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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이비 Dec 24. 2020

코로나 유행 시대의 제주는

약 일년 동안 주관적인 시선에서 관찰한 제주의 모습

올해 초, 코로나가 창궐한지 얼마 안 되었을때 (주관적인 시선에서) 제주 사람들은 안심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비록 특정 종교에 다니던 사람들이 제주에도 있어서 그것 때문에 잠시 비상이긴 했지만 제주 도민들로부터 전파가 되지 않아서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는 사람 안쓰는 사람 골고루 있었다. 고백하자면 그쯤엔 나도 걷다가 너무 숨이 차면 잠시 벗기도 했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서 그런지 일년동안 열심히 끼고 다니다 보니깐 KF94 마스크를 껴도 숨이 차는 경우가 없어져 이제 밖에서는 절대 마스크를 벗지 않는 정도까지 도달했지만.


버스 안에서 마스크를 써야 된다는 법이 생기기 전까지는 턱에다가 마스크를 걸치거나 마스크 끼고 타서 버스 안에서는 벗거나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마 사람들 마음 속에는 '설마 코로나가 제주도까지 퍼지겠어?'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5월에 가정의 달 연휴가 다가올때 즈음 해외 여행을 못가는 사람들이 제주도에 많이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번 긴장을 했었다. 관광지 근처에 사는 나는 하루에도 몇번씩 투덜 거렸는지 모르겠다. 아니나 다를까 길거리에도 사람들이 많이 보였고 유명 음식점에도 줄을 서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래도 관광객들이 있어야 상인들이 장사를 하지. 아무일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렇게 여름을 맞이 할 수 있었다.


여름에 마스크를 끼고 어떻게 다니나 싶었지만 비가 거의 여름 내내 오는 바람에 기온이 그렇게까지 많이 오르질 않아서 어찌저찌 여름은 잘 넘겼다. 대신에 역대급 긴 장마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절실히 느꼈던 여름이기도 했다.


아침과 저녁에는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자 마스크를 끼는데는 부담이 없어졌지만 언제쯤 코로나가 끝나나 하는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가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가족들과 어디로든 나가고 싶었지만 참았다. 가을은 짧은데 코로나 때문에 더 빨리 지나간 느낌이었다.


겨울이 되고 그동안 잘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제주도에도 지역간 전파가 시작되었다. 사실 예상은 했었다. 동네 오가며 만나는 친척들도 그렇고 너무 방심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 친척 중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어른들이 방심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한정적이라 너무 일반화의 오류 같지만 이번 일 있기 전까지 일년 내내 든 생각은 그래도 방심하는 것에 비해서는 전파가 안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 물론 도에서 일처리를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오고가며 본 일반 사람들이 그렇다는 뜻이다. 게다가 친구가 다니는 직장에서는 회식을 하고 다녀서 친구가 걱정되기도 했다. 아직 조무래기라서 친구는 이렇다 할 권한이 없는데 어른들이 눈치껏 안하면 좋으련만.


그런데 한번 지역간 감염자가 나오자마자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재난 문자가 이렇게 많이 오는 것도 처음이었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이보다 더 문자를 많이 받겠지? 코로나 상황실 들어가서 동선 확인해보면 상가 이름이 나오기도 하지만 제일 많이 보이는 것이 몇번째 감염자 접촉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내가 다니는 운동 센터에는 감염자의 밀접 접촉자가 나와서 잠시 비상이었다. 다행히 그분은 음성으로 나왔지만 그분이 다녀갔다는 이유 때문인건지 그날을 기점으로 운동센터에는 사람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운동 센터에는 매일 소독을 한다는 안내문까지 붙였지만 그건 사람들의 불안을 잠재우진 못한 것 같다.


여름까지는 가끔 다니던 카페도 이런 상황을 못 견딘 건지 아니면 엎어질때 쉬어가는 것인지 장기 휴업에 들어갔다. 그곳은 관광객을 타겟팅으로 하기 보다는 동네 주민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느낌이었다. 점심 이전에 가면 사람도 없고 커피 가격도 싸고 디저트도 맛있어서 좋아했는데 마음이 좀 아팠다. 


언제쯤 이 위기가 끝날까? 끝나기는 할까? 끝나고 나서는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다시 이런 비슷한 위기가 왔을 때는 우리는 어떻게 대처를 할까?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고 다시 생활이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다. 비록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 하지만 무엇인들 지금보다 못할까 싶다. 코로나 때문에 만남을 잠시 미루어 두었던 친구들과도 만나고 싶고 가족들과도 날씨가 좋을때 놀러가고 싶고 그렇다.


2020년아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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