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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Sep 22. 2024

문득, 감사

어쩌다 마주친 그대

 일요일 아침 산책길, 시원한 바람이 분다. 새삼 고맙고 또 고맙다. 9월 중순까지도 무더웠던 날씨에 지친 나머지 그저 평범한 계절 변화에 너도나도 감개무량 감사함이 다. 카톡방에 프사에 뭉게구름도 파란 하늘도 한창이다.


믿고 싶지 않지만


올해가 가장 시원한 해입니다.


지금이 가장 시원한 때라는 어느 과학자의 말에 가슴이 덜컹한다. 무자비하게 느껴지는 기후 변화는 알고 보면 인간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다. 그걸 알면서도 여태해오던 데로 살고 있을 뿐, 버거운 날씨변화와 기상재해에 인간은 속절없이 당하고  마는 나약한 동물 뿐이다.


지난여름은 유난했다. 

밤이 되어도 쉬 식지 않은 열기에 선풍기와 에어컨 리모컨을 번갈아 만지며 밤새 뒤척이곤 했다, 아침이 되어도 상쾌한 공기대신 또다시 후텁지근한 열기 속으로 입장하는 괴로움에 헉헉 거리던 날들, 상쾌한 기분은 기대할 수도 없었던 치열했던 여름이었다. 피곤한 몸을 일으켜 샤워기의 물을 틀고 나서야 잠깐이나마 뜨거워진 열기를 잠재울 수 있었을 뿐,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고 물기를 닦아내는 그 순간에도 또다시 맺히는 땀방울에 숨이 턱턱 막힌다. 이보다 더 지독한 여름을 맞이해야 한다니... 기후학자의 경고가 섬뜩한 호러영화의 광고 문구처럼 두렵기만 하다.


그렇게 무자비한 여름을 보내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의 문턱 앞에 섰다. 매년 한 번씩 맞이하는 가을이지만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선선함이 이렇게도 반가울 줄이야. 익숙한 계절의 변화, 변함없는 자연의 일 앞에서

문득, 늘 곁에 있던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챙겨본다.



늘 가까이에 있는 고마움

아침마다 새로운 하루의 문을 여는 문우들의 안부인사에, 이른 출근에 더 이르게 출근해서 환기까지 해놓고 쾌적한 교무실을 만들어 놓은 동료의 손길에, 좋은 책을 읽고 나눌 벗들이 있음에, 힘들 때 전화걸 오랜 친구가 있음에 매일매일 공장처럼 쌓이는 빨랫감을 모아 세탁기에 건조기에 때맞춰 돌리고 챙기는 남편의 섬세함에, 더운 날씨에도 무럭무럭 커가는 아이들의 건강함에, 지병에도 더는 나빠지지는 않는 부모님의 무사함에, 바쁜 하루의 변함없는 일상에도 지치지 않는 내 체력에 감사하고 고맙다. 그리고 끈적이지 않는 아침, 무더위로 짜증 나지 않는 날씨에 새삼스러운 고마움을 느낀다. 일요일 아침, 늦은 산책길의 이 여유와 평화로움에 또 한번 감사를 외쳐본다.



번외편) 글쓰다 벤치에 둔 안경이 바람에 날아갔어요. 한참을 둘러보고 지나가는 행인까지 합심해서 찾았는데 나무 가지 속에 숨어 있어서 못찾고 한참을 헤맸잖아요. 아래 사진 속에 안경이 있어요. 한번 찾아보실래요? ^^ 갑분 숨은그림찾기~ 어딨을까요?

안경을 다시 찾음에 또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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