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려서 언니가 일찍 시집가는 바람에 큰언니와의 추억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오빠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어요. 오빠도 20대 중반에 장가를 갔는데 오빠가 저에게 잘하니 새언니도 저를 친동생처럼 잘해주더라고요. 친언니보다 더 따랐던 거 같아요.
세월이 지나 저는 미국으로 시집을 오고 이래저래 살아가느라 오빠와도 소홀해지고 급기야 오빠가 이혼해서 더욱더 새언니와 연락이 끊겼었네요.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오빠 말만 믿고 새언니를 미워하기까지 했었어요. 결혼하고 살다 보니 어느덧 저는 40대 후반이 되고, 그렇게 무심하게 살다가 어느 날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새언니의 모습을 찾아서 그래도 늦었지만 메시지를 보냈어요.
"언니, 잘 지내는지.. 난 미국에서 잘 살고 있어. 언니가 생각나서 문자 해보네~"
그랬더니 얼른 답이 오더라고요.
아이들은 잘 크냐, 미국 생활은 어떠냐, 아이들 최근 사진 좀 보여달라 보고 싶다 등등 거의 10여 년 만에 연락이 닿아 전화통화로 이어져 언니의 목소리까지 들었는데...
새언니가 목에 혹이 생겨서 목소리가 너무 쉰 거예요. 바늘 알려지기까지 있어서 수술도 못 하고 그 성대를 누르는 혹이랑 같이 산다는 말에 너무 마음이 짠했어요..
그렇게 통화를 하고 나니 그동안 무심했던 제가 너무 미안해서 언니에게 바로 문자를 보냈어요.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500 정도 선물로 보내고 싶다고, 조카들 뭐 사주라고...
그랬더니 새언니가 아래와 같은 문자를 보내줬네요.
"선경아! 나한테 그런 거 안 해도 돼. 나는 너만 잘살면 고맙고 그게 나한테 선물이야.
나한테 신경 써줘서 고마워. 하지만 앞으로도 그런 선물하려고 하지 말고, 너 잘 사는 거로 선물로 하자. 나는 네가 잘살면 그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어, 알겠지!"
친정 부모님도 예전에 돌아가시고, 저와 잔 정이 없는 친언니에게서도 못 들어본 말이라 어찌나 가슴을 메이게 하던지요.
저는 물론 지금 잘살고 있어요. 다만 지나간 세월이 너무 야속하네요, 언니와 연락을 못 하고 이렇게 아이들마저 훌쩍 큰 것이 더욱더 더더더 속상하네요. 하지만 이제는 언니랑 자주 연락하며 지내려고요. 언니의 말처럼 잘 사는 모습 더 보여주며 살면서 언니에게 선물로 주려고요. 그리고 언니의 계좌번호를 알아내서 서프라이즈로 송금했네요. 마냥 어렸었던 올케의 선물을 잘 받아주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