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잔차길•그랜드슬램 - 3,000 km 그 여정
영산강에서 시작된 국토종주 자전거길 여행은 남•북한강을 거쳐 금강, 섬진강 일정으로 이어졌다. 스쿠버 다이빙을 좋아해서 그런지 '물'과 관련만 되면 일단 관심이 가고 그 언저리에서는 항상 즐거움을 느낀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4대 강 종주에 푹 빠진 모양이다.
그다음 여정으로는 '스쿠버브롬(오전 스쿠버, 오후 브롬톤)' 방식으로 '20년 8월 동해안 강원•경북•고성 구간으로 그리고 바로 한 해 수중시야가 가장 좋다는 10월에는 제주도를 한 바퀴 돌고 11월 신안 1004 섬과 12 사도 순례길 17개 섬 514km는 덤으로 달렸다.
국토종주의 1차 관문 '이화령·문경새재'를 넘다
635km 국토종주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초보 라이더들에게는 '공포?'로 다가오는 이화령•문경새재길은 '악'으로 '깡'으로 넘었다. 무릎이 처음으로 뻐근하고 약간 아프기까지 했다. 물만 보고 냅다 달리다 보니 어느새 4대 강 지천들의 낙원인 오천길에 들어서고 안동 하회마을까지 수평 일직선으로 '관광'같은 롸이딩을 즐겼다. 내친김에 안동댐부터 상주상풍교, 상주보, 낙단보 등 낙동강 종주길 100km를 미리 마쳤다.
이제 국토완주 그랜드슬램 1,853km, 국토 그리고 4대 강 종주는 낙동강 남은 8개 인증 스탬프만 수첩에 찍고 사이버인증을 함께 받으면 한방에 완성하게 된다. 낙동강을 마무리 여정으로 남겨둔 속사정은 따로 있다.
달성보에서 합천창녕보를 가는 중, 외갓집이 있는 현풍을 잠시 거치고 창녕보에서 창녕함안보를 가는 와중에는 선산과 '본가'가 있는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에 들러 한국 떠나기 전 예(禮)를 차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낙동강길은 나만의 '스토리'도 많고 그들에 대한 '기억'도 많은 길이라 종주 중 몇 번이나 눈시울을 훔쳤다.
낙동강 자전거길은 정말 다리가 많다. 그리고 '우회도로'도 참 여러 구간에 '널려 있다'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초보 라이더들에게는 서너 시간을 '헛수고'하게 만들고 의지와 열정을 한순간 무너지게 만든다. 일단 우회도로 표지판이 보이면 뭔가 코스에 이상함을 감지해야 한다. 재차 지도와 산악코스, 극강의 업힐 코스가 없는지 정말 세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 곳만 실제 사례를 들어 보려 한다. 달성보에서 합천으로 달릴 때 앞길을 가로막는 다람재, 합천에서 함안보 중간 지점에 우뚝 솟은 '박진&진동고개' 그리고 함안에서 양산 가다가 수산교에서 맞닥뜨리는 부산(밀양) 방향과 또 하나의 다른 길이 그들이다. 수산대교를 건너는 길은 밀양방향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순간 선택한 다른 길 앞에는 작약산이란 12% 업힐 극강이 놓여있다. 이 길은 그 정도의 공간이해력은 누구나 있을 거라 생각했는지 검색 내용에 거의 나타나지 않아 길치 수준인 나에게 곤혹을 안겨 주었다.
곳곳에 포진한 낙동강의 비경을 하나하나 가슴에!
산은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업힐 전후로 낙동강 최고의 비경들이 자리 잡고 있다. 한강•금강•영산강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장쾌 하면서도 '섬세한' 아름다움을 갖추었다고나 할까? 새벽 롸이딩에게는 항상 성실에 대한 보답이 있다. 강에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그것이고 색색깔 크고 작은 억새풀 넘어, 지는 저녁노을이 또 그러하다. 더하여 삼랑진 둑방길처럼 좌우로 펼쳐지는 땅과 물의 조화 삼매경이 '신선의 세계'가 속세에도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상주보 가는 길에 들른 경천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낙동강 1300리는 내려오는 280개 계단 내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구미보에서 칠곡보 구간도 강을 옆에 두고 구름 위를 걷는 푸근함을 안겨준다. 낙단보와 구미보 사이엔 올해 연말에 마치는 마을 공사구간이 있어 동선 선택에 주의가 필요하다. 강정고령보 야경과 저녁노을은 하루종일 최소 80km 이상은 달려 해 지는 시간에 도착해야만 누릴 수 있는 자만의 특권이다. 달성보, 양산물문화관 핑크뮬리 그리고 남지수변공원 넓디넓은 튤립밭은 지역민들은 물론 찾은이들에게 또 하나의 기쁨을 준다.
늘 그러하듯, 일출을 느끼면서 마지막 코스인 낙동강 하구둑으로 출발한다. 어제 함안보 -10km 마사리에 있는 천안문 짬뽕집에서 합류한 오이부부와 함께 한다. 부산 시내 10km 갈맷길이 참 인상에 남는다. 어느새 장벽처럼 눈앞에 확 나타난 국토종주의 종점에 들어서면서 나도 모르게 지난 2년 동안 달린 16,000km에 차곡차곡 쌓인 벅찬 감정이 물 밀리듯이 몰려왔다.
고맙고 감사하게도 이오부부가 그랜드슬램 달성 'ㅇㅇㅇ 만세' 삼창을 해 주시고 이 같은 기회를 제공해 준 영웅만석님의 석화찜 축하 저녁만찬, 이어서 풍소재 168에서 그랜드슬램 메달 인증숏까지 만들어 주심에 무척 감동했다. 아이코... 권작가님의 '브롬톤'새겨진 휴대용 술잔까지 선물로 받는 영광을 누렸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Grand Slam Bromptoner' 자수가 새겨진 겨울 beanie로 보답할 예정이다. 여행은 결국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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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용차(서울> 구미보)•택시(부산 시내)•기차 무궁화호(부산역> 삼랑진역)•브롬톤(구미보> 낙동강 하구둑)
* 연이어 기념 자축 여행으로 1. 동해 갯마을 (오징어) 차차차 2. 통영 대한민국 아름다운 자전거길 30선 바닷길 3. 전남여수 백야도 <> 전남 고흥 거금도 섬백 리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