 앞에 있었다. 누구지? 큼직한 가방을 들고 있는 거 보니 뭐 팔러 온 세일즈인가 하고 무심히 그를 지나쳐 내 책상으로 걸어 들어왔다. 낯선 그 남자도 내 뒤를 쫓아오는 거 같다. 어디까지 따라오는 거지? 안쪽은 관리자 외 금지구역인데, 그 사람이 들어오면서 다른 동료들과 인사하는 소리가 내 뒤로 들린다.
"하이, 엔리코!" 아니 설마? 뒤돌아보니 내가 상상한 모습과는 정반대인 동글동글한 남자가 서있다.
"Oh, Are you Enrico?" 나도 모르게 웃으며 아는 척을 해보았다.
"Yes, it's me."
"Hi, nice to meet you!"
때마침 내 옆에서 같이 일하는 우리 회사 9년 차 직원인 데이지가 우리 곁에 오면서 그에게 대놓고 물었다.
"Hey Enrico, What happened?"
우리 셋의 대화를 듣고 또 다른 동료들도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다들 하나같이 반가우면서도 놀란 모습이었다.
그의 변명인즉슨 3년 전에 결혼을 하고 이탈리아에서 몇 년 살다가 돌아왔는데 그사이에 살도 찌고 머리도 살짝 빠지기 시작한다는 거였다. 나보고 잘생겼다고 나를 온통 상상 속에 빠뜨렸던 옆의 동료에게 작은 소리로 '이게 잘생긴 거냐?'라고 물었더니 그 친구도 너무 놀라면서 결혼 전에는 정말 날씬하고 멋있었단다.
그렇게 그 이태리 디자이너가 다시 돌아온 날 그는 우리말고도 또 다른이 들에 세몇 번이고 '결혼을 하고, 마음이 편해지다 보니~'하는 레퍼토리를 거듭했어야 했다.
하지만 엔리코랑 하루하루 일하다 보니 그가 정말 누구나 사랑스러워하는 이탈리아 남자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정말 옷은 매번 멋지게 차려입는다. 비록 몸이 살짝 아저씨 몸매가 됐지만 나름 매번 볼 때마다 옷을 틀리게 매치해 입는다. 이 남자는 옷이 도대체 몇 벌일까? 은은한 향수냄새도 자주 바뀌는 거 같다. 아마 요일별로 다른 향수를 쓰는 모양이다.
그러면서 디자인도 얼마나 멋지게 그려내는지 그의 디자인들을 볼 때면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그의 스케치에 비해 출고된 옷이 모양이 다르면 너무 미안하다. 워낙에 아이디어가 많고 디자인도 고급스러워서 한 번에 다 따라잡는 게 쉽지가 않다.
거기다가 목소리, 말하는 태도 그리고 매너가 참 좋다. 사람을 항상 배려하는 모습,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 그런 것들이 다 이탈리아에서 온 남자라 그런 것 같다고 우리들은 다 입을 모아 칭찬한다.
이래서 그가 5년 전에도 사랑을 많이 받았었나 보다. 나도 이제 엔리코를 모르는 사람에게 '그는 너무 멋진 사람이다'라고 소개할 수 있겠다.
우리는 어느 장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나를 보고 나서 누군가는 그 한국여자는 이랬어, 저랬어.. 하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겉모습보다 속의 모습이 알차고, 또 멋지고, 누구나가 다 칭찬하는 사람이고 싶다. 이 회사에서 누군가가 나를 얘기할 때 그 코리안레이디? 너무 멋있어, 사람이 좋아라고 한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것 아닐까? 오늘도 엔리코와 함께 일하며 멋진 사람과 일하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다시 한번 깨달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