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19 퇴근

매일 일기를 써야겠다

by 한박달

매일 일기를 써야겠다. 그냥 기억이 흘러버리길 원치 않으니 말이다. 지금은 양재역에서 3호선 타고 집에 가는 길이다. 난 앉아있고 내 앞에 서있는 남녀는 시끄럽게 대화 중이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회사에서도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리면 기분이 나쁘다. 나는 그렇게 웃고 싶은 기분이 아니니까.

일은 끝나지 않고 한 행사가 끝나면 떠 허겁지겁 다음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루틴처럼. 어떤 시스템처럼 조금은 반자동처럼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워낙에 시간적 여유가 없기에 삐걱삐걱 거리는 게 분명히 존재한다. 어떤 을의 마음으로 부탁하고. 설득하고 사정사정하는데. 가끔은 더럽게 억울할 때가 있다. 지난 1년 동안 마음의 생채기가 생기고. 내 나쁜 기억력 때문에 금방 잊어버리곤 하는데. 그게 잊힌 게 아니라 그냥 잠깐 묻어두고 있었나 보다. 그게 생각나면 무척이나 힘들다. 그래도 끝이 있으니 끝나면 좀 쉬어야지 하고 마음먹지만. 그게 한 번만 삐끗하면. 영화 반칙왕에서 정웅인이 하듯 전화기 다 부숴버리고 집에 가는 상상을 한다.

퇴근하면서 박찬일 셰프의 책을 읽으며 왔다. 청소년 잡지에 연재된 글을 묶었다고 하는데 무척 재미있다. 첫 꼭지는 돈가스의 역사적인 스토리를 다루는데. 오스트리아 비너슈니첼에서 유래하여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해진 이야기. 한국 최초 경양식집 그릴. 등등 뭔가 아기자기하고 착해지는 기분인데.

이게 내가 어릴 때부터 어린이, 청소년 잡지를 광적으로 좋아했기 때문일까. 신수경, 틴틴파이브가 커버로 나왔던 어린이 잡지가 갑자기 떠오르는데. 그걸 진짜 또 한 번 읽고 싶다. 그러니까 지금과는 정말 다른 환경인데 보고 싶은 게 100개라도 볼 수 있는 환경이 안되니. 보았던 1개를 부여잡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어린 시절.

그건 정말 순수한 열망이지 않았을까.

이제는 을지로 3가. 3호선은 계속 올라간다. 3호선 버터플라이를 한창 들을 때엔 3호선과 전혀 친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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