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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꿈 Jul 24. 2024

[부끄부끄뮤직봇] 출근길 음악과 퇴근길 음악

2018년 4월 30일부터 ~ 5월 18일까지


출근길 음악의 풍년 & ‘퇴근길 음악의 네지다노프     


2018년도 경, 뜻이 맞는 여러 시민단체 활동가들끼리 '내향적인 활동가 모임'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시민활동가라면 대부분 외향적인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그 안에는 내향적인 이들도 각자만의 활동을 야금야금(?)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활동가는 의외로 수줍음이 많다>라는 이름으로 적잖은 인원들이 모여 꽤 소극적이지만 나름 즐겁게 시간을 보냈던 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문득 그때의 기록을 담은 온라인 플랫폼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뭔가 새록새록하더군요. 특히 음악 취향이 비슷하던 활동가 '풍년'과 4월부터 5월까지 매일 '의외의 활동가' 회원들에게 출퇴근길 음악을 추천하던 바로 이 프로젝트가 더더욱이요. 그 감각을 다시금 가까이 느끼고 싶기도 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그 순간(과 음악)을 공유하고 싶어 이렇게 기록을 남깁니다.


-해당 내용은 풍년님의 동의를 얻어 게시합니다.

             



#부끄부끄뮤직봇 #출근길음악 (4/30)     


- The Smiths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1986)   

활동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연결하고, 이들의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활동가라는 직업(또는 역할)은 말그대로 활동적이고 외향적인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조용하고 내향적인 활동가들도 있습니다. ‘내향적인 활동가’라는 정체성은 얼핏 엇박자를 이루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들은 나는 이 일에 적합하지 않은 걸까, 이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 성향을 바꾸어야 할까 고민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쩌면 먹고사니즘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만물은 어떤 관계에 접속하고, 어떤 자리에 배치되는지에 따라 자신에게 잠재된 무한한 역량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내향적인 활동가를 위한 커뮤니티 <활동가는 의외로 수줍음이 많다>는 그런 공간이 되고 싶습니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관계, 따뜻하게 지지해주는 관계를 쌓고, 이를 토대로 우리의 방식대로 작지만 의미있는 일을 만들면 어떨까요?     


우리는 먼저 동료를 찾아나서기로 했습니다. 날마다 수취인 불명의 유리병 편지를 바다에 띄우는 노인처럼, 날마다 음악편지를 전하기로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먼저 말 걸기에 서투른 수줍음쟁이의 방식이랄까… 영화 <500일의 썸머>보셨나요? 엘레베이터에서 우연히 마주친 조토끼와 썸머가 처음 대화를 나누는데, 두 사람을 매개한 스미스의 노래입니다.     



#부끄부끄뮤직봇 #퇴근길음악 (4/30)     


- Carole King - You've Got a Friend (1971)     

퇴근길, 여러분은 어떠한 생각을 하시나요? 맛있는 저녁 식사, 좋아하는 취미 생활, 가까운 지인과의 만남? 등등등. 혹, 어쩌면 일과 중 너무 많은 생각에 시달려 아무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정말 아무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무위도 충분히 스스로 위함의 영역에 닿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제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그러한 시간에 음악을 많이 듣는 것 같아요. 저에겐 음악이 가장 자연스러운 위무위(爲無爲)의 사치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머리를 통하지 않고 곧장 감각을 타 전해지는 것들이 주는 쉼과 깨달음의 영역이 있죠. 음악도 그렇고, 풍경도, 장면도 그렇습니다. 세상은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서사(생각)가 필요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맘때의 퇴근 길, 흩날리는 봄밤을 돌아보면 그렇게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것들이 퍽 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은 저 자신의 생명으로 이미 넘쳐 나고 있으니까요.    

 

'You've got a friend'     


자세히 바라보니 그리 말을 거는 것 같습니다. 그런 좋은 음악 친구를 소개해드리고 싶네요. 바로 이 노래입니다.




#부끄부끄뮤직봇 #출근길음악 (5/1)     


- The Clash - London Calling (1979)   

오늘은 노동절입니다. 노동절에도 출근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출근길음악을 전합니다.    

 

제가 일하는 조직은 2013년부터 노동절을 휴무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그전까지 ‘우리는 활동가냐 노동자냐’ 논쟁이 있었다고 합니다. 조직내 세대가 바뀌면서 이런 논쟁은 자연스럽게 일단락된 것처럼 보입니다. 한편 조직 내부에서 여전히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조직 특성상 누가 사용자고 누가 노동자냐, 라는 대화가 오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활동가도 노동자다’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 정체성은 활동가에게 선의와 열정만을 요구하며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당하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경감시키고, 활동가의 노동권과 워라벨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절 특집은 1970-80년대 활동했던 영국의 펑크밴드 클래시의 명작입니다. 프론트맨 조 스트러머가 미국 스리마일 핵사고를 보고 쓴 곡으로 당시 영국 사회의 여러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노동절과 별 상관없는 곡이군요; 어쨌든 내향적인 노동자들의 사랑과 연대를 꿈꾸며…       

   


#부끄부끄뮤직봇 #퇴근길음악 #노동절특집 (5/1)    


- Muraji Kaori- The Internationale (cover,2010)     

오늘은 메이데이, 노동절입니다. 한국은 근로자의 날로 폄하(?)되어 '수고한 회사원들이여~쉬어라~'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여질 때도 있지만 노동자들이 걸어온 지난한 발자취를 이날만큼은 되새김하라는 의미로 노동절이 존재하겠지요.     


저도 어쩔 수 없이 출근은 했지만 사무실 자리에서 음악을 통해 나름 이날을 기념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준비한 음악이 바로, '인터네셔널가' (L'Internationalle) 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생일축하곡과 함께 가장 많이 불린 노래이며, 50여 개국에서 번역을 했다고 하니 그 뜨거웠던 시절이 어렴풋이 짐작이 갑니다. 노동자 출신이 직접 작사를 해서 그런지 가사에 담긴 에너지도 보통이 아닌 것 같아요.     


'하느님도 임금도 영웅도 우리를 구제 못하리. 우리는 다만 제 손으로 해방을 가져오리라'     


이 가사 일부는 한국 번역보다 북조선 번역이 좀 더 명료한 것 같아 그쪽 버전을 가지고 왔습니다. 작곡 역시 노동자 출신이 했는데, 모처럼 찾아보니 굉장히 다양한 편곡 버전이 있더라고요. 저는 퇴근길 음악 담당이니 좀 더 멜로우한 분위기로, 일본 클래식 기타리스트 무라지 카오리의 커버 버전을 공유드려보고 싶습니다. 조금 기운 빠지게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또 모르죠. 반도의 혁명은 또 이처럼 부드럽게 진행될지도... (요즘 같아서는 아주 꿈은 아닐 듯) 



#부끄부끄뮤직봇 #출근길음악 (5/2)     


- Yo La Tengo - You Can Have It All (2000)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출근길입니다. 음악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재충전한다는 @네지다노프 의 글을 보고, 나는 무엇을 통해 힘을 얻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도 혼자만의 시간에 가만히 음악을 들으며 위안을 얻습니다. 고민거리에 속을 썩이다가도 음악을 들으면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은 채 “그래, 이거면 됐다.”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일과를 요가로 마무리하는데, 무척이나 힘을 얻고 있습니다. 요가는 아사나와 프라나야마를 반복하며 몸과 마음의 반응을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히 내 몸과 마음에 집중하게 되고 잡념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자신을 살뜰히 보살피는 수련시간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요가원장님이 수련을 마무리할 때마다 하는 말씀도 마음에 들구요. “숨을 마실 때 지혜와 용기, 사랑과 기쁨, 건강과 행복을 마음 속 가득 채우세요. 나마스떼.”     


여러분은 무엇을 통해 힘을 얻나요? 미국 인디씬의 조상님으로, 1986년 데뷔앨범을 발표한 이래 변함없이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요 라 텡고의 노래가 출근길에 조금이나마 활력을 주면 좋겠습니다. 멤버들이 현란한 댄스를 선보인 라이브 클립도 감상하세요. 행복해질지도?     


          

#부끄부끄뮤직봇 #퇴근길음악 (5/2)     


- mamalaid rag - 春雨道中 (2002)     

오늘 비 예보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적은 양이라 조금은 실망해버렸습니다. 봄비가 폭우처럼 내린다면 그 또한 문제겠지만, 빗물에 미세먼지도 좀 씻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거든요. 나름 이상한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소낙비가 내릴 때 훌렁 벗고 바디워시만 묻히고 나가 그 비로 몸을 씻어보는 것인데요. 뭔가 씻는다는 행위를 원초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막상 수도가 끊겨 그리 살아야한다면 서글플 수 있겠지만...     


지금도 폭우에 어설프게 몸이 젖을 때면 우산을 버려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죠. 어린 시절에는 꽤 그런 경험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처럼 물에 취약한 휴대전화나 전자기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산성비나 먼지비 같은 이런 두려운 판단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물론 교과서는 엉망이 되었지만...뭐 그닥...) 그때 비 맞은 채로 집에 돌아와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끓여 먹었던 라면의 맛은 정말 잊기 어려워요.     


환경이 변한 것인지 내가 변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점점 더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하는 제 자신이 아무래도 아쉽긴 해요. 혹, 퇴근길에 홀딱 젖어 걸어가는 이를 마주치더라도 부디 놀라지 마시고 박수 한번 쳐주시면 좋겠어요. 도전 중인 저를 마주치신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죠. 혹 아니라면 얼른 자리를 피하셔야겠지만...       

        


#부끄부끄뮤직봇 #출근길음악 (5/3)  


- Marvin gaye - Mercy Mercy Me (1971)      

어제 한 동료가 퇴사했습니다. 두어달 전부터 퇴사 소식을 알고 있었음에도 막상 이별을 해야 하니 너무 아쉬웠어요. 수줍은 성격 탓에 무심하게 보였을 테지만, 그 친구를 많이 좋아했습니다. 그저 우리에게 좀 더 시간이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점을 후회했습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시절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들을 실컷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운동이 공공성을 담은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발신하는 것이라면 소울 음악의 대부 마빈 게이는 누구보다 뛰어난 운동가였습니다. 이 노래가 발표된 1970년대보다 지구의 사정은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생태적 전환이 필요할 때. 시간은 충분치 않습니다.     


- Marvin gaye - Mercy Mercy Me (1971)     

Whoa, ah, mercy mercy me

오,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Oh things ain't what they used to be, no no

모든 것들이 예전과 같지 않아요, 전혀요

Where did all the blue skies go?

그 푸르던 하늘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Poison is the wind that blows from the north and south and east

북쪽, 남쪽, 그리고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독이 든 것만 같아요


Whoa mercy, mercy me,

오,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Oh things ain't what they used to be, no no

모든 것들이 예전과 같지 않아요, 전혀요

Oil wasted on the oceans and upon our seas, fish full of mercury

기름이 대양과 물고기로 가득찬 수성과 같은 우리의 바다를 다 망쳐놓았죠


Ah, oh mercy, mercy me

오,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Ah things ain't what they used to be, no no

모든 것들이 예전과 같지 않아요, 전혀요

Radiation underground and in the sky

땅과 하늘엔 방사선이 흐르고

Animals and birds who live nearby are dying

우리 가까이의 동물과 새들은 죽어가죠


Oh mercy, mercy me

오,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Oh things ain't what they used to be

모든 것들이 예전과 같지 않아요, 전혀요

What about this overcrowded land

이 가득찬 땅은 또 어떻고요

How much more abuse from man can she stand?

이 지구가 사람으로 인한 오염들을 얼마나 더 버텨낼 수 있을까요?     

Oh, no no, na, na na, na

오, 안돼요

My sweet Lord, na, na, na

맙소사,

My Lord, my sweet Lord

나의 신이시여, 맙소사...        



#부끄부끄뮤직봇 #퇴근길음악 (5/3) 

    


- rufus wainwright - vicious world (2003)     

활동가란 사회 변화를 이끌어가는 사람이라고 하는데요. 그보다는 먼저 제 스스로 인간과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것(진보적 역사관)을 믿는 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성경에 그런 말이 있다죠? 먼저 믿는 사람이 먼저 보고, 먼저 그 지경에 닿을 수 있다고... 닿을 수 있는 미래를 먼저 누리는 사람. 그렇다면 활동가란 누구보다 먼저 누리는 사람이라고 재정의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간혹, 조직 내부에 답답한 일이 있거나 끔찍한 뉴스, 터무니없는 기업가나 위정자들을 볼 때 과연 인간이 근본적으로 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쑥 올라오는 것 같아요. 인간과 사회 변화를 믿지 못하는 활동가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 루퍼스 웨인라이트는 그의 곡에서 '이 사악한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잔혹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노래하지만 저는 오늘 달팽이의 걸음걸이를 떠올려보기로 했어요. 아, 패닉의 '달팽이'를 선곡해야 했을까요?     

          


#부끄부끄뮤직봇 #출근길음악 (5/4)     


- Spritualized -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 (1997)      

3일간의 연휴를 앞둔 출근길입니다. 오늘은 제이슨 피어스가 이끄는 영국의 록밴드 Spiritualized의 노래를 골랐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Can't Help Falling in Love를 매쉬업한 버전입니다. 듣고 있노라면 말그대로 우주를 유영하는 기분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몽롱한 러브송이랄까. 이 곡이 수록된 동명의 앨범은 팬덤에서 일명 약상자로 불립니다. “Spiritualized는 마음과 영혼을 치료합니다 / 하루에 한두번 또는 주치의의 처방에 따라 감상하세요 / 건조한 곳에 두고, 직사광선을 피하고, 아이들이 만지지 못하게 하세요.” 의약품을 컨셉으로 만들어진 앨범에는 환각적인 분위기의 트랙들이 담겨 있습니다. Spiritualized 들으며 꿈결같은 연휴 보내시길.     

 

        

#부끄부끄뮤직봇 #퇴근길음악 (5/4)     


- cranberries - war child (1996)     

내일은 어린이날입니다. 아동의 지위 향상을 위해 1956년부터 국가지정 기념일로 이어오고 있는데 사실'어린이'라는 말이 만들어진지도 그 즈음이라고 해요. (1920년대쯤?) 일반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이'라는 의존 명사에 '어린'이라는 형용사를 합성한 형태를 보아도 과거 아이들을 사회적으로 어떠한 시선으로 보았는지 얼추 유추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혹자들은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 아이들이 상전(?)노릇한다고 말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어른들의 구조화된 세상에서 연약하고 위태로운 존재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전쟁 속에서 가장 혹독한 피해를 입는 대상도 바로 어린이들이니까요.     


최근 국제전 양상의 시리아 전쟁 속의 아이들의 처참한 모습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는데요. 정말로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간혹 이런 생각을 해요. 어른들의 세상이 아닌 아이들의 세상이 별도로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적어도 내일만큼은 저를 포함한 모든 어른들도 아이가 되는 기적이 일어났으면, 그렇게 온통 아이들의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The Cranberries의 'war child' 라는 곡도 이와 같은 마음을 담은 것 같습니다. 보스니아 내전 자선 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전쟁의 참상 속 아이들의 비명에 귀 기울이고 확성하고자 했던 돌로레스 오리어던의 간절한 마음이 쓰리게 전달됩니다. 그녀 또한 하늘에서 평화를 누리길 함께 바라며...      

         


    #부끄부끄뮤직봇 #출근길음악 (5/8)


- Agnes Obel - September Song (2014)     

지난 금요일에 부산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사진 속 풍경이 너무 예쁘죠? 수도도 가스도 들어오지 않는 달동네의 가파른 비탈을 오르고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전망입니다. 한국전쟁 피난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부산 영도구 해돋이마을은 주민 대부분이 고령자·기초생활수급자이고 무허가 노후주택이 밀집된 취약지역입니다. 이를테면 남은 여생을 고향집에서 보내기 위해 돌아온 노인은 천장이 조금씩 무너져내리는 흙집에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활동가는 비탈진 사면에 다닥다닥 붙은 허름한 집들 사이로 구불구불 난 골목길을 누비며 마을을 안내해 주셨습니다.     


여러 단체에서 일하는 그는 쪽방주민들을 조직화하는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활동가는 ‘쪽방 형님’들과의 애환이 담긴 에피소드를 담담하고 유쾌하게 전했습니다. 만성적인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건 자활·자립 프로그램이 아니라 서로 돌볼 수 있는 관계라고 합니다. 무연고 주민이 돌아가시면 ‘공동체 장례식’을 치르는데, 고인과 안면이 없는 주민들도 모여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고 합니다.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공감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돕니다. “주민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형님들이 아주 가끔, 요만한 뭔가를 보여줄 때가 있다. 그게 정말 중독성 있다. 그걸로 지금까지 버틴거지...” 짧은 만남에도 불구하고, 우직하고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활동가의 모습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선곡은 덴마크 싱어송라이터 아그네스 오벨의 피아노 연주곡입니다. 그녀의 손 끝에서 흐드러지듯 아름답게 피어나는 선율을 감상하며 편안한 출근길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부끄부끄뮤직봇 #퇴근길음악 (5/8)   


- spitz - minato (2016)     

@풍년님의 바통을 받아, 오늘은 왠지 출장 스폐셜로 꾸며지는 듯하지만...     

저는 지금 여수로 출장을 가고 있습니다. 낯선 곳보다는 익숙한 곳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바다가 가까운 지역으로 갈 때는 찍고 돌아오는 수준의 일정이라도 살포시 기대가 되곤 합니다.     


바다를 좋아해서 그런지 어린 시절 섬 혹은 바닷가 마을에서 자랐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간혹 하곤 합니다. 검게 탄 얼굴에 물질도 척척 해내는 그 특유의 강인함. 생명력 가득한 이미지라고 할까요? 물론 이제 현실 생활은 도시나 어촌이나 엇비슷하겠지만요. 그렇게 내가 바닷가 소년이었다면 매일 항구에 어슬렁 거리며 배와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동경과 두려움이 교차하겠죠. 각종 어류를 구경하는 것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아요. 혹 정약전처럼 어보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르죠. 동시에 항구는 쓸쓸한 이미지도 같이 가지고 있는데요. 헤어짐 자체도 그러하겠지만 기약이라는 측면에서 비극성은 극대화되는 것 같아요. 연결과 분절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항구, 생각해보니 바닷가 소년은 그 만남과 기다림의 시간 사이에서 강인해지고 충만해지는 것은 아닐까도 싶네요.     


하여 오늘의 퇴근길 음악은 ‘항구’입니다. 저의 최애 밴드이기도 한 스핏츠의 근작입니다. 아마 들어보시면 제가 앞서 말한 항구의 이미지와 무척 닮은 곡이라 느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끄부끄뮤직봇 #출근길음악 (5/9)     


- Air - Ce matin-là (1998)      

저도 바다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어릴 적엔 잠깐 머물러도 모래범벅이 되는 바다를 그저 귀찮은 곳이라고 생각했죠. 고향을 떠난 후로 역동적인 생명력을 품고 있는 바다를 동경하게 되었습니다(청개구리 근성). 실은 바다를 떠올릴 때 느낌은 경외심에 가깝습니다.     


거의 매년 휴가를 바다에서 보낸 것 같습니다. 놀랍도록 풍요로운 바닷속을 탐험하고, 튜브를 끼고 넘실대는 파도를 타고, 그냥 해변에서 뒹굴거리기도 합니다. 마지막 바다는 작년 여름에 갔던 일본 하야마 해변입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수평선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급히 바다로 뛰어들어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물 속에 있었습니다.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바다에 몸을 누이고 칠흑같은 어둠이 드리운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한없는 고요 속에 시간이 멈춘 것 같았어요. 그날의 바다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오늘 출근길음악은 지각입니다. 어젯밤 새벽 2시의 감성으로 쓴 글을 몇 번이나 지우고, 선곡도 마음에 들지 않아 두어번 바꾸었어요. 결국 프랑스의 일렉트로닉 듀오 Air의 음악을 골랐습니다. 따뜻한 아날로그 느낌의 전자음악을 들려주는 팀입니다. 제목은 ‘오늘 아침에’라는 뜻입니다.     

    


#부끄부끄뮤직봇 #퇴근길음악 (5/9)     


- Lomboy - In The Chamber Of Vanu (2017)     

여수의 밤은 바람이 날카롭더군요. 해상 케이블카를 타볼까 마음 먹었으나 나선지 5분만에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이구나 속이 끓기도 했는데 제가 사랑하는 것들은 대부분 작은 방안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라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문득 자리에 누워 객 대우가 넉넉한 실내 파티에 초대 받고 싶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자타에 의해 월플라워가 되어 술이나 홀짝이며 실내악을 듣는다면 퍽 멋질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새벽을 보냈습니다. 내 머릿 속의 악단들은 저의 끝모르는 앙코르 요청에도 지친 기색 없이 화답하더군요. 결국 제가 먼저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데렐라나 저나 내일의 노동이 남아있기에... 잠들기 어려운 밤이 이어집니다.          

     


#부끄부끄뮤직봇 #출근길음악 (5/10)     


- Todd Rundgren - A Dream Goes On Forever (1974)    

티비 다큐에서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드림 콜라주’를 만드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잡지를 뒤적여 새해 소망에 해당하는 문장들을 오리고 붙인 것입니다. ‘열심히 일하기’, ‘끼니 거르지 않기’ 등등. 크고 대단한 건 아니지만 콜라주를 만들며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게 된다고 합니다.     


문득 구글독스에 처박아둔 새해 목표가 생각났습니다. 여러분은 새해 목표를 세우나요?(정말 궁금) 저는 어차피 지키지도 못할 걸, 하며 언젠가부터 뚜렷한 목표 없이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새해 목표를 세웠습니다. 새로운 건 아니고 매번 다짐하고 좀처럼 이루지 못한 목표였죠. “몸과 마음을 유연하게 만든다.” 사실 이런 추상적인 목표는 별 의미가 없기 때문에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목표는 구체적일수록 달성하기 쉽고, 성취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달성 정도를 파악하기도 용이하구요. 크고 애매한 목표를 잘게 쪼개어 작고 구체적인 목표들을 정했습니다. 예를 들면 일상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성찰의 내용은 글로 적는다(월 1회), 5개월 간 요가를 수련한다 등등. 드림 콜라주를 만드는 사람처럼 목표를 세우는 것만으로 내 욕망이 무엇인지, 충족/결핍 상태인지, 결핍을 메우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지 마주하고 조금 행복해졌습니다.       


오랜만에 새해 목표를 꺼내어 보니 작심삼일로 끝난 것들이 많습니다. 지금의 사정에 따라 목표들을 가감하여 ver. 2를 만들었습니다(이거슨 유연한 마음). 과연 몇 개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연말정산이 기다려집니다. 그런데 실은 제가 목표지향적 인간이 아니라 여러 버전의 목록을 만드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 함정이에요;        


오늘 아침에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뮤지션이자 프로듀서로서, 다양한 장르를 다룸으로서 전방위적 성취를 보여준 토드 런그렌의 낭만적인 노래를 전합니다.     


           

#부끄부끄뮤직봇 #퇴근길음악 (5/10)     


- lamp - 面影 (2007)

무언가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오후 외근이 있어서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에요. 아마도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았기 때문이건 바람을 타고 출렁이며 어딘가로 나아가는 꽃가루를 보았기 때문이겠죠. 아니면 들썩이며 걷는 사람들이 눈 앞에 반복적으로 지나가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요.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듬직하고 확고한 사람을 다들 좋아하는 것 같은데, 저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흔들리는 이가 좋더라고요. 연약함 속에 숨어 있는 그 아름다움이 좋아요. 행복이란 그런 불안함 속에서 그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싶고요. 어떤 식으로는 @풍년 님의 말씀처럼 이상의 흔들림을 유연함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런 사람과 대화하면 질릴 이유는 없을 것 같아요. 나른함 속에서 서로 말을 잃어도 불쾌하지 않을테니 말예요.     

‘밤이 오면 두 사람은 이유도 없이 이야기를 했어. 끝나지 않을 꿈 속에서처럼 언제까지나’     

오늘 추천 드릴 노래 속의 화자도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 것 같습니다. 좋은 말상대와도 같은 아름다운 음악입니다.                



#부끄부끄뮤직봇 #출근길음악 (5/11)     


- Tammy Wynette - Walk Through This World With Me (1967)  

짐 자무쉬의 <패터슨>은 곱씹을수록 좋은 영화입니다. 얼핏 보기에 패터슨의 일상은 매우 단조롭습니다.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가거든요. 그러나 들여다보면 우연한 만남, 짧은 대화, 감정의 변화 등 자잘한 변주가 그의 삶에 흐르고 있습니다.     


패터슨은 버스 드라이버이자 시인입니다. 그는 자신의 단조로운 일상에서 길어올린 영감으로 누구보다 아름다운 시를 씁니다. 시인의 눈으로 일상을 응시할 때 삶은 예술이 됩니다. 이 마법과도 같은 순간!     

짐 자무쉬의 시선으로, 패터슨의 시선으로 오늘 하루를 바라보면 어떨까요?     

          

   

#부끄부끄뮤직봇 #퇴근길음악 (5/11)    


- andy williams - a summer place (1962)     

@풍년 님의 바통을 또 한 번 받아 저도 영화 이야길 해보겠습니다. 불금엔 영화니까요. ㅎㅎ     

최근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쉐이프 오브 워터>를 보았습니다. 여전히 기괴한 델 토로 세계 속의 샐리 호킨스의 몽환적 표정과 광기로 치닫는 마이클 섀년의 눈빛이 인상에 남았습니다. 이 영화를 짧게 축약하자면 ‘사랑할 줄 모르는 자야말로 괴물’이라는 메시지 아닐까 싶은데요.이종을 넘어 인간의 공통성과 타자화로 확대 해석해보면 영화의 메시지는 다소 중해집니다. 인종차별이 (더) 심했던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유도 그러한 의도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배경 덕에 음악은 꽤 스탠다드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그 중에 참 좋았던 노래가 앤디 윌리엄스의 이 곡이었어요. ‘문 리버’로 유명한 앤디 윌리엄스의 낭만적 창법이 60년대와 델 토로의 세계를 오가며 영화를 정의해냅니다.   

            


#부끄부끄뮤직봇 #출근길음악 (5/14)


- Saint Etienne - Nothing Can Stop Us (1991)    

지난 주말 청소년 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각각의 모둠은 자신이 살고 있는 학교나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지만 의미있는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모둠은 중학교 1학년 단짝 친구들로 구성된 모둠입니다. 아직 초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아이들은 부모님과의 대화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 친구들과의 사소한 다툼이나 갈등이 학교폭력으로 번지는 것, 이웃들과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자신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었다고 합니다. 활동경험이 전무한 아이들은 복지관에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복지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가족, 학교, 마을공동체의 관계 개선을 위한 활동계획을 세웠습니다. 열네 살 아이들이 스스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부족한 자원을 연계하여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한편 임대아파트 차별, 경비원 해고, 층간소음 등 아파트공동체의 사회문제가 심각한데요. 어른들이 만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선 아이들의 모습에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이 대견한 활동가들이 우당탕탕 좌충우돌하며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무척 기대됩니다. 누가 이들을 막을 수 있을까요?     


오늘 출근길음악은 영국출신 그룹 생 에티엔의 상큼 발랄한 댄스팝입니다. 즐겁게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하시길!     

    

        

#부끄부끄뮤직봇 #퇴근길음악 (5/14)     


- Young Gun Silver Fox - Long Way Back (2015)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늘의 형상을 볼 수 없다는 것 자체가 뭔가 갇혀 있는 느낌을 받게 해요.건강도 건강이지만 미세먼지가 싫은 첫 번째 이유가 바로 그러한 풍경을 지우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인간들은 참 미련하죠? 어쩔 때는 불행을 자처하는 것 마냥 보여요. 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두질 않는 것일까요? 우리가 인위로 노력하지 않아도 세계는 이렇게 다양하게 얼굴을 바꾸는데요. 몇 시간 동안 하늘만 올려다보아도 그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렇게 질리지도 않는데 말예요.      


마냥 보고 싶은 하늘의 풍경이 서려 있는 음악 한 곡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부끄부끄뮤직봇 #출근길음악 (5/15)     


- Pura Vida - Basic Income (2016)  

저는 오늘 사무실이 아니라 기본소득을 주제로 열리는 컨퍼런스로 출근합니다. 최근 2, 3년간 진행된 해외의 기본소득 실험을 접할 수 있는 자리이므로 귀한 배움의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모든 시민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을 지지합니다. 지지자들은 기본소득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한다, 임금노동자들의 협상력을 높인다, 개인의 실질적 자유를 확장한다고 말합니다. 정작 제가 기본소득에 ‘꽂힌’ 이유는 따로 있어요. 자세한 설명은 몇년 전에 쓴 필립 반 빠레이스 외 <분배의 재구성> 서평에서 발췌한 글로 대신합니다.     


“내가 기본소득에 가장 흥미를 느끼는 지점은 지급대상에게 노동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게으를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함으로써 자본주의 사회의 과도한 노동과 생산, 그리고 노동 숭배에 직접적으로 문제 제기한다. 자본주의는 노동을 통제하는 시스템의 형성을 통해 지속되는데 이같은 문제의식은 체제의 근간에 대한 것이다. 기본소득은 게으름뱅이들이 생계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현금을 지급하므로 급진적인 상상력은 제한될 수 있다. 그럼에도 기억해두자. 기본소득은 자유와 평등의 권리이자 노동하지 않을 권리이다.”          

벨기에의 레게 그룹 Pura Vida가 노래하는 기본소득 찬가를 들어보세요!       

      

         

#부끄부끄뮤직봇 #퇴근길음악 (5/15)     


- eva cassidy - songbird (1998)     

오늘은 스승의 날인데요, 다들 찾아뵐 선생님이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아쉽게도 전 없네요. 지인들과 이야기해보면 사정은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 교육제도가 낳은 불행이 아닐까도 싶은데요. 더 크게 사회적으로 확대해 보아도 등을 보며 쫓을 대상이 옹색하죠.     


누군가의 발자취를 따른다는 것이 그리 수동적인 것은 아니라 생각해요. 아이작 뉴턴도'만일 내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멀리 내다볼 수 있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나에게 거인들의 어깨가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죠. 그럼에 좋은 스승과 좋은 선배를 가진다는 것은 참 소중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이 친애하는 선배의 곡을 커버한 노래를 하나 가지고 왔습니다. 에바 캐시디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플릿우드 맥의 명곡을 부르네요. 음악과 문학은 참 대단하죠. 먼 과거의, 이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들도 가까운 스승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에바의 음악을 들으며 노래 연습을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부끄부끄뮤직봇 #출근길음악 (5/16)     


- Alice Phoebe Lou - Girl on an Island (2016)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입니다. 저는 반차를 내고 늦잠을 잤어요. 비몽사몽한 정신이라 좋아하는 시 한 편, 노래 한 곡으로 때웁니다. 출근길음악이 아니라 중식음악 정도 되겠네요;      

  

박정대 - 음악들 (2001)     

너를 껴안고 잠든 밤이 있었지. 창밖에는 밤새도록 눈이 내려 그 하얀 돛배를 타고 밤의 아주 먼 곳으로 나아가면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에 닿곤 했지, 산뚱 반도가 보이는 그곳에서 너와 나는 한 잎의 불멸, 두 잎의 불면, 세 잎의 사랑과 네 잎의 입맞춤으로 살았지, 사랑을 잃어버린 자들의 스산한 벌판에선 밤새 겨울밤이 말 달리는 소리, 위구르, 위구르 들려오는데 아무도 침범하지 못한 내 작은 나라의 봉창을 열면 그때까지도 처마 끝 고드름에 매달려 있는 몇 방울의 음악들, 아직 아침은 멀고 대낮과 저녁은 더욱더 먼데 누군가 파뿌리 같은 눈발을 사락사락 썰며 조용히 쌀을 씻어 안치는 새벽,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네지다노프 의 소개로 알게 된 뮤지션 앨리스 포비 루입니다. 1993년생 남아공 출신의 싱어송라이터로 현재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른하지만 강인함을 지닌 그녀의 목소리가 드림팝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부끄부끄뮤직봇 #퇴근길음악 (5/16)     


- Flaming Lips - race for the prize (1999)     

오늘은 추적추적 비 내리고 습기도 많아 자칫하면 가라앉고 센티해질 것만 같아요. 뭐 사실 이런 날에는 은은한 음악에 그윽하게 술 한 잔 마시면 최고이긴 하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오히려 오감을 깨우는, 일상에 환희를 찾아주는 축제의 음악을 꺼내 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여러분에게는 그런 노래들이 있으신가요? 저는 미국의 사이키델릭록 밴드(라고 불러도 되려나..) 플래이밍 립스의 'race for the prize'를 들을 때마다 뭔가 끓어오르는 것이 있더라고요.     

'다들 작정해, 지금부터 미치광이 파티 시작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은...     


여러분에게도 이상과 비슷한 의미로 떠오르는 음악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셔서 여러 노래로 함께 기운 내봐요. 내일도 비가 온다고 하니... (내향적인 분들에게 부탁을 드림이 무척 조심스러우니 정말 떠오르시는 분의 한에 편안하게요^^)          

     


#부끄부끄뮤직봇 #출근길음악 (5/17)     


- Miya Folick - Deadbody (2018)    

요즘 수전 팔루디의 책 <백래시>를 읽고 있습니다. 저자는 르포르타주 형식을 통해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이 전방위로 진행된 1980년대 미국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 냅니다. 대중문화는 여성들에게 직장을 포기하고 가정으로 돌아가 순종적인 아내로서 헌신적인 엄마로서 행복을 누리라고 강요합니다. 뉴라이트 진영은 1970년대 여성운동의 최대 성과라고 할 수 있는 낙태 합법화와 남녀평등헌법수정안을 중단시키려고 총력을 다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오늘날 한국 사회가 겹쳐 보였어요. 예나 지금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동일한 임금과 동일한 고용기회, 남녀평등헌법수정안, 낙태할 권리, 출산휴가보장, 적당한 수준의 보육서비스 등을 요구하는 여성들은 공격의 대상이 됩니다. 특히 여성혐오 현상에 대한 분석은 소름끼칠 정도예요.     


“우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저소득층 남성들은 아버지들만큼 많이 벌지 못하고 여성운동으로서 가장 많은 위협을 받는다”고 말한다. “이들은 여성의 역할 변화를 감당하지 못하는 20퍼센트의 인구를 대변한다. 이들은 취직이 어려웠고 취업한 뒤에도 해고 1순위였으며, 저축도 없고 미래의 가능성이라고 할 만한 것도 별로 없었다.”(p. 135)     


적의 얼굴을 알 수 없을 때 사회는 그것을 만들어 낸다. 하락하는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과도한 집값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불안 같은 것들은 공격 대상을 필요로 하는데, 1980년대에는 그것이 대체로 여성들이었다(p. 138).       


<백래시>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을 둘러싼 논쟁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책입니다. 또한 우리 안에 내재된 편견이 고도화된 반격임을 깨닫게 해주고요. 책은 매우 재미있어요. 이런 밀착취재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저자는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상세하게 묘사합니다. 저자의 말투가 다소 냉소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데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 자체가 비논리, 거짓 등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 책의 OST를 만든다면 미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미야 폴릭의 노래를 고를 것 같아요. 왠지 보컬과 멜로디에서 페미니즘-백래시-페미니즘 리부트로 전진하는 듯한 강인한 힘이 느껴진달까(노랫말은 은유적이라 이해를 못함).     


           

#부끄부끄뮤직봇 #퇴근길음악 (5/17)     


- burt bacharach -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1970)     

처음 음악이란 것이 참 아름다운 것이구나 느낀 것이 5~6세 무렵이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영화 사운드트랙이나 스코어 등의 앨피를 퍽 가지고 계셨죠. 그때까지 부모님과 함께 잠을 자던 나는 고스란히 곁에서 그 음악들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불 꺼진 방에 홀로 앉아 전축(이라는 표현이 제일 어울리는) 불빛에 기대어 '내일을 향해 쏴라'에 삽입된 버트 바카락의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를 조용히 들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문득 떠오릅니다.(아마 활동가셨으면 이 빠띠에 초대했을 수도...내향적이셔서...) 그래서 그런지 비가 오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곡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가장 완벽한 팝음악을 떠올릴 때도 함께 생각나는 곡이기도 합니다.     


이 노래를 추천드리며 이만 저는 다시 불꺼진 방으로 사라져 보겠습니다...          

     


#부끄부끄뮤직봇 #출근길음악 (5/18)     


-Fishmans - Weather Report (1997)

목요일 자정을 넘긴 시각에 이 글을 쓰고 있는데요. 오늘처럼 비가 억수같이 내린 날에는 ‘마치 수조 속의 물고기’가 된 기분으로 이 노래를 듣습니다(특히 장마철에 딱!).     


동경지방에 많은 비가 내려서 / 하루종일 방안에만 있던 적도 있지 / 마치 물고기가 된 기분이야 / 마치 수조 속의 물고기 / 마치 헤엄치지 못하는 물고기   *4분 4초부터 감상하세요.    

 

그동안 아껴 두었던 저의 최애를 소개합니다. 피쉬만즈는 1990년대 일본 인디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보석같은 그룹이에요. 나른하고 섬세한, 때로는 고양이 울음 같은 사토 신지의 목소리, 그저 날씨와 계절을 느끼고 곁에 있는 사람의 손을 잡고 걷는 것 그거면 됐지 식의 담백하고 소박한 노랫말, 꿈꾸는 듯한 몽환적인 멜로디, 노랫말과 대비되는 장대한 분위기의 편곡... 스무 살부터 줄곧 함께 하고 있고, 지금까지 의지하고 있는 음악입니다.      


부끄부끄뮤직봇 시즌1은 이것으로 마무리합니다. 내향적인 사람이 매일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건,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매일 쪽글을 쓰는 건, 조금 힘들었지만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날씨에 노래를 쳐야 비로소 계절이 되는 것 같다’는 말처럼 설레고 따뜻한 봄기운 가득한 5월을 보냈습니다. 우리의 서투른 말 걸기 방식이 다른 분들에게 어떻게 보여졌을까 궁금합니다(부끄). 시즌2로, 어쩌면 다른 꿍꿍이로 곧 만나요!           

    


#부끄부끄뮤직봇 #퇴근길음악 (5/18)     


- embrace - you're not alone (2000)     

풍년님께서 해당 프로젝트의 갈무리를 잘해주셔서 많은 첨언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3주간의 말 걸기, 혹은 주인 없는 세레나데 어떠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우려가 많았는데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다음 프로젝트에는 좀 더 구체적인 관계 맺기가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현장에서 조용하고도 우직히 활동하시는 분들께 이 노래를 바치....추천합니다.ㅎ    

 

90년대 후반, 브릿팝 전성기에 활동했던 embrace라는 밴드의 'you're not alone' 곡입니다.     


'Come on everybody

Ignores you now

But soon your time will come' (가사 중)     


때를 기다리는 우직함은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 때 더욱 공고해지겠죠.     


여러분의 오늘을 응원합니다! you're not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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