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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나잇 Jan 29. 2024

1월의 일기

서른 하나의 조각별을 따라갑니다.

온종일 싸라기눈처럼 빗발치는 두통이 찾아왔어요. 가루로 된 약을 넘기고 평소보다 느지막한 시간에 눈을 떴습니다. 어두운 직사각형 박스 안에서 기지개를 켜다가 왼쪽 팔의 그림자로 암막 커튼을 슬쩍 걷었어요. 심장을 관통할 듯 쏟아져 내리는 한겨울의 햇빛. 만나기 위해 살아있는지도 몰라요. 송골송골 맺힌 콧기름의 힘을 얻어 반들반들한 하루를 꿈꾸는 게 사치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 조금 더 게을러진 나를 마주하는 일이 쉽지는 않네요.     


체했을 뿐인데 머리가 같이 아픈 게, 넘어졌을 뿐인데 와르르 무너져버린 과거 같아서 원망스럽기도 해요. 손발이 차가울 때부터, 알면서도 모른 척했겠죠. 전조라는 건 늘 한발 먼저 다가와 예고하고 떠나가니까요. 방치하다가 힘들어지는 건 우리 몫이었고요. 언제나 상황이 그래요, 알면서도 멈출 수 없고. 안 되는데 포기할 수 없는 일들이 있더라고요.     


쉬면 나아질까요, 막막하다는 말의 뜻을 곱씹다가 조용히 이불을 정리했어요.     


티백이 가볍게 우러나는 것을 기록하면서,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습니다. 고작 찌꺼기로 남기 위하여 쏟아내지도 못할 얕은 숨을 쉬었을까요. 닮았다는 생각을 해요. 차가운 것은 식히지 않아도 돼요. 가끔은 춥고 어두워야 욕을 덜 먹는대요. 나는 너무 더웠던 내 어제를 반성하는 중일까요. 누군가 다가와 너답게 살아도 된다며, 가장 적합한 사랑의 온도를 측정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막연한 기대를 하면서.    


시계가 벽을 타고 기어가는 장면을 가만히 보다가, 벌레로 착각하곤 두꺼운 책으로 그것을 가격했어요. 노인과 바다라는 책이었는데, 도서관에서 몇몇의 일상을 빌려올 때마다 우리는 동시대를 유영하는 기분이 들었던 거죠. 누구나 기대하고 꿈꾸는, 없어도 상관없지만 있으면 더 좋았을 법한.     


팥이 고슬고슬한 찐빵을 살포시 베어 무는 것으로 오후를 열어보는 거예요. 밀가루 반죽의 농도가 퍽 짙어서 나는 씹을 때마다 더 깊어져요. 달콤한 향으로 심장을 녹여보기로 해요. 새벽부터 곧은 마음씨로 빚어낸 만두 가게 사장님의 얼굴에 피어난 오솔길을 떠올려요. 무겁고도 정직한 아픔을 걸어봤어요.


보이는 사람의 손을, 용기 내어 마주 잡을 거예요.     


인정할 수밖에 없는 빗방울이 뭉툭한 턱 끝을 타고 흘러내려요. 기계는 말을 못 해요. 묵묵히 기다리다가 보석처럼 숨겨진 노력들을 하얀 수타면처럼 뽑아내겠죠.     


잘은 모르겠지만,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다짐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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