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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가을 초입에서.

by 청연

기세등등하게 쩌렁쩌렁하던 매미소리가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사라졌다.

나무에 달라붙어 세력을 과시하던 그 매미 떼는 모두 같은 타이머를 장착하고 있었던 것임이 틀림없다.

계절은 정교한 시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이맘때, 혹은 저 맘 때, 그도 아니면 적당한 때.

항상 그런 식이다.

그럼에도 계절은 한 번도 약속을 저버린 적이 없다.

적어도 내 기억에는 그렇다.

정확하게 정해 놓은 시간에 오고 가지는 않지만, 무심한 척 늘 제시간을 지켜낸다.

이렇게 저렇게 딱 들어맞은 시계를 들여다보며

꼭 그렇게 맞추어가며 살아야 하는 건 아마도 사람뿐일 듯.

지난여름이 유난히 뜨거웠던가?

언제나 여름이면 최강의 더위라고 하며 지내지 않았던가?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면 유난히 쾌적한 가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일까?

지나고 나면 늘 지나갔던 그 가을, 그 삶이 아닐는지.

2025년을 관통하며 살고 있는 건 분명할 텐데

어쩌면 나는 2Q25년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뚜벅뚜벅,

때로는 휘청휘청.

STAY HAPPY

덧. 2Q25는 하루키의 1Q84에서 빌려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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