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라. 서울극장
난 진짜 누가 영화 이야기하면. 심드렁한 척 하지만 영상자료원도 그렇고 서울극장도 그렇고 그리운 장소가 영화랑 관련 있는 장소라는 게 조금 아이러니하다. 서울극장에 대한 첫인상은. 종로가 아직 낯선 시절 서울극장 근처에서 누군가를 만났던. 여기가 서울극장이구나 하던 정도? 그랬는데 취업하고 괜히 청계천을 걷는 습관이 생긴 후 한 달에 한번 정도? 두 달에 한 번 정도 서울극장에 갔다. 물론 멤버십 가입하면 일주일에 한번 반값으로 볼 수 있어서. 저렴하게 영화 보는 게 유인책이었지만. 나중엔 서울극장 자체를 사랑했다.
어느 추석인가는. 몇 편 이상을 보면 선물을 준다길래. 기어코 7편 정도 보고 좋지도 않은 선물도 받았다. 그때 선물을 받기 위해 별로 끌리지 않던 범죄도시를 보고. 웃기도 했었고.
아내랑 온 적도 몇 번 있었지만 주로 월요일쯤 월요병에 허덕이다 혼자 극장에 와서 영화를 보곤 했었다. 어떤 공연 극장도 같이 붙어있어서 중국인 관광객도 많았는데 코로나에 못 버티고 문을 닫고 아트시네마도 나가고. 이제는 싸게 영화볼 곳도 없고. 극장을 거의 가지 않는다. 서울극장도 사라지고. 나도 서울극장 근처에 회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지나고 보면 아쉬움만 남는다. 희뿌연 과거는 들여다봐도 잘 보이지 않는다. 떠올리고 그저 웃기만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