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하나만 투어(5) : 파리음식
파리의 물가는 생각보다 높다.
커피 한 잔에 2.5~5유로, 1유로에 1,500원 정도 하니 4~8천 원 정도 하는 커피를 사 먹어야 하는 셈. 요리도 마찬가지 20유로 전후의 가격대이다. 그래서 매번 사 먹을 수는 없었다. 일정이 길어서 더욱 부담스럽기 때문. 이럴 때는 현지식재료를 공수해서 해 먹는 게 좋다. 인덕션과 식기가 있는 호텔을 골라서 비용도 절약하고 현지 마트와 재료를 탐색하는 재미도 더해본다.
신선한 채소가 있는 셀프조식
숙소 근처에 있는 카지노라는 마트를 참새 방앗간처럼 들렸다. 특히나, 우리 집 막내는 이 동네 방울토마토를 좋아했는데 덕분에 0.99유로의 저렴한 가격으로 매일 아침 신선한 식사를 만들 수 있었다. 거기에 작은 상추처럼 생긴 채소는 이름은 모르지만 아삭한 식감에 크기도 한 끼에 먹을 분량이라 딱 좋았다. 바케트 샌드위치도 크기가 커서 나눠먹는다. 아침에 다시 데워서 담고 달걀과 치즈도 사다가 샐러드를 만들면 근사한 아침식사가 완성된다.
맥주 말고 와인으로 마무리하는 저녁
파리 마트엘 가면 맥주대신 와인이 가득하다. 와인에 ㅇ자도 모르는 무식쟁이지만 파리에 왔으니 파리스타일로 즐겨본다. 큰 병은 혼자 다 먹을 자신이 없으니 작은 병으로 사서 맛본다. 이곳의 햄과 치즈, 견과류를 곁들이니 웬만한 바(Bar) 부럽지 않다.
파리하면 에스까르고
크로와상과 바게트는 식당엘 가면 늘 있는 것이라 그 맛과 식감에 익숙해졌다. 크로와상은 겉바속쫄: 겉은 바싹하고 속은 쫄깃하다. 바케트는 우리나라 것보다 더 담백하다. 파리음식하면 누구나 에스까르고를 말한다. 나는 찾아먹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으나 파리가 난생처음인 막내딸은 먹어봐야 할 것 같아서 데이투어 한국인 가이드가 추천해 준 맛집을 찾아갔다. 무려 30~40분의 대기를 하고 맛본 그럴듯한 프랑스 요리.
드디어 맛보게 된 달팽이 요리(에스까르고). 막내딸은 절대 싫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어쩔 수 없이 나라도 먹어보자 하고 야심 차게 전용집게를 들고 골뱅이 하나를 집어서 집게로 꽉 잡고 전용포크로 속을 파려고 힘을 주는 순간, 달팽이가 휙 날아가 옆테이블 손님한테 양념이 조금 튀고 말았다. 나도 놀라서 "Sorry"를 몇 번이나 말하고. 그런데 옆자리 손님표정이 별로다. 부부인 듯한테 아내로 보이는 여자는 냅킨으로 옷에 묻는 양념을 닦고 남자는 미안하다는 나를 매의 눈으로 째려본다. 내 눈에는 여자 옷에 묻은 점하나도 보이지도 않는데 그들은 연신 문대고 닦느라 열심이다. 졸지에 굉장히 불편한 상황이 되었다. 어찌 됐든 눈칫밥인지 프랑스밥인지 모를 음식을 와구와구 배부르게 먹고 나왔다. 딸은 오리다리구이를 시켰고 나는 돼지고기 살코기에 머스터드 소스가 올려진 음식을 시켰다. 둘 다 맛있었다. 고기는 부드럽고 소스는 알맞게 입맛을 돋워주었다. 까칠한 옆자리 부부 덕분에 시크한 프랑스 분위기까지 물씬 느껴서 그런지 속이 더욱 든든하다.
추위가 뼈속을 파고들면
빵을 아무리 좋아한데도 매끼 빵을 먹는 건 좀 힘들었다. 본 식 없이 계속 후식만 먹는 느낌이랄까. 한국서 비상용으로 싸 온 라면이 가끔 느끼함에서 구원해 주었다. 때로는 겨울여행이라 스산한 바람과 추위가 몸속으로 스며들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뜨끈한 국물이 절실해진다. 이때 프랑스 사람들은 양파수프를 먹는다고 한다. 경험 삼아 한번 먹어보니, 양파로 낸 국물에 빵이 들어가 적셔져 있는 스타일. 따뜻해서 좋긴 했지만 뭔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2%의 느낌이 들 때는 중국이나 일본, 베트남 음식점을 찾는다. 운이 좋으면 느끼함과 추위를 달래줄 시원한 국물을 찾을 수 있다. 따뜻한 국수나 밥을 먹고 나면 비로소 뭔가를 제대로 먹었구나 하는 느낌. 익숙한 국물과 양념이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맛과 향기로 남는 여운
눈으로 보고 입으로 즐기고 코로 음미하는 음식은 새로운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파리 곳곳의 빵집과 카페, 식당과 마트가 새로운 탐험처였다. 먹고사는 것은 지역마다 문화마다 다르기에 그 독특한 맛과 향기를 기억하며 여행의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여행의 끝이 다 와간다. 나에겐 어떤 맛이 오래도록 남을까.
#라라크루10기
#8-2미션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